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 장 지글러의 ‘대량 살상, 기아의 지정학’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다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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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실태, 식량분배의 불공정함, 그 이면에 도사린 추악한 진실을 저자의 전작들에 이어서 리얼하게 폭로하는 책이다. 농가공식품업계 다국적기업들이 서방국가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매국을 일삼는 제 3세계의 정치인, 공무원, 농장주들과 한통속이 되어 그 나라 국민들에게 가하고 있는 인권유린 및 온갖 파렴치한 짓거리들은 전작들에서 이미 충분히 까발려졌기에 어느 정도 동어반복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선진 금융으로 알고 있던 선물, 옵션 매매가 식량 투기로 이어져 식량가격을 올리고 그로 인해 기아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은 본인의 상식을 넘어서는 얘기여서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대체연료인줄만 알고 있던 바이오연료가 식량 부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도 가속시키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내가 그 동안 잘못된 상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 살짝 혼란스러웠다.

 

책의 논조에 관해 한 마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이었던 저자의 경험이 리얼하게 녹아있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은 생동감이 넘친다. 처참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담아내려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이기도 하는데, 간혹 그러한 낭만성이 지나쳐 몇몇 부분에서는 리얼 다큐라는 걸 잊고 [인 콜드 블러드 In Cold Blood]같은 논픽션 소설을 읽고 있는 건 아닌 가 싶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 일례를 들자면 브라질 세아라의 이름없는 아이들의 묘지를 설명하는 다름과 같은 구절이다.

 

태양은 벌써 하늘 높이 솟았다. 아내 에리카와 나는 작은 십자가들이 줄지어 서 있는 밭 가장자리에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먹먹해진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 우리의 마음을 알아차린 시세로가 오히려 우리를 위로했다. “여기는 세아라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떠나 보낼 때 눈을 감기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야 천국으로 가는 길을 좀 더 쉽게 찾을 테니까요.”

 

그림 같은 흰 구름들이 동동 떠다니는 세아라의 하늘은 아름답기만 했다.” – P 76

 

이와 같이 전체적인 논조와 어울리지 않는 시적인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 편인데, 아마도 저자는 이러한 대비를 통해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피어나는 감동과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처럼 장 지글러의 책들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한없이 어둡고 우울하기만 한 건 또 아니어서 완독이 버겁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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