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 사적인 국립중앙박물관 산책기
이재영 지음, 국립중앙박물관 감수 / 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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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책 들고 박물관 가고 싶어요 어려울 수도 있는 유물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셔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더라도 상설전시는 크게 관심을 갖고 보지 못했던 거 같은데 생각을 달리 하는 계기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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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의사들 - 그곳에 히포크라테스는 없었다
미셸 시메스 지음, 최고나 옮김 / 책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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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도시에 페스트가 퍼졌는데, 다섯 사람을 죽여서 5,000명을 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세상에는 게으른 자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진실'이 있다.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그 '진실'은 역사의 저편에서 잊혀지고, 일어나지 않은 일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로 사라져갈 것이다. 그렇게 잊혀진 진실은 반드시 같은 아픔으로 반복되기 마련이다. 지난 역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진실에 다가가려 애쓰고 게을러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자 미셸 시메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 중 한 명으로 라디오와 TV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유의 유머 감각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여러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그에게는 오랜 아픔이 있다. 나치가 집권하던 시절, 두 할아버지를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잃은 것이다. 저자는 이런 개인적 아픔 이면에, 의사로써의 책임감을 뿌리칠 수 없었다. 강제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의사들의 참혹한 만행 앞에 침묵할 수 없었다. 이 책은 생명을 구해야 할 의사들이 어떻게 정반대로 행동할 수 있었는지, 그들이 행한 실험이 정말로 과학의 발전에 보탬이 되었는지에 대한 그의 안타까움과 고뇌의 흔적이다.
그는 두 할아버지에 대한 옅은 기억을 가지고 파시즘에 복무한 의사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아우슈비츠, 스트라스부르, 부헨발트 등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의료행위들이 자행되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의사들은 그들 스스로 인류에 봉사하고 있다는 신념을 버린 자들이 아니었다.

재판에서 확인된 의사들의 행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혹하고 끔찍하다. 저체온증 연구를 위해 수감자들을 얼음물 수용소에서 죽어가게 하고,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장기를 적출하는가 하면, 여성 수감자들을 불임시키기 위해 자궁에 포르말린을 주사하기까지 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를 가능하게 했을까? 의술을 통해 인류에 봉사하고자 했던 그들을 괴물로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저자의 추적에 따르면 그들의 최후는 평온했다.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들은 석방된 후 평범한 의사의 삶을 살았고, 심지어는 무죄를 선고 받고 명예를 누린 사람도 있었다. 이러하 ㄴ현실에서 다시 처음의 물음은 던지게 된다.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윤리를 져버리면서 의료 행위를 했던 이들에게 과학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이토록 관대할 수 있는가?

저자는 결론에서 여러 수용소에서 자행된 실험들을 통해 의학의 진전에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반면, 고통과 죽음, 비명과 울부짖음은 생생하게 남았다고 말한다. 70여 년 전의 참혹한 역사를 뒤로 하고, 오늘의 삶을 돌아본다. 일본군 위안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진실은 외면당하고 있다. 당시의 현실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죄의 무게를 탕감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 진실을 찾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우리는 죄의 무덤 위에 우리의 미래를 쌓아가야 할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 악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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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 - 왜 빌린 자의 의무만 있고 빌려준 자의 책임은 없는가
제윤경 지음 / 책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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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말이다. 쌀 한 되를 빌리더라도 마땅히 갚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하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빌렸다면, 더욱이 적은 금액이 아니라면 이걸 안 갚았다가는 큰일을 벌어질 게다. 그런데 책에서 저자는 "빚을 갚지 않을 수 있다"라는 상식 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이야기하는데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빚, 왜 나만의 문제가 아닌가

책에는 저자가 강의를 다니며 접한 사례들이 많이 담겨있다. "돈이 돈을 번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수강생들은 당연하다고 반응했고 그것이 명백한 사실로 인식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을 물어보면 열심히 일을 하지만 돈은 항상 없다고  말한다. 부가 개인의 노력 여부가 아니라 부모를 잘 만나는 운과 횡재 등에 따라 사회 속에서 서열이 결정된다는 부정의를 쉽게 확인하면서 박탈감을 느끼는 일도 우리에게 일상화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 그럴수록 다수의 사람들은 침묵하며 불평등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소수의 편에 선다는 데 있다. 성공하는 소수의 사람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소수의 능력을 잘 보살피고 다듬고 뒷받침해주고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다수의 행복에 이르는 최선의 길이라고 믿도록 교육과 훈련을 받아왔다"라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처럼, 이제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점점 버거워지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이 가속화되는 속에서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나무만 보던 눈을 들어 사회구조라는 숲을 보지 않으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빚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다. 개인의 수준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야 마땅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협의 실체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잠재적 연체자로서 고통 속에 빚을 갚고 있는 상황에서 빚을 갚지 못하는 몇몇 사람을 구제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직에 일면 납득을 하면서도, 내가 지금 어렵게 밎을 갚고 있으니 누군가가 절대적으로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도 반드시 빚을 갚아야 한다는 명령은 나 역시도 언제 어떻게 저 대열에 낄지 모른다는 내적 불안만을 키울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부업과 신용카드 그리고 금융제도

가계부채가 1,200조 원까지 치솟은 데에는 정부의 빚 권하기 정책과 금융사의 마케팅이 큰 영향을 미쳤다. "빚도 자산이다"란 말은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학습되었다. 짧고도 강력한 메시지로 우리를 유혹하는 텔레비전 속 대출 광고는 일상이 될 정도로 익숙해졌다.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금융감독원이 아닌 지방정부에 있어, 부족한 행정 인력으로 인해 대부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정부는 불법 사채 시장을 양성화하겠다 했지만 고금리 사금융은 여전히 간단한 등록 절차를 통해 쉽게 제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대부업체에만 특혜 금리를 준다는 금융권의 따가운 시선이 불편한 정부는 금융권 전반에 특혜 고금리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서민들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해 카드사에서 돈을 빌리고, 카드 값을 갚기 위해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대부업체 빚을 갚기 위해 고금리 사금융까지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 한번 시작된 빚은 가난한 이들에게 빚지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고, 그들을 노예 같은 삶으로 밀어 넣었다. 이들에게 추심의 손이 뻗친다. 우리나라 추심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추심원의 자격 요건에 제한이 없고 추심 방법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체는 채무자의 일상에 장애를 초래할 정도의 빚 독촉과 마주해야 하는 공포스러운 사건으로 각인되고, 다른 빚을 추가로 얻어서 연체를 일시적이나마 회피하는 길로 가게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생의 벼랑끝으로 몰아넣도록 만든 데에는 정부의 역할도 적지 않은 것이다. 도덕적 해이는 채무자에게 발생하는 게 아니라, 세금으로 생계비를 지원받는 사람에게조차 빚을 권하고 갚으라고 독촉하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빚 못 갚을 권리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중세 시대 가난한 사람에게 이자 받는 행위를 천시하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분명 금용이 사람의 모든 노력과 결실을 제로로 만들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현실을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고 호소한다. 그렇게 저자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채무자 구제 운동을 시작했고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그저 사람들이 돈 때문에 죽거나 좌절하거나 지옥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 금융권의 수익성 때문에 사람들의 인격이 모욕당해서는 안 된다는 아주 평범한 생각인 거다.


이 책은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이야기다. 어느 순간에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생생하고 절박하게 다가오고,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서는 장면을 목격할 때는 감동적이기도 하다. 돈에 매인 삶,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삶이 일상 곳곳에서 위협 받고 있는 우리 현실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평범한 상식에 가까운 주장과 호소가 많은 이들에게 닿아 정말 일상에서 상식으로 확인되는 순간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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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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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싫어했던 과목 중에 '한국지리'가 있었다. 기후와 자연환경, 지역개발 등으로 채워져 있는 교과내용에 도무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때의 영향 때문인지 지금 나는 꽤나 심각한 길치, 방향치로 처음 가는 길은 어김없이 헤매고 또 헤맨다. 그런 내가 무려 '정치지리학'을 다룬 책을 펼쳤다는 것은 스스로도 참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비에서 출간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을 읽었다.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지난 6월 '유신시대 사람들의 삶과 앎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주제로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진행했던 기획 강좌에 참석하고서 생겨난 '1970년대 도시개발'에 대한 관심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매일 발을 딛고 살고는 있지만 도무지 좋아지지는 않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시골촌놈이 상경해 어느덧 서울생활 4년차가 되었고,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야할 공간이므로 몸은 금세 적응을 했지만, 쉽게 정을 주지 못하는 마음의 문제는 의지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을 떠올리면 전 국토 면적의 0.6%에 해당하는 공간에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넘는 천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출퇴근 시간대의 지하철과 주말에 번화가를 걸으며 이 도시를 몸소 체험하고 나니, 도시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단순히 머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몸으로 겪은 불편이 만들어낸 의문이어서인지 책을 읽으며 하나씩 궁금증을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1장과 2장에서는 동사무소에 얽힌 정치이야기와 행정구역 개편의 배경과 이유 등을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일상의 아주 가까이에 있는 동사무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것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기관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행정구역이 주민통제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1970년대의 강남 개발, 아파트 신화에 대한 궁금증이었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내용을 다룬 4장과 5장에 관심이 갔다.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던 강남이 개발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였다. 한계에 달한 강북의 인구와 시설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였고, 1970년 경부고속도로의 건설 등 대규모 건설사업과 함께 더욱 본격화되었다. 강남으로의 이주가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이에 박정희 정권은 국회와 대법원 등의 기관을 여의도와 강남에 각각 입지시키고, 기존의 명문 고교를 강남으로 이주시켰으며, '강남개발특별법'을 재정해 사실상 투기를 장려했다. 부동산 투기와 아파트 건설이 이어졌고 그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강남공화국이 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강남 개발과 아파트 건설로 우리 삶도 크게 바뀌었다. 삶의 편리는 얻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어두운 이면은 이로부터 강남이 빈부격차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강남 그리고 아파트에 대한 열망은 오늘도 여전히 식지 않고 사람들로 하여금 허망한 꿈을 좇게 한다는 사실에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8장과 9장은 신자유주의 이후 도시의 변화에 대해서 다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에도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경제성을 위한 개발 논리로 도시경관의 변화를 겪게 된다. 건강한 도시'계획'이 아니라,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이어져온 것이다. 시종일관 개발주의 정책을 펼친 이명박 전 시장과 오세훈 전 시장의 잔재는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는 듯하다. 개발보고서는 잔뜩 있는데 진단보고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임동근 박사의 말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마지막 10장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마을만들기' 사업에 주목한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이후 개발로 인한 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협동조합과 마을운동을 접목하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몇 년 사이에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기는 했지만 한편에서는 그 성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라는 것은 단숨에 눈에 보이는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 결과지향적으로 가야할 사업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방식으로서 멀리 보며 지속해 가야할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언급하는 객관적인 지적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고, 이제는 리더의 가치 선언, 확실한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팟캐스트로 방송했던 내용을 엮어서 정리한 책이라 구어체로 된 표현이 읽기 쉽고 이해에도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정치지리학이라고 하는 생소한 영역의 지식과 내용을 일상의 사례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도시를 통해 정치적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책을 읽고, 한걸음 물러서서 내가 살아가는 공간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 만족스럽다.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확인하고는 분노가 차오르기도 했지만, 4년간의 마지못한 동거를 뒤로하고 앞으로도 내가 발 딛고 살아갈 서울과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아 기쁘다. 나와 같이 서울의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더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추천한다. 



cf. 같이 읽어볼 만한 책들

전진성,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 도쿄 서울>, 천년의상상

강준만,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인물과사상사

찰스 몽고메리,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미디어윌

정기용, <서울 이야기>, 현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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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철학하다 - 인생의 사계절에 누리는 행복의 비결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양영란 옮김 / 책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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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에 '행복'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물음들을 생각해 봤다. 대략 이런 것들이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반드시 좋은 것인가', '우리는 왜 행복을 추구하는가',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 행복은 측정 가능한 것인가', '수많은 사람 속에 살아가면서 홀로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모두가 행복한 삶이 가능할까'.

저자가 소개하는 철학자들의 일화와 이야기들을 따라가면서 앞서 떠올린 행복에 대한 궁금증들도 하나씩 풀 수 있었다. 어떤 물음은 각 장의 제목을 통해서, 또 어떤 물음은 본문의 내용 속에서, 그리고 또 다른 물음은 책에 쓰여져 있지는 않았지만 읽으면서 흘러갔단 사유 속에서 실마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저자가 글을 맺으면서 정리한 행복에 대한 내용이 마음에 남는다.
"행복을 찾아 떠난 이 여정의 말미에서 행복에 관해 보다 개인적인 정의를 덧붙이자면, 나는 행복이란 그저 '삶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지금 여기에서 영위하는 삶,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는 삶뿐 아니라 그 자체로서의 삶 말이다. 내일이라도 당장 우리에게 기쁨 또는 슬픔을, 유쾌한 또는 불쾌한 사건을 툭 던져줄 수 있는 그 삶. 행복하는 것은 삶을, 모든 삶을,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고, 쾌락이 있으면 고통도 있게 마련인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행복하다는 것은 인생의 사계절을 전부 사랑하는 것이다. 천진한 어린 시절, 꿈과 자절의 청소년 시절, 충만과 균열의 중장년 시절, 허약한 노년 시절. 행복하다는 것은 새 생명의 탄생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한 생명의 죽음도 사랑하는 것이다. 행복하다는 것은 주어진 기쁨의 순간을 온전히, 미련 없이 향유하는 것이며, 마찬가지로 슬픔을 온전히, 억지로 참지 않고 당당하게 가로지르는 것이다. 마음을 활짝 열고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며, 매 순간을 강렬하게 사는 것이다."

'행복은 나에게 달려있다'는 말, '자신이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 책을 덮으며 '행복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 하나를 챙겨 넣었다.

섣불리 행복을 정의 내리거나 짜여진 틀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자신을 들려주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행복에 조금 더 가까워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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