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관심을 가질만한 독자의 연령대가 대략 20대 이상이 아닐까 한다. 요즘 청소년들의 생활을 정확히 알지 못하여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의 경험을 생각한다면 마지막 버스나 지하철을 챙기게 된 시기가 대학생 이후 시절이었던 듯 하다. 그래서 요즘도 동료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막차 언제까지야?’라는 문장을 흔히 사용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서 막차는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대중교통이라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그리고 막차 시간을 확인하고 그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아가와 다이주씨는 막차를 이런 1차원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회적 용어로 말한다면 조금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지켜보려고 했다. 색다른 시점을 관찰과 각 인물별 스토리가 진행되는 옴니버스식의 이야기이나, 단순한 단편작의 종합이 아니라 결국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크게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책의 제목 그대로 이 이야기의 중심 장소는 지하철 안이다. 이번 구간의 막차, 다음 막차를 타기 위한 환승 전 마지막 막차 여기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앞과 같은 상황의 지하철 내에 타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 집중을 했다. 단순히 취객, 시끄러운 사람, 물건파는 사람, 목소리내며 통화하는 사람, 종교얘기하는 사람 등등 우리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일반적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였었다면 실망을 하거나 큰 기대에 미치지 못 했을텐데 다행히 그러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한국에서는 아직 아니지만 최소한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왜 막차를 타게 되었는지,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인지 그 사람의 일상 생활에 들어가서 지켜보게 된다. 바로 선로 위에 멈춰선 막차 안에서 말이다. 지하철이 멈추게되면 사람들은 흠칫 놀라게 된다. 그리고 주변 상황을 살펴보아도 사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기장의 안내 방송멘트에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 모두가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개별마다 자신만의 상황이 있는 것이다. 사람 1명만 개인의 삶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회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 가족의 위독한 소식을 듣고 병원을 가는 길에 멈춘 사람, 오랜만에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사람,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말을 하지 못해, 일찍 만나러 가지 않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등 그 멈춰 있는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정말 길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막차는 왜 멈춰서게 된 것일까? 안내 방송에서는 앞 역에서 인사사고로 인해 잠시 멈추게 되었다며 반복된 정보 전달이 있다. 사람들 중에서는 막차에 멈춰서 아쉬워 하는 사람, 갈 길이 급한데 지하철이 멈춰 화내는 사람,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사사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중요한 일부는 인사사고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부분까지 언급하는 것은 내용을 결말이나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생략하도록 한다. 일상 생활에서의 비일상적인 상황,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특별한 상황이 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의 집합체인 막차의 신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