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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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아파했던 또 다른 이름. 조지.
조지는 우리나라 말로 인생은 60부터 라는 나이를 2년 남긴 58년을 살아온 남자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직을 하고 있으며 아직 잊지 못할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지 얼마 안된 가여운 남자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은 짐. 그렇다. 남자다.
흔히 퀴어 라고 말하는 동성애자. 여기서 퀴어는 '기묘한, 별난, 가짜의, 기분 나쁜'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217페이지 설명) 그 당시에는 게이라는 말이 나타나기 전이라고 한다.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남자와 여자.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를까? 이 세부류의 느끼는 사랑들이 정말 다를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조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두 같다는 것이었다.


감정을 굉장히 솔직히 보여주는 조지. 누구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독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정말 솔직히 보여준다. 그것이 조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웃에 대한 혐오감이든, 강의하면서 생각나는 학생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짐과 나누었던 사랑, 샬럿과 이야기하는 인생, 그리고 짐이 죽고나서 다시는 생기지 않을것만 같았던 사랑의 흥분된 감정? 그것은 제자 케이를 보면서 느꼈던 조지의 감정이었다. 그리고 조지는 케이에게 어느 한순간 굉장히 솔직해진다. 흔히 말하는 감정에 충실하기. 어제는 없고 나는 지금 현재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조지와 케이.
그만큼의 인생을 살아와서 일까? 그 인생동안 많은 것을 경험해봐서 일까? 조지는 케이와 집에서 이야기할때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솔직했다. 그 젊은 혈기의 케이보다도.


나는 조지를 보고 그의 삶을 느끼면서 나 자신이 참 부끄러워졌다. 생각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고 산다고 생각했던 나지만 내가 그어놨던 그 선 외에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면을 이 책을 읽으면서 보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하게 산다고 하지만 진정으로 그러진 못했었나보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는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그런 경험일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조지는 나의 생각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 놓았다. 내가 아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왔던 조지. 그가 나의 생각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놓았던 이 책을 번역한 조동섭씨의 말처럼 나도 20년쯤 뒤에 나이 50이 넘고 이 책을 다시보면 지금 보다 더욱더 많이 조지에게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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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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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구천 가운데 맨 위에 있는 하늘. 무엇인가에 열중하여 자기 스스로를 잊은 상태,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가리키기도 함.

책 첫 장을 펼치면 위의 언급한 내용을 먼저 일러두고 있다.

이 책은 너구리 가족 이야기이다.

아버지, 어머니, 큰형, 작은형, 나, 동생. 모두 너구리다.

아버지는 금요구락부 연말 모임에서 너구리요리가 되어 인간에게 먹히고, 그 후로 엄마와 자식들은 무언가 안정되어 있지 않은 세월을 보내는 듯하다.

아버지를 따르려 하지만 늘 아버지만큼 채우지 못하는 큰형과, 아버지와 가장 죽이 잘 맞아서 그에 대한 상실감이 더욱더 커서 개구리가 되기로 결심한 작은형, 아버지의 온갖 낙천적인(?) 성격을 물려받은 나와, 굉장히 겁이 많아서 때로는 둔갑이 풀리기도 하는 동생.

척 보기만 해도 예사롭지 않은 가족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떤 면에서는 환타지 소설 같이 가볍게 보일때도 있지만 읽고나서 느끼는 느낌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사람이 웃고 있는다 해서 다 웃고 있는 것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아마도 우리가 사는 세상사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금요구락부에 잡혀 먹은 아버지가 과연 불쌍할까?

나에게는 이 부분이 참 인상깊었다. 자식들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아버지는 인생을 즐기며 산 만큼 현실에 적응하는 것도 빨랐을 뿐만 아니라 인생을 마감하는 마음가짐도 침착했다.

과연 나는 인생을 마감할 때 이 아버지처럼 그렇게 후회없이 지금 닥친 상황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한치의 후회도 없이? 그게 과연 가능한 것일까?

굉장히 유쾌한 이야기 속에 드리워진 인생관. 아마 그런 아버지가 있었기에 이렇게 유쾌한 가족이 있지 않았을까?

굉장히 바보 같지만 바보라고 느끼는 사람이 더욱더 부끄러워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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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밥상 - 자연을 통째로 먹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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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나도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허나 요리를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잘 하지도 못한다.

애석하기도 하지만.

그런 내가 요리책???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알던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일텐데...

요리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던 내가 요리책을 보고 있다니.

이게 무슨일 일까?

그 시작의 발단은 혼자 사는 남자친구와 나.

서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각자 살고 있는 우리는 요즘 소위 말하는 1인가정.

1인가정의 장점은 다른 사람의 눈치는 보지 않고 하고싶은 대로 집에서 다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그리하여 편리함을 찾아 당연히 식단도 인스턴트가 주를 이룰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도 이제 나이가 조금씩 들어서 인지 어느 날부터인가 가정에서 직접 담근 된장의 맛을 찾게 되었다. 그랬다. 시작의 발단은 맛있는 된장.

물론 위에 말했다 시피 요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이기에 된장을 직접 담근다는건 말도 안되는 생각. 그래서 주변에 요리를 잘하는 언니에게 부탁해서 집에 있는 된장을 조금 얻어와서 끓인 된장찌개는 정말 내가 찾던 그 맛을 선사해 주었다.




마크로비오틱이라... 사실 나에게는 낯선 단어중에 하나였다. 드라마 [스타일]도 보지 않았고, 요리책을 본적도 없으니. 그런 나에게 유독 눈을 이끈 한마디는 [자연을 통째로 먹는]바로 이 부분! 자연을 통째로 먹는다라. 그러면 얼마나 건강에 좋을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등 여러 가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

그래서 읽게 되었다.

마크로비오틱은 웰빙. 슬로우푸드. 로하스. 오가닉 등을 이은 세계적인 건강 트렌드로 macro(큰, 위대한)+bio(생명) 그리고 tic(방법, 기술)의 합성어로 일본의 장수건강법에서 유래했다. -10페이지-

이 책은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낯설어하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요리마다 이해가 가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구성은

마크로비오틱의 4대원리, 쿠킹 노하우, 재료 손질법으로 시작해서 주식, 국, 일품요리, 반찬, 디저트, 치유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굉장히 어려운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책을 읽어보면 간단하다. 그런데 역시 요리는 요리하는 사람의 손맛일까? 사실 아직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실패할까봐 살짝 겁이나긴 한다. 왠지 이 책을 다 읽으면 요리를 잘할 것 같은 마음에 읽기 시작했지만 역시 사람은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요리에 대해 더욱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더더군다나 내가 처음본 요리책이 건강을 생각하는 마크로비오틱에 관한 요리책이라 나에게는 행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입맛에 맞는 건강한 레시피를 만드는 그날까지. 이제 나의 요리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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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김성민 글, 이태진.조동성 글 / IWELL(아이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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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가 정말 사실 그대로 알고 있는 역사는 얼마나 될까?

내가 이제껏 듣고, 배우고, 읽어왔던 역사들이 과연 전부다 사실일까?

어느 정도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사실보다 과장되거나 아니면 축소된 걸까?




요즘 내가 역사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나에게 생기는 물음이다.




이 책에 쓰여 있는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왜곡된 것일까 라는.




1990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가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안중근.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안중근 의사라고 배웠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의사라는 호칭은 일본인들이 이건 민족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한 개인의 충동적인 살인으로 몰아붙이기 위해 의사라고 불리게끔 했다는 것이다.

이날 일어났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은 한 개인의 살인사건이 아니라 안중근 장군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있는 일본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계획적으로 실행했던 사건이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그동안 불러왔던 명칭이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안중근 장군의 아들 안준생.

1939년 10월 16일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이 박문사(남산 장충단에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절)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 이토 히로쿠니에게 사죄하다.

사람들은 안준생을 보고 호부견자(호랑이 아비에게 개 같은 자식), 변질자, 나라를 판 더러운 자식, 친일파 등 이라고 일컬으며 그에게 손가락질 했다.




나 역시도 물론 그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그만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우리에게도 잘못은 있었다.




“우습지 않나요?

영웅의 아들은 개 같은 삶을 살고,

그 변절자의 자식은 다시 성공하고,

아버지는 나라의 영웅이었지만 가족에겐 재앙이었죠.

나는 나라의 재앙이지만 내 가족에겐 영웅입니다.“ 82 페이지.




사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받치고 애국공신들의 자식들은 어렵고 힘겨운 세월을 살아왔고, 친일파의 자식들은 배 땅땅 두들기며 두발 쭉 펴고 잘살고 있으니.

이 사건은 안준생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와서 서로의 잘잘못을 가리기 보다는 다시는 예전같은 과오를 범치 않도록 우리 자신부터,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크기로는 참 작은 책이지만 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내 안에 가장 무거운 중심점을 흔들어 놓을만한 무게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바램처럼 다른 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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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에게 쉼표 - 정영 여행산문
정영 지음 / 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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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겉 표지부터 나의 눈길을 끌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늘인 아침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 푸르스름한 새벽에 세상을 향해 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작고 아담한 창문.

그리고 들려주는 그녀의 여행이야기.




지하철 안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점심시간의 짜투리 시간에도 그녀는 늘 나에게 여행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까르르 웃기도 하고, 슬그머니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짓기도 했다.




내가 처음으로 혼자 갔던 여행이 생각났다.

제주도.

혼자 떠나는 것이 무서워 겁을 먹고 금방 돌아올까봐 일부러 돌아오기 힘든 곳을 택했던 곳이 제주도였다. 공항에 떨어지자마자 얼마나 겁을 먹었던지 버스 정류장을 찾는다고 공항 주차장을 빙빙 돌기만 했으니...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그때의 내모습이 떠올랐다.

여행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나.

그녀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녀에게는 한참 모자란 여행 새내기라고나 할까?

그녀는 내가 배우고 싶은 점들을 너무나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라던가, 적응하는 모습이라던가...

보는이로 하여금 마음이 따뜻해 지게하는 신비로운 마술사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

요즘 들어서 사진 찍는 재미에 빠진 나로서는 그녀의 사진들이 참 고마웠다.

정말 다양한 공간에서 그때만이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감정을 실어냈다고나 할까?

나도 그녀처럼 인생을 통해서 여행하다보면 언젠가는 그렇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지게 해준 그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곧잘 묻는다. 여행지는 어디가 좋은지, 혼자 가도 괜찮은지, 어디서 머물러야 하는지, 위험하지는 않은지에 대해서. 그러면 나는 답한다. 우린 지금 지구를 여행중인데 걱정할 게 뭐가 있겠냐고, 여행은 삶의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삶의 일부일 뿐이니까. 그러니 인생이 끝날 때에야 비로서 여행도 끝날테니까.” 324페이지.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좋든 싫은 지구여행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역시도 지구를 여행하다가 당신을 만났으며,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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