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저넌에게 꽃을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과장님, 이 책 보이시나요?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 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 1, 2권 세트와 함께 드린 책입니다. 아시다시피 [웃음]은 제가 선물로 과장님 드린 책이었고, 이 책은 제가 읽고 싶어 주문만 [웃음] 세트하고 같이 했던 책이었는데, 과장님이 읽고 싶다고 뺏어 가신 책이죠. 다 읽으시면 돌려주시기로 했는데, 아직 안 읽으신 건지, 책 팔아 살림에 보태 쓰셨는지, 그 이후로 통 연락이 없으시네요.


책 선물 드린 지 근 일년이 다 돼 가는데, 혹시 읽어 보셨는지요? 제가 관광청 퇴사하고 조금 이따 과장님도 휴직하신 걸로 아는데, 재충전의 시간에 여행뿐만 아니라 독서도 좀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설마 아직까지 제가 드린 책들 안 읽어 보신 건 아니겠죠?


저는 이번 추석연휴 때 비로소 [엘저넌에게 꽃을]을 읽었답니다. 과장님이 안 뺐어 갔다면 작년 연말 쯤에 이미 읽었을 책인데, 혹시나 돌려 줄까 기다리다 역시나 꿀꺽 하려는 갑다 싶어 그냥 다시 사서 읽었답니다. 읽고 받은 감동이 적지 않아 더 빨리 사서 읽을 걸 그랬다는 생각과 함께 과장님 원망도 1g 정도 들었습니다만, 유 과장님도 이 책을 읽고 감동 받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좋은 책 선물 드린 것 같아 기분이 뿌듯했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지능이 낮은 청년이 수술(과학)을 통해 천재가 된다는 기본 설정은 영화 [론머 맨 The Lawnmower Man]을 연상시켰고, 찰리의 지능을 높여 준 스트라우스 & 니머 박사와 찰리의 관계는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의 그것과 흡사했으며, 지능이 높아지기 전의 찰리가 지능이 높아진 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다 술에 취했을 때나 키니언 선생과 가까워지려 할 때마다 나타나 훼방을 놓는 부분에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찰리가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아가는 장면은 또 어떻구요? 그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고전 문학의 설정을 차용한 것 같다고 느꼈지요. 그래서 발표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21세기 들어서 접한 본 작에서 감동은 충분히 있었지만 독창성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당대의 작품을 동시대에 접하지 못한 불운한 후손들이 감내해야 할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일 겁니다.


과장님은 이 책이 동명의 단편 소설을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이란 걸 아시나요? 작년에 그 원작 단편을 읽었더랬죠. 원작도 무척 좋았습니다. 그래서 장편도 읽고 싶었던 거구요. 장편을 다 읽자마자 바로 원작 단편을 다시 꺼내 읽어 봤습니다. 역시 장편에 비할 바는 아니네요. 단편은 그 자체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지만, 아무래도 분량의 한계로 인해 감동보다는 흥미로웠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두 작품이 시작과 끝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 외에 지능이 향상된 찰리가 겪는 성장통이라던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뭔가 유의미한 것을 남기고자 하는 노력 등 전체적인 작품의 주제의식은 장편에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 있으니까요.


유 과장님, 선물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째로, 전적으로 상대방을 위해 하는 선물이 있을 겁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선물함으로써 상대방을 기쁘게 만들고, 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만족을 얻는 겁니다. 보통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며, 정작 선물하는 사람은 그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죠. 둘 째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는 겁니다.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도 같이 좋아하고 공감을 얻기 위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취향이 전혀 다르다면 선물의 효과가 적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그 취향차이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선물을 계기로 그들의 관계는 크게 진전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선물은 약간의 위함을 감수해야 하는 까닭에 마음을 전하고 싶은 상대가 아니면 함부로 줄 수 없는 선물이 되겠지요. 물론 이 두 가지 경우가 적절히 조화 되어야 좋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받는 사람도 좋아하고 주는 사람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선물, [엘저넌에게 꽃을]이라는 책이 저에게 그런 책이었듯이 과장님에게도 그런 선물이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몸조리 잘 하시고, 쌀쌀한 날씨에 따땃한 코코아 한 잔 생각나시면 언제라도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XXX로부터

Drink from me and live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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