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지도 모른다."요즘 자주 듣게 되는 이 말이 <폭염 대피소>를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세 명의 작가가 같은 근미래의 배경을 공유하며 쓴 옴니버스 소설 <폭염 대피소>는 <셸터>, <리후의 세계>, <뜻밖의 여름 친구>를 통해 폭염이 일상이 된 세상을 보여 준다. 흥미로운 점은 세 편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인물과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같은 여름을 살아가고 있는가?"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작품 속 세상이 전혀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폭염으로 사람들이 셸터로 대피하고, 에어컨이 생존과 계층을 가르는 자원이 되며, 삶의 터전을 잃은 동물들이 인간과 공존해야 하는 모습은 낯설기보다 현실에 더 가까웠다.특히 <셸터>에서는 사람의 감정이 배제된 AI의 판단이 과연 공정한지 생각해 보게 되었고, <리후의 세계>의 '에어컨 거지'라는 표현에서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시대와 형태만 달리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인간이 만든 변화로 인해 가장 먼저 고통받는 수많은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그런데 이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폭염은 사람들을 갈라놓고, 생존은 차별을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절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시작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폭염 대피소>는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 보면 좋을 작품이다. 책을 덮고 나면, '오늘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