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고고학이라는게 조그만 붓가지고 조심스럽게 땅을 파는 건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느 세월에 저 땅을 파헤칠건가 생각하고 답답한 분야라고만 여겼는데 역시 큰 오산이었습니다. (역시 책을 읽어야 배웁니다)
별거 아닌 주제를 가지고 기원을 찾아들어갑니다. 막걸리, 소주, 김치, 삼겹살, 소고기... 주변의 흔한 재료를 가지고 저멀리 기원전의 시작을 찾아갑니다.
최초의 술은 탁한 막걸리와 같은 형태라고 합니다. 그렇겠네요. 깨끗한 증류주부터 만들 수 없으니까요.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후기 구석기시대에 빙하기가 끝나가면서 곡물이나 구근류(칡이나 감자같이 뿌리를 먹는 식물), 과일이 풍부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술을 만들게 되었다고 본다. 근동 지역에서는 1만 5,000년 전부터 야생에서 풍부하게 자라는 밀을 용해 맥주를 만들었고, 이후 이집트 문명에서도 맥주를 널리 만들어 마셨다. 그런데 이때의 맥주는 지금처럼 청량하고 맑은 음료가 아니었다. 오히려 탁하고 걸쭉한 막걸리 같은 것이었다. 즉, 초기에는 맥주와 막걸리가 같은 종류의 술이었다.
유물로 현전하지 않는 술에 관한 정보를 고고학에서 알아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술을 만들고 담아둔 그릇을 발굴하는 것, 그릇에 남아 있는 술 찌꺼기를 찾아내는 것,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거나 만드는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나 벽화를 찾는 것이다.
21p.
저도 요즘 나이들어 자꾸 사래걸리고 흘리게 되는데 맥주를 빨대로 마셨답니다. 분명 어르신들의 음주습관일겁니다.
소주가 알려지게 된 것은 몽골제국의 문화정책이었습니다. 고려에서 소주를 아랄길이라 불렀는데 아랍의 증류시설인 알렘빅에서 나왔습니다. 아랍어로 땀이라는 뜻인데 증류과정에서 땀이 한방울씩 떨어지는 모습이랍니다. (고고학자라 알려주는 정보가 깊이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염장한 돼지비계는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이 대목은 사진과 같이 나오는데 왜 이리 먹음직스러운가요. 사진과 글을 보고 ˝살로 돼지고기˝를 사려고 인터넷을 뒤졌는데 안나옵니다. 언제 세계화가 될런지.
돼지비계를 염장한 ‘살로(salo)‘였다. 살로를 만드는 레시피는 지역과 사람마다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그 기본은 대개 비슷하다. 서늘한 봄이나 가을에 돼지비계 또는 삼겹살을 준비해 큼지막하게 잘라서 항아리에 넣고 그 위에 소금을 넉넉히 뿌린다. 며칠이 지나면 삼투압 현상으로 소금이 비계에 배어들며 염장이 된다. 기호에 따라서 소금과 함께 후추나 고추 같은 향료를 넣기도 한다. 완성된 살로는 얇게 잘라서 빵 위에 얹어 먹는다. 살로는 고열량인 데다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살로는 우크라이나의 전통 음식인데,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에는 우크라이나 출신이 아주 많기 때문에 그들의 음식이 자연스럽게 시베리아의 토착 음식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50-51p
눈오는날 찾는다는 설하멱이라는 조선 후기 소불고기 요리도 흥미롭습니다. (아니 왜 이리 먹을 것을 많이 찾아내는거죠. 저자 강인욱 선생이 미식가인가 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집어 이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놓고 이여기해주니 더욱 재미있습니다.
조선 후기에 인기가 많았던 소불고기 요리로는 설하멱(雪下覓)을 꼽을 수 있다. ‘눈 오는 날 찾는다‘라는 뜻의 설하멱은 일종의 꼬치구이로, 소고기를 불에 구웠다가 찬물이나 눈에 넣어 식힌 후 기름을 발라서 다시 한번 구워 먹는 요리다. 지금도 유라시아 일대에서 널리 유행하는 꼬치구이인 샤슬릭도 분무기 같은 것으로 물을 뿌리면서 고기를 구우니, 요리법이 비슷하다.
63p.
모방과 진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경주박물관의 금관 도난 사건을 알려줍니다. 두번이나 분실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복제품을 진열한다는 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고고학은 항상 이야기가 따라 나옵니다. 기원을 찾아가고, 발굴을 해내고, 손질, 보관을 하면서 현재에 즐기고, 다시 미래로 전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정말 재미나게 적어놨습니다. 읽다보면 페이지 남은 부분이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거의 다 읽고 혹시 하고 찾아보니 저자의 다른 책도 나와있습니다. 두근두근입니다.
모두 32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하나하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주제입니다.
#고고학
#세상모든것의기원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