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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음 지구로 간다
함은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는 다음 지구로 간다
함은세 (지은이) 쌤앤파커스 2025-12-15
미리보기도 안하고 제목만 보고 고른 책입니다. 다음 지구라니, 어딘가의 평행우주로 가는 것이 아닐까 혹은 수차례의 (6번? 7번인가요) 대멸종이 있은 후에 새롭게 시작하는 지구인가요.
그런 기대를 하고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청년들의 파릇파릇, 반짝거리는 경험담입니다.
2002년생 저자 함은세 선생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늦어버린 삶이란 게 있을까?
하고 싶은 게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권력을 가지면 변할까?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왜 하는 걸까?
세상은 정말 바뀔 수 있을까?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할까?
돈을 많이 버는 게 중요할까?
책에서는 23가지 핵심 질문과 부록으로 8개의 질문을 던집니다. (부록이지만 이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얼핏 세상이 그런거지 뭐. 하고 넘어갈 질문들입니다. 그런데 그 질문에 잠시 멈춰서서 생각하고 의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아봅니다. 저는 생각지도 못한 청년의 용기가 느껴지지만 내용이 좋습니다. 번역가 김욱 선생은 나이 60에 모든 것을 잃고 늦지 않았다고 다시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세상에 늦은 일은 없는거지요.
모두 3장 구성으로 인생, 세상, 자신으로 이어집니다.
1장은 ‘아직도 인생은 어렵지만‘ 입니다. 어렵지요. 읽으면서 20대 청년이 눈을 또렷하게 뜨면서 저런 질문을 하면 어떻게 도망가야 하나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늦은 것보다, 뒤처진 것보다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보고 싶다는 미나코,
나 자신의 모습을 겁내지 않고 사랑해주겟다는 김태희,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를 생각하며 계속 도전한다는 박정민,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생을 살겠다는 소방관 마커스,
전쟁, 기후생태의 위기, 기술에 대한 통제력 상실, 시대 가치의 부재를 걱정하는 정은수.
어딘가의 글로벌 학교에서 주제를 놓고 저요, 저요 하면서 진지한 토론을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저런 질문들을 받으면 참 라떼는... 딴소리를 할 것같은데 등장인물들이 중심이 잡혀있고 미래가 기대됩니다.
세상의 흔한 관습을 따르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빨리 찾으려 하지 않고, 공부를 성적 향상이나 스펙을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습니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뜨끔한 부분입니다)을 고민합니다.
2장은 ‘종종 세상을 뒤흔들고파‘ 입니다. 아무리 방향을 잡아도 결국 세상과 연결되는 것이 맞지요.
권력을 가지면 변할까, 나와 관련 없는 일이라는 게 존재할까,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왜 하는 걸까 등의 질문을 던집니다.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를 넘어서 이제는 너랑도 상관없어 하고 말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내 동네, 지역, 나라, 지구까지 생각해보면 상관없는 일이란 없습니다.
이어 ‘진정한 정의란 무엇일까,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회를 줄 수 있을까, 학위가 없으면 전문가가 아닐까‘라는 물음으로 능력, 학력주의에 기댄 세상을 건드려봅니다.
‘세계의 청년은 지금’에서는 민주주의와 미래 사회를 생각합니다. 이런 구성이 좋네요. 헛된 질문을 던지면 이들은 진지하게 대답합니다. 저도 생각 좀 하고 살아야겠습니다.
마지막 3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입니다. 세상을 향해 외치는 청년에서 돌아와 본질로 들어갑니다.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다. 오직 빛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증오는 증오를 몰아낼 수 없다. 오직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Darkness cannot drive out darkness; only light can do that.
Hate cannot drive out hate; only love can do that.
237p,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세계를 보니 폭력과 차별, 상처가 난무합니다. 그런데 ‘반드시 행복해야만 할까, 이해와 공감의 차이는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게 중요할까, 어떻게 해야 진정한 나로 살 수 있을까‘의 질문으로 삶의 방식과 정체성의 문제를 생각합니다. 행복은 개인의 성취와 소비를 중심으로 정의되는 것도 아니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개인 인생’의 불안, ‘사회, 정치’의 갈등, ‘관계·공동체’의 윤리로 이어집니다. 이 세 축이 합쳐져 ‘다음 지구‘, 미래의 지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큰 질문을 향해 갑니다. 이 책의 장점은 ‘질문’ 형식을 통해 독자를 수동적 독자가 아니라 동료 사유자로 끌어들이는 데에 있습니다. 이미 정해진 답을 설교하듯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 애초부터 수십, 수백개의 답이 존재하겠지요.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하고 그 질문을 둘러싼 경험과 타인의 목소리를 펼치면서 독자가 자기 대답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유도합니다. 상당히 괜찮은 구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