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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유골에대한기이한취향
#캐드펠수사시리즈
자꾸만 캐퍼필로 읽게 되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이다. 5권 중 첫 번째 책의 제목이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이다.
가장 최근에 읽은 추리 소설이라면 정해연의 '홍학이 있던 자리'이다. 2월에 읽었으니 벌써 6개월쯤 지났다.
소싯적에는 소설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 현실을 잘 알아서 그런 건지 상상력이 없어져서 그런 건지 머리도 마음도 발도 땅에 붙어 버린 듯하다.
소설 중에서도 추리 소설은 손이 잘 안 가는데 이 책은 어쩌다 보니 여름휴가 기간을 함께 하게 되었다.
작가 소개
엘리스 피터스
이름이 생소한데 설명을 보니 움베르트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고,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라고 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총 21권으로 18년에 걸쳐 완성된 역사추리소설이다. 완간 30주년 기념으로 개정된 한국어판 5권이 이번에 출간되었다.
영국 BBC에서 '캐드펠'이라는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고 하니 소설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겠다.

주인공인 캐드펠은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이기도 하고 약제 전문가이다. 예리한 추리력을 갖추고 있어 탐정 같다. 전쟁 후 신에게로 귀의해 수사가 되었는데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있어 정이 가는 스타일이다.
1137년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르 수도원의 수사 한 명이 발작을 일으킨다. 그 수사를 위니프리드 성녀와 관련 있는 샘물이 치료했다고 믿게 된다. 귀더린의 위니프리드 성녀 유골을 자신들의 수도원으로 가져와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고 하는 로버트 부수도원장의 욕망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귀더린에 가서 당당하게 유골을 가져가겠다고 말하고 그곳 주민들은 반대한다. 그 반대의 선봉에 섰던 리샤르트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찾는 과정이 펼쳐진다. 중세 영국의 지배 구조와 생활상 등이 잘 묘사되어 있고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표현 또한 구체적이다.
쇼네드와 엥겔라드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부수도원장과 콜룸바누스 수사의 권력을 향한 욕망, 페레디르의 사랑을 얻기 위한 잘못된 판단과 때늦은 후회 등은 중세뿐 아니라 현재의 사람들에게도 올라오는 욕망과 감정들이다.
p171
모두 마찬가지요. 수도복을 입든 평복을 입든 누더기를 걸치든. 그 속에는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인간이 들어 있는 법이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만들어지고 잘 관리되는 이도 있긴 하지만. 본질은 한 가지지.
인간의 본질은 같고 보통의 인간들은 상황에 따라 행동이 나온다는 표현에 공감이 간다.
p270
아드님도 쉬게 두십시오. 아드님이 처한 곤경에 대해서는 절대로 얘기를 꺼내지 마시고요. 아드님이 먼저 얘기하지 않는 한 그저 일상적 대화만 하시는 게 좋습니다.
힘든 상황에 놓인 자식을 그냥 놔두기란 부모로서 얼마나 힘이 드는가. 자식이 스스로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캐드펠 수사님이 말하는 듯하다.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고 자신의 죄를 말한 아들보다 그것을 믿고 싶어 하지 않고 아들보다 더 힘들어하는 페레디르의 엄마에게서 지금 엄마들 모습을 보았다.
마지막에 각주가 있는데 캐드펠이 수도원 정원을 가꾸는 일을 해서 그런지 식물에 대한 설명이 많다. 작가가 식물에 관한 관심이 지대하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만들었다.

첫 장에 정세랑 작가의 추천사가 실려 있어 인상깊었다.
정세랑 작가는 17살에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만났고, 12세기 영국 수도사인 캐드펠 수사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그 이유는 읽어보면 알게 된다. 철두철미함과는 거리가 먼 더없이 인간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철인 지금 사람 많은 곳이 싫다면 어느 한구석을 차지하고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읽기 좋은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