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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열 마리 꼬마 유령 ㅣ 봄날의 그림책 13
니시카와 오사무 지음, 황진희 옮김 / 봄날의곰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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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장난꾸러기 유령들이

할아버지를 골탕 먹이는 유쾌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열 마리나 되는 유령이라니 얼마나 시끌벅적할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 그림책은 유령 이야기라기보다

외로움과 돌봄, 그리고 다시 살아갈 힘을 찾는 이야기였다.

​

깊은 숲속 오래된 집에는 홀로 살아가는 할아버지가 있다.

집 안에는 거미줄이 가득하고 먼지가 쌓여 있다.

누군가와 함께 가꾸었을 집은 이제 손길이 닿지 않아 점점 낡아간다.

책에서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지만,

벽난로 위 놓인 사진을 보며 혼자 살고 있는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던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혼자가 되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낼 힘까지 함께 잃어버리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청소를 하고, 밥을 먹고,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조차 의미를 잃어버릴 만큼 말이다.

​

그런 할아버지 앞에 어느 날 열 마리의 꼬마 유령들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장난기 가득한 존재처럼 보였던 유령들은

오히려 집 안을 반짝반짝 청소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따뜻한 일상을 만들어 간다.

할아버지 역시 유령들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

이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유령은 사람처럼 손을 맞잡을 수도 없고,

따뜻한 체온을 나눌 수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은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위로나 해결책이 아니라,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유령이 등장하지만 무섭지 않다.

오히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모습으로든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

어린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도와주는 것'을

거창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꼭 큰일을 해야만 돌봄일까요?"

또 가족은 꼭 혈연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인지,

서로를 아끼고 응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또 다른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받은 작은 친절', '

내가 친구를 위해 했던 작은 배려'를 떠올려 보거나,

우리 반에서 실천할 수 있는 돌봄 약속을

만들어 보는 활동으로 이어가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따뜻한 여운이 오래 남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린이와 어른.

가족과 돌봄, 공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모님.

그림책으로 인성교육과 관계 수업을 하고 싶은 교사.

조부모와의 관계, 외로움,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

어린이들에게는 따뜻한 공감의 마음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삶의 온기를 전해 주는 그림책.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작품이다.

시리즈라고 하니 다음 시리즈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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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미워했던 여름 ㅣ 래빗홀 YA
이로아 지음 / 래빗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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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지만,

우리는 결국 어디로든 움직일 것이다.”


래빗홀 출판사에서 나온 <너를 미워했던 여름>은

‘가짜 무당’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시작부터 시선을 붙드는 청소년소설이다.

무당 행세를 하던 엄마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주인공 연제는 엄마의 ‘재주’를 빌려

가짜 무당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일처럼 보였지만, 연제는 친구 한겸을 둘러싼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이 외면해 온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당’이라는 소재를 단순히 신비롭거나

자극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세상은 연제의 엄마를 무당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연제는 엄마가 진짜 무당이라고 믿지 않는다.

귀신을 믿지도 않고, 기도를 하지도 않는 엄마.

그런데도 엄마는 불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건네며 살아간다.

연제는 그런 엄마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지만,

엄마의 일을 대신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

연제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아이다.

죽음 앞에서도 이상할 만큼 담담하거나,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한겸을 보며

연제의 마음은 자꾸 흔들린다.

한겸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번 죽음의 고비를 넘겨 온 인물이고, 스무 살이 되면

비로소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런 한겸에게 닥친 죽음과 관련된

연제에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자신이 믿어 온 세계가 무너지는 일이기도 하다.

​

특히 연제가 엄마를 미워했던 시간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미워한다고 말할 수 없어 더 오래 미워했던 시간,

상처를 감추기 위해 서로를 밀어냈던 시간,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마음들이 소설 속에서 천천히 드러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한마디로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작품은 보여 준다.

연제는 엄마를 끝까지 보려고 하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을 뒤늦게 마주하고,

그제야 엄마가 숨겨 온 힘과 두려움,

선택의 무게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

<너를 미워했던 여름>은

죽음과 운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한겸을 살리고 싶은 마음,

엄마를 향한 원망,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과 죄책감이

뒤엉키면서 연제는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하지만 소설은 그 혼란스러운 마음을 억지로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흔들리는 채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금의 선택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조용히 말해 준다.

​

나는 연제가 엄마와 자기 자신을

조금은 용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연제가

더 이상 모든 아픔을 자기 탓으로만 끌어안지 않았으면 했다. 미워했던 시간도, 외면했던 마음도,

끝내 하지 못한 말들도

모두 지나온 여름의 일부로 놓아두고

앞으로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다.

​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놓지 않는 <너를 미워했던 여름>은

독특한 소재와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누군가를 미워했던 마음 뒤에 사실은 사랑과 두려움, 미안함이 숨어 있었음을 보여 주는 이야기.

청소년 독자들에게는 물론,

관계 속에서 미움과 후회를 겪어 본 어른들에게도

오래 남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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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바람
예예 지음 / 오잇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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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바람>은 작가의 반려견 ‘뭉게’의 시선으로

일상의 순간들을 담담하고도

자상하게 바라보는 그림책이다.

특별한 사건이 크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머문다.

함께 걷고, 바람을 느끼고,

계절을 지나고, 서로의 곁에 머무르는

평범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조용히 알려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장면은

작가가 등장해 뭉게를 꼬옥 안아주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후회와

끝없는 애정이 느껴졌다.

더 많이 안아줄 걸,

더 오래 바라봐 줄 걸,

더 자주 마음을 전할 걸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반려동물이 없는 나로서는

그 감정을 온전히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 이별해야 함을 알면서도

함께 삶을 나누고, 서로의 하루가 되어 주는 일은

참 깊고도 어려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생명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반려인들의 삶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단순히 먹이고 재우는 일이 아니라,

그 존재의 기쁨과 아픔, 노화와 이별까지 함께 품는 일일 것이다.

행복한 만큼 상실감도 클 수밖에 없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처럼,

뭉게와 작가가 나눈 시간 역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따뜻함으로 남아 있는 듯했다.

이 책에서 ‘바람’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함께 존재했던 시간과 마음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것들,

손으로 붙잡을 수 없지만 오래도록 곁에 남아 있는 것들.

사랑도, 기억도, 그리움도 어쩌면 바람과 닮아 있다.

뭉게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조용하지만 다정했고,

그 다정함 속에는 삶과 이별, 공존에 대한 깊은 울림이 있었다.

수채화로 표현된 그림도 작품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렸다.

번짐과 여백이 살아 있는 그림은

이야기를 더욱 따뜻하고 서정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하얀빛과 부드러운 색감이 어우러져 뭉게의 순한 시선,

바람의 감촉, 지나간 시간의 아련함을 조용히 전해 주었다.

글이 말하지 않는 감정까지 그림이 대신 안아 주는 느낌이었다.

 

​<하얀바람>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거나,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깊은 위로가 될 그림책이다.

또한 생명과 공존, 사랑과 이별에 대해

아이들과 따뜻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은 교사와

보호자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조용하고 서정적인 그림책을 좋아하는 독자,

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져 주는 책을 찾는 독자에게도 잘 어울린다.

 

​작은 존재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사랑을 남길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떠난 뒤에도 어떻게 마음속에 머무는지

보여 주는 그림책이었다.

<하얀바람>을 읽고 나니

오늘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들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지금 함께하는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조금 더 다정하게 안아 주고 싶어지는 책이다.


#하얀바람#예예#오잇#서평단#감동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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