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영화의 매력은 튼실한 원작의 힘이었다. 내용의 풍부함과 깊이로 봤을 때 전체적으로는 당근 원작이 영화를 압도하지만, 영화 역시 그만의 스토리텔링이 잘 살아 있고, 무엇보다 절로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던 결정적 장면을 무려 두 장면이나 담고 있어 영화는 영화대로 나름의 아우라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원작에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 넘넘 궁금했던 결정적 장면 두 가지

 

첫 번째 결정적 장면 - 로비가 전쟁터에서 낙오되었다가 부대에 합류하기 위해 헤매다 해변가에서 드디어 부대를 발견하고 이어지는 5분 여의 롱테이크 장면. 롱 테이크 샷은 흔한 기법이지만 [어톤먼트]만큼 넓은 동선을 빠르게 움직이며 수많은 배우, 엑스트라들이 서로 부대끼고 호흡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롱 테이크는 절대 흔하지 않다. 이 장면은 비슷한 시기에 접한 [췰드런 오브 맨]의 전투 장면 롱 테이크와 함께 전쟁의 처참함을 리얼하게 담아낸 나만의 롱 테이크 베스트로 꼽는 장면이다.

 

 

두 번째 결정적 장면 -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반전이라고 까지 할 수 있는 마지막 브리오니의 인터뷰, 속죄 장면. 영화와 원작이 내용상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바로 이 엔딩인데, 원작에서는 브리오니가 자전적인 소설을 완성하지만 아직 출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변인들, 다시 말해 그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를 에필로그 형식으로 풀어내는 반면, 영화에서는 원작이 끝난 시점으로부터 브리오니의 책이 발간되고 그 책에 대해 브리오니가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과오를 속죄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이 두 결정적 장면은 말 그대로 결정적 장면답게 원작보다 영화가 잘 찍은 경우라고 평하고 싶다. 첫 번째 결정적 장면은 평범한 배경 묘사 정도로만 표현 돼 있는 원작을 매체의 특성을 십분 발휘해 유려한 영상으로 담아 냈으며, 두 번째 결정적 장면 역시 메타픽션(?)적의 분위기를 살짝 풍겼지만 결국 평범한 에필로그 식 엔딩이었던 원작보다 브리오니가 관객을 바라보며 과거를 진솔하게 고백하는 인터뷰로 담아 낸 영화의 여운이 더욱 크다는 생각이다.

 

[어톤먼트] 개봉 이후 이언 메큐언의 작품들이 다수 국내에 소개 됐는데, 처음 접한 [속죄]는 대성공이었고, 한 두 작품 더 읽어봐야 쓰겠는데검색해 보니 이언 뱅크스의 [말벌공장]에 비견되는 사이코 드라마라고 칭송되는 작품이 있구만. [시멘트 가든]이라. 그러나 문제는 절판이라는 건데, 다행히 중고로는 물량이 아직 돌아다니고 있어 구하기가 불가능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부디 [시멘트 가든] [속죄]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담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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