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레 요코의 책이라
읽고 싶었다.
그녀의 유명한 책으로
'카모메 식당'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등이 있지만
내가 좋아한 책은 '연꽃 빌라'다.
아기 자기한 얘기가 좋았다.
작가 소개
무레 요코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지나간 순간과 생각들을
짤막한 글로 엮었다.
내가 생각하는
에세이라고 하기엔 호흡이 많이 짧다.
p16
흰머리는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항상 흰머리를 신경 쓰는 자신이 싫어졌다.
흰머리를 내버려 두기로 했다.
작년부터 일 거다.
흰머리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들추면 여러 가닥이
한꺼번에 보인다.
늙는 게 한순간이라더니
한두 어번 뽑았나.
귀찮아서 그냥 놔둔다.
머리숱이 많지도 않은데
생기는 대로 뽑지도 못하겠다.
p60
미혼에 아이가 없는 여성을
'싸움에 진 개'라고 표현한다.
그녀들은 사회 경험도 있고
생활력도 있다.
그녀들의 눈에 차는 남성이
그렇게 간단하게 나타날 리 없다.
'싸움에 진 개'가 아니라
'싸울 일이 없는 개'가 아닌가.
아님 '엄청 부러운 개'거나.
p103
아무래도 막 중년이 되었을 때와는
다르게 몸의 모든 부분이 한 단계
더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
조금 더 몸을 신경 써서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중년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리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겼다.
자고 일어났을 때
얼굴에 난 베개 자국이 한나절이
지나도록 안 없어지는 걸 보고 알았다.
중년에게는 무엇이든 회복 시간이
엄청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p210
장수 DNA
장수를 누리고 아흔여덟 살에 돌아가셨는데
채소를 싫어하고 떡과 밥 같은
탄수화물을 좋아했단다.
특히 죽을 좋아해서 자주 먹었다고..
좋아하는 것만 먹어도 건강하게
장수한다고 생각해야 하나
아님 건강에 좋은 것을 드셨음
더 오래 사셨을 거라고 생각해야 하나.
먹거리 변화에 나름 신경 쓰고 있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니 살짝 흔들리는데.. ㅎ
타고나는 것을 무시하지 못한다.
우리 엄마는 화장을 잘 지우지 않고
주무시곤 하는데
피부가 아주 매끈하고 좋으시다.
p219
쇼윈도에 비치는 자신의 새우등을 보고
흠칫 놀라거나 변변찮은 사람이 걸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자신이었거나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나는
예전 모습으로 기억하고
보이는 상대방은 늙어있어서 놀란 적이 많다.
p244
한 해 한 해 더 나이를 먹었지만
덜렁거리는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건 아니지' 하고
나 자신도 이해가 안 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나도 간혹 실수를 저지르고
나중에 알고는 어이가 없을 때가 있다.
더 나이가 들면 나중이라는 게 없어지지
않을까..
끝까지 실수를 저지른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거지.
나이가 들수록 유해질 줄 알았다.
싫은 것과 좋은 것의 경계가 모호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되어가는 거 같다.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하고 싶고
더 나은 방법을 말해주고 싶은
오지랖이 자주 발동한다.
아직은 잘 참아내고 있는데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참아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본인이 싫은 거
안 했으면 하는 거
그 속마음을 얘기한다.
나이가 들면 주관이 더 뚜렷해지는게 맞나 보다.
읽으면서
무레 요코의 소설을 읽고 싶단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저 잔잔하고 따뜻한 그녀의 소설 말이다.
#무레요코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