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의 말과 지브리 -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통해 배우는, 지금을 살아가는 법
호소카와 신스케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선의 말과 지브리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통해 배우는, 지금을 살아가는 법
호소카와 신스케, 민경욱 (옮긴이) 대원씨아이 2026-08
한 분야를 오래 지속하면 어떤 분야든지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어렵기만 한 선(禪)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친숙한 애니를 파악합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장면이 떠오르는 좋은 결합입니다.
달마의 불식(不識)과 《모노노케 히메》
9년간 수행을 하여 참깨 두부를 만들고 바느질, 밭농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좌선은 무언가를 쌓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버리려고‘ 합니다. 달마 대사가 양나라 무제와의 문답에서 불식(不識)은 그냥 모른다가 아니라 분별과 관념을 내려놓는 것이랍니다. 안다고 설명하기는 쉽습니다. 모른다, 알지 못한다는 대답은 질문한 이의 허를 찌르는 대답입니다. 어쩌면 모른다는 대답에서 비로소 명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대사일번 절후재소(大死一番 絶後再蘇)와 《마녀 배달부 키키》
좀 어렵습니다. 한번 크게 죽어야 다시 살아난다는 뜻인데 (책에는 따로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죽음이 육체적인 죽음이 아니고 모든 것을 잃은 ‘무‘의 상태랍니다. 키키가 날지 못하게 되고 빗자루도 부러지는 상황입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상실감마저 놓아버리고 구하겠다는 일심으로 되살아납니다.
일기일회(一期一會)와 《바람이 분다》
일기일회가 일본 다도에서 나온 말이로군요. 오늘 모임은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가치가 있다. 목숨을 걸고 이순간에 임해야 한다는 각오가 들어있습니다. 전쟁의 시대와 시한부 삶 속에서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살아갑니다.
당처즉연화국(当処即蓮華国)과 《반딧불이의 묘》
전쟁 상황 속에서 어린 남매가 살아가는 고단한 일상입니다. 공습과 기근 속에서 남매가 서로를 보살피며 반딧불이를 바라보던 순간을 그립니다. 일본 임제종의 하쿠인 선사가 자신의 깨달음을 정리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를 최선이라고 생각하면 행복이 가득 찬다고 해설합니다. 어려운 문장, 어려운 영화입니다. 찰나의 순간을 찰칵하고 인식합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과 《이웃집 야마다 군》
舉. 雲門垂語云, 十五日已前不問汝, 十五日已後道將一句來. 自代雲, 日日是好日.
운문 선사가 법문에 들어 말씀하셨다.
보름(15일) 이전의 일은 너희에게 묻지 않겠다. 보름 이후의 일에 대해 어디 한 마디 일러보아라.
제자들이 아무 말도 못 하자, 선사가 스스로 대답하셨다.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다(일일시호일).
일일시호일이 여기서 나왔군요. 무슨 일이 있어도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일까요. ‘이웃집 야마다 군‘은 평범한 가족의 일상입니다. 부질없어 보이지만, 유쾌하고 시끄러운 모습입니다. 운문선사의 답과 다른 느낌이지만 슬쩍 유령화와 바쇼의 임종어로 현재를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다시 임제스님어록입니다.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지금 서있는 곳이 모두 진리이다.
원문을 찾아보니 뒤에 몇문장더 붙어있습니다.
隨處作主하면 立處皆眞하야 境來에 回換不得.
어디를 가나 주인공이 되기만 한다면 선 자리 그대로가 모두 참되어서 경계가 다가온다 하여도 그대들을 어지럽히지 못한다.
선문답은 참 좋습니다. 생각하게 만들고 생각을 멈추게 합니다. 저자는 어려움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주위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자세라고 합니다. 이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센과 치히로의 장면에서 이런 문장을 배치하다니 멋집니다.
어려운 문장과 영화의 화면을 일치시키는 수고로움에 감동이 더해집니다. 앗. 이 장면을 보고 이 문장을 연결했구나 감탄을 하게 됩니다. 선어는 한자어의 장벽에 가로막히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또 멈추게 됩니다. 이것들을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로 풀어주니 일단 장면이 떠올라서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림으로 이해하는 단어 암기방법같습니다. 키키의 마법 상실, 토토로와의 만남, 나우시카의 부패의 바다 탐험 같은 구체적인 서사를 풀어내니 선어의 의미가 머리속에 입체로 구성됩니다.
책을 읽고 나니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들의 깊이가 생생하게 느껴지고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다시 정주행해야 할까요) 사실 재미있어 보았지만 저렇게 이해할 수 있구나 놀라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