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한옥에서 치매 엄마랑 살아요
김영연 지음 / 문학세계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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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책 소개에서 한옥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치매 엄마를 돌본다는 내용을 읽었다. '한옥'이라는 단어 때문일까 '엄마'라는 단어 때문일까 '치매'가 주는 무거움이 적게만 느껴졌다. 치매가 무섭다는 걸 들어 알면서도 작은 낭만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첫 장을 넘기자마자 치매는 무한의 돌봄을 필요로 한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분명 쉽지 않은 현실인데 그 안에서 저자는 씩씩하게 아픈 엄마와 빛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돌봄은 결코 고귀한 선행이 아니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추한 밑바닥을 마주해야 하는 냉혹한 자기 고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정신이 돌아온 순간 엄마가 던진 한마디가 무너진 나를 지탱한다. "우짜건노, 자식잉께" p68


엄마는 가족에 대한 기억을 잃어 자신의 동생도 딸도 알아보지 못한 채 날카로운 말들을 던진다. 저자도 화가 나서 칼날 같은 말로 대응하다가도 자신을 알아보는 엄마의 짧은 순간은 기어이 저자를 다시 바로 세운다.


많은 순간 자식에게 그러했듯 부모에게도 그러하게 되는 시간이 오나 보다.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가도 한번 웃어주면 혹은 배고프다고 하면 화는 사라지고 애정이 퐁퐁 올라온다. 치매로 아픈 엄마가 쉼 없이 힘들게 해도 자식인 걸 알아봐 주는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망각은 엄마를 오늘만 사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엄마는 눈앞의 잎사귀 하나에 온 마음을 다했다. 

사람들은 치매를 앓는 이를 돌보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기억은 흐릿해져도 감정은 살아 있다. p80


기억은 흐릿해져도 감정은 살아있다는 문구가 내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남나 보다. 


간병 노트


치매 돌봄은 성인의 길이 아니다. 끝없는 반복과 억지 속에서 사랑은 비명이 되고, 단단했던 인내는 가루처럼 부서지기 마련이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불효자여서가 아니다. 그저 몸과 마음이 지쳤으니 잠시 쉬어 가라는 영혼의 신호다. p108


엄마와의 일상 글이 이어지는 중간중간에 간병 노트가 있다. 그 간병 노트 속 글이다. 


같은 걸 두세 번만 물어도 짜증이 올라오는데 끝없는 반복과 억지 속에서 어찌 평온할 수 있을까. 자책하지 말고 쉬어가라는 신호로 알라는 말 기억해야겠다. 


병과 사람을 분리하라고.

힘들게 하는 건 엄마가 아니라 '치매'라는 병임을 기억하라고.

말문 막히고 손이 떨릴 정도의 화라면 '타임아웃'으로 명명하고 잠시나마 자리를 피하라고 알려준다.


뒤죽박죽 기억 속 빛나는 앎

가죽나무... 외갓집 앞에 있었다. 그 이파리로 가죽자반도 맹글었다. 찹쌀품 무쳐 말렸다가 튀겨 먹으면 참 맛있데이!" p164


'가죽나무'에 대한 글을 읽으며 문득 사라지는 기억 속 난 무얼 가장 오랫동안 기억할까란 생각을 했다. 나의 외갓집 앞에도 가죽나무가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지나도록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데 먹을 때마다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냈다. 말려서 튀겨먹어도 맛있고, 전으로 부쳐먹어도 별미다. 특유의 향이 입맛을 돋운다. 먹어보지 못한지 몇 해가 지났어도 코끝에서 그 향이 느껴진다. 가죽나무로 시작했는데 나의 기억은 저절로 외할머니로 이어진다. 


치매가 있어도 불행하지 않을 권리

세상에 '착한 치매'는 없지만, 그 병을 대하는 '착한 돌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돌봄의 온도가 결국 우리가 마주할 삶의 풍경을 결정한다. p177


착하고 나쁜 치매는 선택할 수 없지만, 돌봄의 착하고 나쁨은 선택할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 선택에 따라 삶의 풍경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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