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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ㅣ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6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서경
박찬근 청년정신 2026-08
제목이 서경이라 되어있으면 한번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페이지도 205p. 적당한 분량입니다. 대충 단산 선생이 서경의 핵심 구절을 짚어주는 내용이려니 하고 부담없이 사계절(목차가 춘하추동)로 들어갔습니다.
이게 웬일인가요. 술술 넘어가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아집니다. 한두줄의 구절을 가져오는데, 이런 명문장이 있었구나, 결국 서경 전체를 봐야할 건가는 생각도 들고, 사례로 드는 이야기들이 절묘하게 맞아집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1. 春, 리더의 조건, 씨앗과 뿌리
봄은 출발이고 뿌리를 내리는 계절입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정일집중(精一執中) ; 두 마음을 버리고 하나의 중심을 잡아라
긍긍업업! 멋진 말입니다. 삼가고 또 삼가라.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리의 마음은 미미하니 오직 정밀하고 오직 한결같이 하여 진실로 그 중용을 잡아라
14p, 서경 대우모
마음은 항상 제멋대로 움직이죠. 그래서 위태롭습니다. 올바른 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을 미微 한글자로 적으니 미묘한건가, 미세한가, 알 수 없습니다. 유정유일하게 들어가야 합니다.
이 한문장을 놓고 세종대왕, 얀산군, 정조, 스티브잡스까지 불러옵니다. (이야기가 재미납니다)
임현물이(任賢勿貳) ; 어진 사람을 쓰되 두 마음을 품지 마라
누구나 남 밑에 있기도 하고 남 위에 서기도 합니다. 정조는 상소가 빗발치는데도 채재공을 신뢰합니다. 광해군은 동생도 죽이는데 결국 쫓겨납니다. 링컨은 비아냥대는 정적마저 품어 동료가 됩니다. 일의 성패는 인재를 발탁하여 잘 쓰는데 있습니다.
민유방본(民惟邦本) ;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니
세종대왕은 매일 경연을 열었습니다. 연산군은 경연도 없애고 격쟁도 금했습니다. 간디의 소금행진은 78명이 시작하여 최종적으로 수만 명이 함께 헀습니다. 일과 조직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호문즉유(好問則裕) : 묻기를 좋아하면 여유로워진다
물어야 합니다. 이순신장군은 명량해전 전날 배는 겨우 열두 척 뿐인데 부하들을 불러 물었습니다. 아. 난중일기도 다시 봐야겠습니다. 공자의 매사를 묻는 일도 설명합니다. ‘알면서도 묻는 것이 묻기를 좋아함의 더 깊은 차원‘입니다. 이제 이해가 됩니다.
2. 夏, 리더의 실천, 성찰과 열기
여름에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언행일치, 불긍세행, 무일, 유비무환입니다. 봄에 기본과 뿌리를 내리고, 여름에 실행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으로 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언행일치(言行一致) _ 말은 쉽고, 행함은 어렵다
부열은 ˝앎이 어렵다˝고 하지 않고, ˝행함이 어렵다(간艱)˝고 했다. 왜인가? 앎은 머릿속에서 끝난다. 행함은 몸으로 나와 세상과 부딪친다. 아는 데는 용기가 들지 않지만, 행하는 데는 손해를 감수할 용기가 든다. 옳은 줄 알면서도 못 하는 것은, 그 앎을 실천하는 순간 내가 무언가를 잃기 때문이다. 편안함을, 이익을, 남의 호감을. 그래서 어렵다
63p, 행함이 어려운 까닭.
아는 것은 그저 시작입니다. 행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말로는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정작 행동으로 보여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불긍세행(不矜細行) _ 작은 행동을 삼가지 않으면 ; 선물(뇌물)이 들어오면 기쁩니다. 하지만 소공이 무왕에게 충고합니다. (이 시절에는 이렇게 올바른 말들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록이 남은거겠죠)
조직의 붕괴는 사소한 위반, 작은 타협, 무심한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긍(矜)은 ‘창날 앞에 서 있는 것처럼 긴장을 늦추지 않는 태도‘입니다.
무일(無逸) _ 편안함에 젖지 마라 ; 편안함에서 무풍, 음풍, 난풍이 일어납니다. 혼자 즐거워하다가 나라가 망할 수 있습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 _ 미리 갖추면 근심이 없다 ; 유비무환이 옛날 말이라고 알고는 있었는데 서경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이것보다 더 오래된 책은 없지요. 최초인거네요) ‘항상 대비가 있어야 하고, 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고 합니다.
3 秋, 리더의 유산, 수확과 결산
107 죄당짐궁 罪當朕躬 _ 허물은 내가 지고
118 선양어덕 禪讓於德 _ 덕으로 넘겨주고
129 덕유선정 德惟善政 _ 덕은 오직 선한 정치에 있고
140 개과불린 改過不吝 _ 잘못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않고
4 冬, 리더의 완성, 성찰과 갱신
153 극명준덕 克明俊德 _ 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힘써 밝혀나가는 것
166 만초손 겸수익 滿招損 謙受益 _ 가득 차면 덜어지고, 겸손하면 더해진다
178 정덕이용후생 正德利用厚生 _ 세상 사람 모두가 잘 살게 하는 것
190 협화만방 協和萬邦 _ 만방을 화합하게 하라
가을, 겨울이 별로 인 것은 아닙니다. 글자 3000자가 넘어가길래 이 부분은 놔뒀습니다. 책의 반만 느낌을 적었는데 이리도 내용이 많아지네요. 버릴 부분이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왜 그동안 서경을 펼치면 한두페이지 읽다고 접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몇백페이지나 되는 내용으로 자기가 전하고 싶은 말만 던지고 독자를 알 수 없는 세계로 이끌고 갑니다. 왜 저리 답답한가, 깝깝한 구석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저자 단산 선생이 자신의 눈으로 본 것들을 풀이해주니 한글자, 한문장이 이해가 됩니다.
일을 진행하는 흐름을 사계절(春夏秋冬)로 해설하니 진행 상황이 보입니다. 운이 좋아서, 저절로 일이 처리되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와 조직의 성장은 생명체와 같습니다. 봄에는 뿌리를 내리고, 여름에 살피고 열기를 더합니다. 가을에 수확을 기대하고, 겨울에 다시 비우고 갱신합니다.
사계절이 멈추지 않듯이 리더는 계속 갱신하면서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제 다시 서경을 펼쳐 볼 수 있겠습니다) 원전이 어려우면 이렇게 좋은 해설서로 지침을 삼았어야 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