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미로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엄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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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읽은 신작이네요. 맘에 드는 책을 쟁여놨다 시간 날 때 짬짬이 읽다보니, 신작을 출간하자마자 바로 읽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말입니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오래 기다렸던 작품이라는 얘기겠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스페인 작가죠? 그의 작품 세계는 문학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랑, 미스터리, 스릴등이 찰지게 버무려져 있는데, 스페인 문학이라 그런지 굉장히 낭만적입니다. 넓게보면 환상문학에도 들어갈 수 있겠네요. 물론 본격 판타지는 아니고 분위기만 살짝 뭍어나는 수준이지만요.


[영혼의 미로] [바람의 그림자], [천사의 게임], [천국의 수인]에서 이어지는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의 완결편입니다. 사폰의 유작이기도 하고요. 완결편이라 그런지 분량이 엄청나요. 양장으로 분권했는데도 각권의 무게가 상당합니다


잊힌 책들의 묘지 시리즈를 접한 건, 그러니까 시리즈 1 [바람의 그림자]를 읽은 건 20대 후반이었어요. 당시에도 가슴 한켠을 뜨겁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만약 중고딩 때 읽었다면, 아니면 대학교 졸업 전에 읽었더라면 아마도 더 가슴 뛰었을사춘기 시절 첫사랑의 열병같은 그런 애틋함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크게 봐서 사랑 이야기로 읽었지만, 멜로 뿐만 아니라 추리/미스테리물로써도 수준급이라 밤을 꼴딱 새서 읽었더랬지요. 그런 시리즈의 마지막을 읽고나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완결이 난 시점에서 시리즈를 되돌아 보면각각의 작품들이 다 재미있고 노스텔지어를 자극하지만, 역시 1[바람의 그림자]가 젤로 재미지네요. 아직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바람의 그림자] 정도는 꼭 읽어 보는 걸 추천합니다. 재미로만 따진다면 단연 시리즈 탑이예요. 2 [천사의 게임]1편과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구성이 살짝 헐겁고... 번역문제인지, 좀 들쭉날쭉하고 1편과 세계관도 잘 안 맞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읽은 지 하도 오래라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요 ㅎ) 대신 1편과 독립적으로 읽어도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3 [천국의 수인]은 전편들과 4편의 가교역할을 하는 작품인데, 재미나 완성도보다 마지막 4편으로 가기 전 시리즈 전체의 밸런스를 재조정하는 작품 같았어요.


그리고 1~3편을 아우르며 잊힌 책들의 묘지 시리즈의 장대한 서사를 완성하는 4 [영혼의 미로], 개인적으로 사폰과 이 시리즈에 기대했던 모든 것을 기대 이상으로 성취해 낸 작품입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폰 문학의 정점이라고 할까요?


문학적으로 완벽한 작품은 아닐 겁니다. 매력적인 주인공 알리시아와 전편의 주역들 대부분이 등장해서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흥미진진하지만 한편으론 번잡스럽고, 시리즈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하려는 작가의 야심에서 다소 무리수가 느껴지기도 해요. 신파적인 느낌도 여전하고요. 하지만 독자들이 완벽한 문학성을 기대하며 사폰의 작품을 읽는 건 아닐겁니다. (적어도 저는 아니예요. ) 3대에 걸친 사랑과 배신, 스페인 역사의 아픔과 정치적 혼란 등을 다루면서 이야기가 폭주하지 않기란 애초에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시리즈의 마무리로도, 개별 작품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입니다. 너무나 뻬어난 1편에 가려 전체 시리즈에서 다소 이질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만 같던 2편을, 전체 시리즈의 한 서사로 훌륭하게 보듬어 낸 점에서 +@까지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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