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미워했던 여름 ㅣ 래빗홀 YA
이로아 지음 / 래빗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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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지만,

우리는 결국 어디로든 움직일 것이다.”


래빗홀 출판사에서 나온 <너를 미워했던 여름>은

‘가짜 무당’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시작부터 시선을 붙드는 청소년소설이다.

무당 행세를 하던 엄마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주인공 연제는 엄마의 ‘재주’를 빌려

가짜 무당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일처럼 보였지만, 연제는 친구 한겸을 둘러싼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이 외면해 온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당’이라는 소재를 단순히 신비롭거나

자극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세상은 연제의 엄마를 무당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연제는 엄마가 진짜 무당이라고 믿지 않는다.

귀신을 믿지도 않고, 기도를 하지도 않는 엄마.

그런데도 엄마는 불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건네며 살아간다.

연제는 그런 엄마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지만,

엄마의 일을 대신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

연제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아이다.

죽음 앞에서도 이상할 만큼 담담하거나,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한겸을 보며

연제의 마음은 자꾸 흔들린다.

한겸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번 죽음의 고비를 넘겨 온 인물이고, 스무 살이 되면

비로소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런 한겸에게 닥친 죽음과 관련된

연제에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자신이 믿어 온 세계가 무너지는 일이기도 하다.

​

특히 연제가 엄마를 미워했던 시간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미워한다고 말할 수 없어 더 오래 미워했던 시간,

상처를 감추기 위해 서로를 밀어냈던 시간,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마음들이 소설 속에서 천천히 드러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한마디로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작품은 보여 준다.

연제는 엄마를 끝까지 보려고 하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을 뒤늦게 마주하고,

그제야 엄마가 숨겨 온 힘과 두려움,

선택의 무게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

<너를 미워했던 여름>은

죽음과 운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한겸을 살리고 싶은 마음,

엄마를 향한 원망,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과 죄책감이

뒤엉키면서 연제는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하지만 소설은 그 혼란스러운 마음을 억지로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흔들리는 채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금의 선택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조용히 말해 준다.

​

나는 연제가 엄마와 자기 자신을

조금은 용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연제가

더 이상 모든 아픔을 자기 탓으로만 끌어안지 않았으면 했다. 미워했던 시간도, 외면했던 마음도,

끝내 하지 못한 말들도

모두 지나온 여름의 일부로 놓아두고

앞으로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다.

​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놓지 않는 <너를 미워했던 여름>은

독특한 소재와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누군가를 미워했던 마음 뒤에 사실은 사랑과 두려움, 미안함이 숨어 있었음을 보여 주는 이야기.

청소년 독자들에게는 물론,

관계 속에서 미움과 후회를 겪어 본 어른들에게도

오래 남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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