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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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이기원 (지은이) 마인드마크 2025-03-11

"사사기"는 AI판사 저스티스-44가 주도하는 완벽한 정의 사회입니다. AI는 과거의 판례와 법률 데이터를 학습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결을 내리며, 모든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습니다. 우리가 챗GPT를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펼쳐집니다. 거기에 의료분야에는 루크17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유토피아가 펼쳐집니다. 의사는 그저 하녀처럼 옆에서 시중을 들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일만 있으면 소설이 아니죠. 아주 작은 틈이 벌어지면서, (그것 역시 인간의 욕심입니다) 빈틈을 매우는 과정에 얽히고 꼬입니다.
AI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긍정과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범죄율 제로의 평화로운 세상의 뉴소울시티는 긍정적인 결과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오작동같은 사건들과 이면에서 자료를 삭제해버리는 무서운 일이 생기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입니다.

미국의 경우 일론머스크도 트럼프에 돈을 바치고 경례를 하는 것을 보면 기업 위에 권력이 있구나 체념을 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선거로 선출되는 국가가 아니라 전국기업인연합(전기련)이 도시를 통치하는 설정이 나옵니다. 살짝 통쾌하기는 합니다. 오직 실적과 결과를 보여줘야하는 기업이 나라를 다스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인공지능이 판결을 내리는 전지전능한 권한을 가지면 좋은 부분이 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객관적 판단이겠지요. 실제 인간판사는 점심을 먹은 후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판결의 강도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경험, 감정, 선입견에 좌우됩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니 더 정확하겠지요.
다음은 일관성있는 판단입니다. 인간은 3심밖에 없는데도 1심과 2심의 판단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인공지능은 동일한 기준과 알고리즘으로 마치 녹음기처럼 같은 사건에 같은 판단을 내릴 것입니다.
정말 좋은 점은 빠른 처리속도입니다. 지금의 재판은 몇달, 몇년이 걸리는데 인공지능은 초단위로 판단하여 결론을 내립니다. 수천, 수만장의 자료를 바로 인식하여 정확한 답을 도출해냅니다.

반면에 인공지능의 문제들도 있겠습니다.
알고리즘 편향이 있습니다. 지피티에게 물어보면 틀리는 답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두번 틀리면 바로 사과하고 고쳐주는데 계속 틀릴 경우에는 그냥 포기해버립니다. 잘못을 지적하면 직접 찾아보십시오 하고 삐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편향된 정보를 계속 주입하여 인공지능이 이상하게 변질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오류 가능성도 무시못합니다. 배우고 축적된 정보들이 인간이 설계하고 학습시킨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오류나 버그가 나옵니다. 오류가 계속 되면 수정하기도 하지만 나몰라라 하기도 합니다. 의료 진단의 오류라면 환자가 죽어버리고, 자동차의 판단 오류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간의 판단에 문제가 생기면 판단을 내린 사람이 책임을 집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판단이 문제가 되면 누가 책임을 지게될까요. 책에서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저스티스가 시스템을 교란하는 짓을 하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지피티에게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한편으로 공정한 인공지능 판사에 열광할 것같은 제 모습도 있고, 아니면 말고하는 무책임한 인공지능의 태도에 분노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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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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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은이) 열림원 2025-02-28

보들레르, 조아킴 롱생, 발터 벤야민...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내가 샤를리다˝ 라는 프랑스어의 3단어로 조합하는 하이쿠를 놀라워합니다.
책의 곳곳에 멋진 문장들이 등장합니다.
모든 것에는 많은 우연이 개입한다. 프루스트
보리수 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의 맛. 프루스트
나는 다른 사람이다. 프루스트
나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랭보
외롭게 사는 사람들을 항상 그 영혼 속에 기꺼이 이야기하고 싶은 무언가를 품고 사는 법이다. 체호프
바람이 분다. 살려고 애써야겠다. 폴 발레리

처음 읽으면서 윤증과 미나가 사귀게 되는건가? 장과 미나가 친해지는건가? 둘다 아닙니다. 그럼 이건 연애소설이 아니라 인생현실인건가 의아해하면서 두번째 읽어보니 조금 이해가 됩니다. 역시 프랑스 관련 연구를 한 저자라 한번에 이해하기 쉽게 쓰지 않았습니다. 대충 내용을 알면서 세세한 문장들을 읽어보면 상당히 진한 감정이 감춰져 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새겨진 묘석들을 따라 걷는 일은 낯선 경험이었다. 어떤 죽음은 100년도 더 전에 일어났고. 어떤 죽음은 일주일 전, 또는 사흘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는 묘지 밖으로 나오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이 내 앞에서 걷다가 하얀 철문에 이르자 비켜서서 나를 먼저 내보냈다. 그리고 자신도 뒤따라 나오며, 하얀 철문에 매달려 있던 검은 종을 손등으로 가볍게 특 쳤다. 그러고는 한 번. 두 번 연달아 종을 쳤다.
우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해변의 묘지를 내려왔다.
오후 4시경이었다.
122p, 세트
이런 묘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이 살아있어 화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왜 묘지를 방문한건가 이상했는데 폴 발레리의 시가 나온 바로 그 장소입니다. 역시 소설가는 그런 영감을 찾는 곳으로 가는군요. 소설 속의 인물도 따라 갑니다.

등장인물은 세 사람입니다. 그들의 상당히 미묘한 관계와 여행에서 인생의 우연, 운명이 마주칩니다. 윤고은소설가의 ‘세 사람이 시차를 두고 완성하는 산책이 별의 궤적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자연스럽게 별자리가 교차하듯이 만나고 시간이 되면 헤어집니다. 이들의 여정은 간절곶, 파리, 부르고뉴, 세트, 페르피냥, 포르부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이어집니다.
세상의 만남은 우연일까요, 운명일까요. 이 것 역시 교차합니다. 우연인듯이 만났다가 운명인듯한 의미를 남깁니다. 이 세 사람 모두 문학을 좋아하기에 문학과 예술도 교차? 융합됩니다.
발터 벤야민의 철학, 프랑스 문학의 흔적, 그리고 현대의 SNS 까지 다양한 텍스트들이 어우러집니다.

사실 제목 ‘밤 인사‘가 비범한 단어이지요. 아침, 점심까지는 인사가 어울리지만 방 임사라니, 묘한 어감을 줍니다. 거기에 참으로 끌리는 문구 ‘세상의 모든 밤을 향해, 잘 자요‘ 한 마디에 끌려들어가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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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법구경 옛글의 향기 11
법구 엮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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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법구경
법구, 최상용 (옮긴이) 일상이상 2025-03

법구경은 부처님의 좋은 말씀을 모아놓은 명심보감같은 가벼운 느낌의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의외로 깊이 깊숙이 들어가는 경전입니다. 부처님 열반후 300년이 지난 후에 법구스님이 엮었다고 합니다. 인도, 빨리어 원전이 8종이 있습니다. 담마빠다, 다르마빠다, 우다나바르가의 이름인데 발견은 상당히 최근입니다. 문헌은 기원후 1500년경입니다. 그전에는 암송으로 내려왔을까요. 대단한 전승입니다.

중국 번역도 3세기-10세기로 4종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법구경 : 224년 유기난(維祇難) 등이 번역. 39품.
법구비유경 : 290-306년 사이 법거(法炬)와 법립(法立)이 번역. 42품
출요경 : 383년 축불념(竺佛念)이 번역. 33품
법집요송경 : 산스크리트어 『우다나바르가』 번역으로, 980-999년 천식재(天息災)가 번역. 32품
39품 구성이라 엄청날 것같지만, 각각 20여개의 게송이라 그저 한편에 에세이를 읽는다고 생각하면 수월하게 읽힙니다.

1 무상품(無常品, 21게) 인생무상이죠. 그릇, 강물, 목숨, 재산, 영화, 복록, 심지어 재앙까지 모두 변합니다. 영원한 것은 없고 오직 올바른 도만이 참된 것입니다.

2 교학품(教學品, 29게) 수행으로 밝음을 배우고 깨닫게 합니다. 빈 들파의 코끼리처럼 홀로 가라고 합니다. (如空野象) 멋진 말입니다.

3 다문품(多聞品, 19게) 많이 듣고 배워 도를 이루어 깨달음에 이릅니다. 교만하면 장님이 등불을 든 것과 같아 남들에게 밝히지만 자신을 밝히지 못합니다. 살면서 이런 경험이 많이 있지요. 말은 그럴싸하지만 정작 그대로 하지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혜로우려면 자신을 낮추고 듣고 배워야합니다.

4 독신품(篤信品, 18게) 인연에 따라 바르게 보라고 합니다. 믿음, 부끄러움, 계율(信懺戒)이 마음의 보배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7가지 재물이 있는데 믿음, 계율, 부끄러움, 창피함, 들음, 보시, 지혜입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 재물을 가지고 있답니다.

5 계신품(誡慎品, 16게) 선한 도리를 받들고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금제하여 후회가 없도록 합니다. 무회(無悔)입니다. 주역의 이치가 여기에도 나옵니다.

6 유념품(惟念品, 12게) 안반을 행하며 사유하면 도의 기강(道紀)을 깨닫는다. 이거 멋집니다. 안반수의, 알아차림이 여기 있었네요.

出息入息念 具滿諦思惟 從初景通利 安汝佛所說
출식입식념 구만체사유 종초경통리 안여불소설
내쉬는 숨과 들이쉬는 숨길을 내밀하게 수식관을 하며 생각하십시오. 복부에 숨이 가득 차면 살피고 사유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면밀하게 소통하다 보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것과 같이 마음이 편안해진답니다.
50-51p, 유념품
​(20자를 멋지게 번역합니다)

7 자인품(慈仁品: 19게) 성인이 밟아온 덕망은 넓어 한량이 없다. 자인품은 바로 대인입니다. 慈仁, 좋은 말씀입니다.

8 언어품(言語品, 12게) 언어는 도리에 맞고 이치에 타당해야 합니다.

9 쌍요품(雙要品, 22게) 서로 짝을 지어 이치를 드러내고 한쪽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승에서 근심이 생기면 저승에서도 걱정하게 된다.
이승에서 기쁨이 생기면 저승에서도 기뻐하게 된다.
이승에서 후회하면 저승에서도 후회하게 된다.

10 방일품(放逸品, 20게) 올바른 도로 어질게 살아갈 것을 권합니다.

11 심의품(心意品, 12게) 마음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어내면서도 다함이 없습니다.

12 화향품(華香品, 17게)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것을 보는 것처럼 거짓을 진실로 되돌려야 한다. 꽃과 향의 가르침인데 무슨 거짓을 되돌리는 건가 이상했습니다.

如蜂集華 不曉色香 但取味去 仁入聚然
여봉집화 불효색향 단취미거 인입취연
꽃들에 날이든 벌이 꽃과 향기를 어지럽히지 않고 꿀만 먹고 날아가는 것처럼, 어진 사람은 마을에 들어가서도 그렇게 한답니다.
89p, 화향품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필요한 일만 하고 욕심, 욕망을 내지 않습니다.

13 우암품(愚闇品, 21게) 어리석음과 밝음을 알려줍니다.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지치고 피곤한 사람에게 길은 더욱 멀다고 합니다.

14 명철품(明哲品, 17게) 지혜로움을 받들어 수행하는 사람은 정법을 자신을 비추는 맑은 거울로 삼습니다.

15 나한품(羅漢品, 11게)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욕심을 버리고 집착하지도 않으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아라한의 경지입니다.

16 술천품(述千品, 16게) 천마디를 외워도 잡념을 없애는 한마디가 낫습니다.

17 악행품(惡行品, 22게) 악인과 결별해야 근심걱정이 사라집니다. 앗. 그렇다면 근심걱정이 있으면 주변에 약인이 있는건가요.

18 도장품(刀杖品, 14게) 도장, 칼과 몽둥이를 쓰지 말라고 합니다. 그 시절에는 뭉둥이로 때렸나보죠. 무서운 말이 나옵니다.

雖倮剪髮 長服草衣 沐浴踞石 奈癡結何
수라전발 장복초의 목욕거석 내치결하
비록 세속의 옷을 벗고 머리 깎고서 풀로 지은 옷을 길게 드리워 입고, 머리 감고 몸을 씻고서 반석에 앉은들 어리석음으로 인해 맺힌 번뇌는 어찌한단 말인가?
128p, 도장품
겉으로는 아무리 좋게 보여도 내면이 중요합니다.

19 노모품(老耗品, 14게) 힘써라, 노력하라. 늙어 후회하지 말아라.

20 애신품(愛身品, 13게) 애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배움으로 자신을 유익하게 하는 것인데 멸죄흥복입니다. 죄업을 없애고 복덕을 일으킵니다.

21 세속품(世俗品, 14게) 세상은 허깨비나 꿈과도 같으니 (世幻夢) 도를 닦아야 합니다.

22 술불품(述佛品, 21게) 부처님의 신묘한 덕은 세상을 이롭게 하고 밝은 덕은 세상의 법칙이 된니다. 공부하는 방법과 길을 알려줍니다.

23 안녕품(安寧品, 14게) 내 삶이 이미 평안하면 원망도, 분노도, 질병도, 우울함도, 욕심도 문제없습니다.

24 호희품(好喜品, 12게) 기쁨도 욕심도 적당히 합니다. 애욕, 걱정, 미움, 두려움, 탐욕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알려주지만 할 수가 없습니다)

25 분노품(忿怒品, 26게) 분노하면 해를 입고 자애로우면 하늘도 돕습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26 진구품(塵垢品, 19게) 맑고 탁한 것을 분별합니다. 맑고 명백한 것은 배우고, 더럽고 욕된 것은 행하지 않아야 합니다.

27 봉지품(奉持品, 17게) 탐욕과 사치는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나이가 많고 어리석은 이를 늙은이라 말합니다. 명원청결해야 장로입니다.
머리를 깎았지만 탐취하면 범부이고, 식심멸의해야 수행자입니다.

28 도행품(道行品, 28게) 중생을 제도하여 번뇌와 미망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팔정도, 사성제를 행하고 탐진치를 없애야 합니다.

三念可念善 三亦難不善 從念而有行 滅之爲正斷
세 번 생각해야 선행을 생각할 수 있으며 세 번 다시 생각하면 선행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각에 따라 행하게 되니 번뇌를 없애고 바르게 끊어내야 한답니다.
195p, 도행품.
무작정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세 번 생각해야 선행을 할 수 있습니다. 깊이있는 말입니다.

29 광연품(廣衍品, 14게) 선과 악은 작은 것이 쌓여 크게 됩니다.
30 지옥품(地獄品, 16게) 악행을 지으면 과보를 받고 죄업에 이끌립니다.
31 상유품(象喻品, 18게) 선을 행하면 복된 과보를 받고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왜 상유품일까 했더니 코끼리에 비유합니다.
32 애욕품(愛欲品, 33게) 천함, 음욕, 은정, 애정으로 사람들이 다투기 때문에 재앙과 해악이 생깁니다.

33 이양품(利養品, 20게) 탐욕을 방지하고 덕을 보고 의롭게 생각하여 삶을 더립히지 않아야 합니다.
파초는 열매를 맺음으로써 죽고 대나무, 갈대도 열매를 맺으면 죽습니다. 버새는 새끼를 배면 앉아서 죽는답니다. 사람은 탐욕 때문에 스스로를 잃게 됩니다. (225p)

34 사문품(沙門品, 32게) 사문이 지켜야할 일을 설명합니다. 오욕(식, 색, 수면, 명예, 재물)을 버리고 오혹(탐진치만의,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고 교만하고, 의심하는)을 끊고 오근(안이비설신)을 생각하여 살펴야 합니다. 참으로 하나도 제대로 다스리기 힘든 건데 이를 한번에 해결합니다.
이 15가지를 분별한다면 생사의 강물과 연못을 건널 수 있습니다. 호오. 사후에 강과 연못이 있나봅니다. (河淵)

35 범지품(梵志品, 40게) 애욕, 사랑과 욕망이 없는 범천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을 아는 이가 범지랍니다. 범지, 도인, 현자, 대충 이해가 되는데 ‘욕을 먹거나 매질을 당해도 성내지 않고 묵묵히 참아낸다‘고 합니다. 대단한 경지입니다.

36 이원품(泥洹品, 31게) 진흙니, 강이름원이길래 무슨 뜻일까 고민했는데 범어 니르바나의 음역이라고 합니다. 열반으로도 번역되지요. 도교의 상단전에 니환泥丸궁이 있는데 저멀리 깊이 있는 무언가를 의미하나 봅니다.
인내는 최고의 방책이고, 이원은 최고의 경지입니다.

37 생사품(生死品, 18게) 영혼은 행함에 따라 바뀌어 태어납니다. 사대, 사음, 십팔정, 십이연기가 나옵니다. 이런 어려운 개념들이 초기에 이미 완성되었나 봅니다. 제일 궁금한 부분은 其情十八種인데 열여덞개가 뭔가 모르겠습니다. 또 영혼이 머무는 곳이 아홉곳(九處)이 있습니다. 9차크라일까요.

38 도리품(道利品, 20게) 임금, 부모, 스승. 앞서간 자들은 선한 도를 보여주면서 올바르게 이끌어야 합니다.

39 길상품(吉祥品, 18게) 길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법을 즐겁게 맏는 것이 길상이라고 알려줍니다.

법구경이라고 짧은 문구로만 나열되어 있어 도덕책이냐고 우습게 알았는데, 전혀 아닙니다. 한줄한줄 되새기면서 읽을 내용이 가득합니다. 번역, 한문, 독음이 한눈에 보이게 편집하여 더욱 좋습니다. 저자의 번역실력이 여실히 들어납니다. 한자는 4글자 * 4 =16자 (혹은 5 * 4로 20자) 뿐인데, 서너줄로 풀이합니다. 저도 대충 이해하려고 한문구절을 읽어보는데 아! 이걸 이렇게 번역했구나 하고 계속 감탄하게 됩니다. 참 좋은 경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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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 - 인문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80 작품 속 최고의 문장들
이명현 지음 / 땡스B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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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
인문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80 작품 속 최고의 문장들
이명현 (지은이) 땡스B 2025-03-05

자그만치 80권의 명문장이 들어있습니다. 물론 단순 문장만 들어있는것이 아닙니다. 좋은 문장을 발췌하여 80개의 생각할 거리를 주고, 책에 대한 서평이 들어있어 이 책은 찾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꼬리를 무는 독서가 가능합니다. 거기에 나라면 이 문장을 선택했을텐데 하고 비교도 할 수 있습니다.
80권의 책 문장은 과학의 생각으로 살펴보는 인문학의 감성 문장입니다

좋은 문장을 두번 세번 다시 읽어보면 마음속에 울림이 점점 커져서 단순 독서가 아니라 깊은 여운의 메아리가 됩니다.
그 80문단을 하나씩 필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책을 여러번 읽어 인생의 문장을 찾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 읽을 적에는 이 대목이 인상적이고, 다시 읽을 때는 또다른 문장이 감동적입니다. 일단 그런 고민을 독자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는 과학자가 80편을 엄선해놨으니까요. 그저 한페이지 펼쳐 적어보면 차곡차곡 필사내공이 쌓입니다..

사각거리는 필사를 통해 문장을 옮겨 적으면서 많은 생각이 흘러갑니다. 읽을 때는 느낄 수 없는 생각의 속도가 만들어집니다. 문장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고 독자적인 해석이 더해집니다. 능동적인 독서 경험이 반짝 생겨납니다.

필사의 장점은 많습니다.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해줍니다. 5분에서 십분 정도 적으면서 기억의 구석에 쌓이는 듯 느껴집니다.
손으로 글을 쓰는 행위는 뇌의 운동 피질과 기억영역을 자극합니다.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것이죠. 책을 읽고나서 몇일만 지나면 내용을 잊어먹는데 ‘적는 행위‘는 도움이 됩니다.
한번에 많은 책의 일면을 보게되니 사고력이 확장됩니다.
엄선된 문장은 감성을 자극하여 적다가 위안, 위로, 영감을 받습니다.
매일 한문장을 적으면서 독서습관, 필사습관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필사를 하면 단순히 문장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생각하기가 됩니다. 글의 의미를 분석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비교하고 비판하는 시선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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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 - 과학 전문기자가 전하는 세상 속 신비로운 이야기
모토무라 유키코 지음, 김소영 옮김 / 미디어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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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
과학 전문기자가 전하는 세상 속 신비로운 이야기
모토무라 유키코 (지은이), 김소영 (옮긴이) 미디어숲 2025-03-20

과학 전문기자가 2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써왔던 칼럼들을 엮었습니다. 그럼 20년 전의 글이냐. 그건 아닙니다. 2019년 이후에 쓴 글들을 모았습니다. 어렵군요. 경력 20년도 홍보해야 하고, 최신 기록임을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 험난한 사정에 비해 글을 깔끔하고 좋습니다. 웬지 과학과 안맞는 UFO나 고양이의 이야기에도 과학적인 관점이 보입니다.

거의 70여편의 에세이가 1, 2, 3부로 나누어져 들어있는데 분류는 조금 어색합니다. 그냥 칼럼 중에서 인상적인 소제목 하나를 골라 3부의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몇가지 (아니, 꽤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글이 술술 읽힙니다. ; 팩트만 나열하는 진지함이 아니라 이야기나 경험담으로 에둘러 설득합니다. 2페이지로 한 편이 끝나니 읽기 편합니다.
과학적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 내용에서 억지나 고집이 없습니다. 뭔가 올바른 생각을 전해듣는 느낌입니다.
노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 대상포진에 걸려서 진통제 처방을 받고 가만히 집에 돌아와 건강한 생활을 노력합니다.
일상의 사건들을 과학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과학원리를 어렵게 설몋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 뮤온이라는 물질로 고분을 투시하는 실험에 대해 평이하게 기술합니다.
환경을 걱정하는 눈높이가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 매머드, 열대 우림 등을 걱정할 때는 지구에 대한 근심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보이고, 곤충을 먹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에도 인간적인 면이 엿보입니다.

영구 동토에서 동결 상태로 발굴된 매머드의 체세포를 사용한다. 세포에서 핵을 꺼내 코끼리 난자의 핵과 바꾸고, 코끼리의 자궁으로 이식해서 출산하게 하는 것이다.
성공 사례는 아직 없다. 야심찬 연구지만, 1만년 전에 멸종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호기심만으로 부활시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88p, 피어라, 져라, 인간의 뜻대로

중간 쯤에 저자가 66년생 여성이라고 눈치챘습니다. 모토무라 유키코. 모토무라만 읽고 과학 전문기자이니 남자겠구나 했는데 유키코만 읽으면 당연히 여자이름입니다. 뭐랄까요. 남녀 구별도 못할 정도로 글이 차분하고 편안합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여성적인 섬세함이 가득한 글이었습니다.

책의 곳곳에 일부러 찾아 읽을 만한 책들을 소개합니다. 소개 방법도 자연스럽습니다.
안드레스 루소, 끓어오르는 강 (절판)
이본 쉬나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라이팅하우스)
왕가리 마타이, 위대한 희망 (동화책으로 여러권 나옴)
라르스 뮈팅, 노르웨이의 나무 (Helved) 국내 미번역
후란시스 아스크로프, 생존의 한계 (전파과학사)

이렇게 80여 편의 에세이는 80개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79개던가, 세다가 말았습니다)

다 읽고 두번째 읽을 때 프롤로그를 다시 보니 전체적인 관점이 보입니다. 이래서 책은 두번, 세번 읽어야 합니다.

세상의 사건을 저 나름대로 음미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칼럼이나 에세이로 적어 왔습니다. ‘과학 기자‘라는 간판을 짊어지고 20년 이상이 흘렀는데, 이렇게까지 뒤죽박죽이고 참 실속은 없지요. 이제부터는 ‘잡식계 과학 기자‘로 이름을 바꾸겠습니다.
그래도 테마를 보고 있자면 제 안의 ‘척도‘가 보이기 시작해요. 아무래도 크고 화려한 것보다 작고 소소한 것들을 좋아하나 봐요. 크고 화려한 것은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주변 사람들을 다짜고짜 휘말리게 해요 과학, 기술에서도 화려한 목표를 설정해서 거액의 돈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프로젝트가 결과적으로 가늘고 길게 이어져 온다른 분야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사례를 봐 왔어요.
6p,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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