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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보다 아름다운 그림 이야기 - 칼라판
Koichi Kabayama 지음 / 혜윰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원색의 예쁜 소녀(모딜리아니의 '알리스의 초상')가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보다 아름다운 그림 이야기>는 Koichi Kabayama가 쓴 그림감상 에세이이다. 그런데 책 속에는 이 저자나 옮긴 이에 대한 소개가 전혀 없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저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책을 읽어야 했기 때문에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한다. 우선 무엇보다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책의 디자인과 편집 또한 아주 세련되고 깔끔하다. 책 속에 있는 작품들 뿐만 아니라 책 자체도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양화가들인 고야, 다비드, 모딜리아니, 마네, 고흐, 벨라스케스, 고갱, 르느와르, 피카소, 세잔, 렘브란트, 로트렉, 샤갈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먼저 작품 소개와 함께 저자의 감상을 실었고, 어려운 미술 용어나 당시의 역사적 배경 혹은 사건에 대한 설명이 중간 중간 박스 안에 마련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화가에 대한 설명을 화가 자신의 모습이 담긴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또한 각주를 달아 못다한 부분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덧붙여 놓았다. 이런 저자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그림에 대한 문외한 이라도 최소한 이 책 안에 소개된 그림들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는 충분히 할 수 있을것 같다.
특징적인 것은 이 책에 소개된 화가들의 작품이 대부분 인물화라는 것이다. 화가들의 작품 중에서 특별히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 방법이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일반적으로 인물화(혹은 초상화)에는 몇 가지 유형과 개념이 있다고 한다. 우선 초상화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지위가 놓은 국왕, 귀족, 정치가, 성직자 나아가서는 예술가 학자 등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초상화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모델의 사람 됨됨이를 화폭에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함부로 모델을 선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모델을 선택할 때 남성은 당당함을, 여성은 아름다움을 그 기준으로 했다. 물론 극히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또한 사람의 인격은 얼굴에 가장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얼굴, 즉 표정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런데,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일까, 나는 저자의 감상에세이 중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을 종종 발견했다. 예를 들어, 제일 차이를 많이 느꼈던 부분은 고야의 그림에서 였다. 고야가 개인적으로 친분관계를 가졌던 알바공작부인을 모델로 그린 그림들이 몇 작품 소개되었는데, 그 그림 속 공작부인에 대해 저자는 더할 수 없는 찬사로 굉장히 아름답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봐도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현재의 잣대로 봐서는 전혀 아니올시다인것만 같았다. 저자는 그 당시와 현재의 엄청난 차이를 뛰어 넘어 화가와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의문이었다.
그리고, 사소한 것일지 모르지만 저자는 같은 작품을 크기가 다르게 두번씩 소개하고 있었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작게 보이는 작품은 꼭 필요하지 않았을것 같은데 왜 또 소개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감상해보라는 의도였을까?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저자의 성실함 때문이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있는 그림들에 대해 저자는 객관적이고 충분한 배경설명을 해주어서 독자의 이해를 최대한 도왔고, 자신의 주관적인 감동 또한 친절히 전해주어 독자의 감상 폭을 넓혀주었다. 덕분에 독자들은 그림감상, 화가, 역사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었고, 조금 집중해서 읽어야 했던것 만큼 얻는것이 많았던 유익한 책이었던것 같다. 나도 이젠 최소한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에 대해서는 한마디 감상을 할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