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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할아버지와 화학 원소 대모험
양서윤 지음, 불키드 그림 / 개암나무 / 2026년 7월
평점 :
'주기율표'라는 말을 정말 오랜만에 들었다.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화학 시간이 떠올랐다.
원소 기호와 이름을 달달 외우며
시험을 준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주기율표는 이해하는 대상이 아니라
외워야 하는 표에 가까웠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그때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화학이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주기율표 할아버지와 화학 원소 대모험>은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에 온 준과 마을 친구 수지가
마을의 수상한 3층 집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그곳에는 주기율표를 만든 화학자 멘델레예프(동명이인일까?), 일명 '주기율표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준과 수지는 할아버지와 함께
원소들이 숨겨 놓은 비밀을 하나씩 만나며
신기한 사건들을 겪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원소의 성질을 이야기 속 사건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는 점이다.
손에 쥐면 녹아 버리는 갈륨,
물과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는 포타슘,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염소처럼
각 원소의 특징이 모험 속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외워야 하는 지식'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된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원소를
우리의 생활과 끊임없이 연결해 준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연필, 동전, 냄비처럼 매일 사용하는 물건에도
다양한 원소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책을 덮고 나서도 "이 물건에는 어떤 원소가 들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원소는 '인(P)'이었다.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오줌을 가열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어지는 내용을 읽으며 금세 표정이 달라졌다.
우리가 생일 케이크의 초에 불을 붙일 때
사용하는 성냥에도 인이 들어가고,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무기의 재료로도 사용된다는 사실이 무척 섬뜩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나의 원소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위험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원소가 발견된 역사와 과학자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설명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 사건과
연결해 들려주니 과학책이라기보다 모험 동화를 읽는 기분이었다.
덕분에 정보가 많음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다음 원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게 되었다.
읽다 보면 "이건 절대 따라 하면 안 되겠다!"
싶은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원소들의 성질이 워낙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 물론 그만큼 화학 실험에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나도 준과 수지와 함께
주기율표 할아버지의 집을 드나들며 원소 탐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원소가 기다리고 있고,
그 원소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역사가 숨어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이런 할아버지가 계신다면
방학마다 찾아가 원소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화학을 처음 만나는 어린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입문서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어려운 개념을 억지로 이해시키기보다
이야기로 호기심을 키워 주고,
실생활과 연결하며 원소를 친근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과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화학과 가까워지는 첫걸음이,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더 깊은 호기심을 키워 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