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 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근아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송근아(옮긴이) CRETA 2026-07

네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누워서 들어. 그래야 네 목소리를 보다 생생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야.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고 날아다닐 수 있는 거야. 네 목소리는 들을수록 새롭기만 해. 그건 영원한 영혼의 모음이야.
아, 이토록 네가 나를 흔들고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건 네 영혼이 너무도 아름답고 착하고 조금은 슬프기 때문일까.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샘물이 고여 있어서 그렇듯이.
네 소중한 장미와 고삐가 없는 양에게 안부를 전해다오.
너는 항시 나와 함께 있다.
법정 스님, 무소유, 영혼의 모음, 1971
어린 왕자는 수차례 읽었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르게 와닿습니다. 바로 ‘영혼의 모음‘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다음에 이 이야기가 나오겠지 하고 짐작하니 두번, 세번 읽을 때는 더욱 술술 넘어갑니다. 언젠가 한번 마음먹고 필사를 해봐야지 했지만 전편 필사는 쉽지 않습니다. 고민만 하던 차에 나타난 ‘인생에 한 번은 어린 왕자 필사‘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필사, 손으로 읽는 것입니다. 하루 10페이지를 쓰기가 힘듭니다. 3페이지만 쓰면 팔이 아픕니다. 그럼 천천히 쓰면 될텐데 괜히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한페이지만 더 써볼까 하고 쓰다가 아이고 손목이야 하고 멈춥니다. 오전에 하다가 멈추고 조금 손이 풀리면 오후에 또 펼쳐봅니다. 내용이 궁금하면 그냥 읽으면 될 것인데, 몇장 읽다가 오른편에 빈칸이 보이면 그래. 써야겠다 하고 또 몇페이지 적어봅니다. 읽다가 뒤로 돌아가서 적는 되새김 작업입니다.

현대 사회는 뭐든지 빨라졌습니다. 영화 두시간이 버거워 5분 요약, 10분 요약이 나옵니다. 300페이지 책이 힘들면 얼마든지 요약판, 핵심정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흐름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필사입니다. 눈으로 읽으면 한페이지는 30초면 넘어갑니다. 그러나 손끝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는 필사는 마치 중세의 수도사같은 느낌을 주면서 사각거리는 펜소리에 어딘가의 세계를 엿보는 기분도 듭니다.
글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머리로 음미하며, 다시 손으로 적어보는 완만한 과정으로 평화와 여유가 찾아옵니다. 이런 기분은 ‘어린 왕자‘가 아니면 어렵겠습니다.
예전에 소설의 긴박한 부분을 필사했을 때는 괜히 마음도 급박해지고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거지. 하고 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편 필사는 모든 내용이 있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점등인이 나오던가, 주정뱅이는? 뱀을 만나나 아니 찾아보나, 여우는 언제 길들이지. 머리로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손은 느긋합니다. 아무래도 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몇페이지 마다 펼쳐지는 ‘사유의 시간‘이 있습니다. 계속 쓰다가 잠시 멈추기에 좋습니다. 이런 질문들은 필사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고 오히려 필사작업을 돕습니다. 매일 적다 보니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1. 어린 왕자의 말과 동작을 따라가며 펜을 움직입니다. (이 친구는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합니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적어보니 확실합니다)
2. 마음을 두드리는 질문을 만나면 잠시 멈추어 섭니다. (가끔 왕자가 어른처럼 생각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착한 것은 아니고 그저 순진무구한 거지. 그게 아이인거야 하고 놀랍니다)
3. 떠오르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내면을 가만히 응시합니다. (읽을 때는 그저 흥미로운 만남들이네 생각했지만 적어보면 이들의 면면이 와닿으면서 괜한 반성을 하게 됩니다)

손으로 직접 쓰는 필사작업은 감각을 깨우고 마음의 근육을 다스리고 단단하게 해주는 치유의 시간입니다. 단 한페이지를 쓰고 나면 자세도 바로서고 시간을 소중히 보낸 듯한 기분으로 든든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