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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글자 매일 필사 : 주역 (스프링) ㅣ 큰 글자 매일 필사
다숲 지음 / 은빛서재 / 2026년 9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큰 글자 매일 필사 : 주역 (스프링)
다숲 (지은이) 은빛서재 2026
주역의 명문장을 필사한다니 너무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책을 펼치니 본문이 아니라 계사전의 내용입니다. 원문이 중요한거 아니야 투덜거리면서 적어나가는데 계사전이 참 명문입니다. 하늘이 어떠니, 땅이 가깝네 하고 대충 넘어갔는데 한글자, 한줄씩 적어보니 이건 주역을 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참고서였습니다.
사실 주역 원문은 언제든지 적을 수 있는 겁니다. 계사전은 적어보기 쉽지 않습니다. 이 ‘큰 글자 매일 필사 주역‘은 계사전에서 핵심 문장 30개를 추려내어 저자 다숲 선생이 해설을 붙여놓은 구성입니다.
주역의 본문은 64괘의 괘사, 효사, 상전, 단전으로 구체적인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계사전(繫辭傳)은 주역을 이해하기 위한 철학, 우주론, 인간의 면모와 지혜를 그립니다. 이런 좋은 내용을 30일 동안 매일 한 구절씩 마음을 다잡으며 필사할 수 있습니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니 하늘과 땅의 자리가 정해진다(天尊地卑 乾坤定矣)˝로 시작하지요. 이 문장이 안나오길래 그렇게 중요한 내용이 아닌가 혼자 걱정했는데 8일차에 나옵니다.
하늘은 높고 깊어서 존귀하고 땅은 낮고 넓어서 만물을 품듯,
각자의 본성대로 자기 자리에 머물 때 가장 아름다운 법입니다.
22p, 제자리에서 누리는 온전한 평안
제가 좋아하는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좋아하게 된) 문장이 많이 등장합니다.
막히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통하게 되며, 통하면 오래간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 흐르는 강물은 고이지 않고 굽이를 틀어 새 물길을 내어 바다로 흘러간답니다. 멋진 해석이죠. 변화는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때(時)가 되어야 비로소 일어납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멈출 때 멈추고 기다릴 때 기다리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천하의 이치는 돌아가는 곳은 같으나 그 길이 다를 뿐이다(天下同歸而殊途) ; 천하의 이치는 닿는 곳이 같고, 오직 가는 길만 다를 뿐이라고 합니다. 인생의 목표는 다들 같아도 걸어가는 길은 다릅니다. 어느 길로 갈것인가, 나는 가고 있는걸까, 멈춰있는걸까 생각해보면 결국 인생길을 가고 있는거죠.
하늘로부터 돕는지라,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自天祐之 吉無不利) ; 하늘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별빛으로 길을 안내합니다. 하늘의 이치를 따를 때 위태로워 보이던 길고 아득한 항해도 편해진디고 합니다. 이것도 참 멋진 말입니다. 그냥 하늘이 왜 안도와주나 걱정만 하고 있는데 별자리로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고개들어 보지 않고 체념만 하고 있었습니다.
주역 필사의 장점은 인생의 변화와 두려움에 대해 한걸음 빗겨난 시선을 갖게 합니다. 계사전의 우주를 읽으니 나의 소심한 고집은 그저 녹아버립니다. 고난이나 시련은 운명이 아니라 변화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막히면 끝이 아닙니다. 변하게 됩니다. 변하다 보면 통하게 되고 오래가게 됩니다. 물은 막힌다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웬지 노자도 필사해야 할 것같은데요. 상선약수...)
30개의 문장을 하나둘 필사하면 끊임없이 나아감과 물러섬, 멈춤과 도약의 균형을 이해합니다. 세상의 복잡한 문제들 이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이 전혀 다릅니다. 거기에 스프링제본이 좋습니다. 그간 양장본, 무선제본의 필사를 몇권 해봤는데, 스프링은 완전히 넘어가니 읽기도 편하고 쓰기에도 좋습니다.
양장본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살짝 들뜨는 부분이 있습니다.
무선제본은 쫙 펼쳐지는 기분이 좋은데 역시 미세한 들뜸이 있어 손으로 눌러줘야 합니다.
스프링 제본은 그저 쫙 펼쳐지니 필사하기에 참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