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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월드
플레이어 지음 / PAGE NOT FOUND / 2025년 1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NPC 월드
플레이어 (지은이) PAGE NOT FOUND 2025-11-19
세상 살면서 ‘서버종료‘를 얼마나 볼 수 있을까요. 의외로 애착하는 게임이나 서비스, 매장이 종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라떼는 이런~ 을 외치며 아쉬워하지만 망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지요.
모두 4부 구성인데 NPC가 되는 과정, 역사, 탈출, 망겜으로 뒤로 갈수록 내용이 줄어듭니다. 게이머들이 자동사냥, 매일접속으로 NPC가 되는 건줄 알았는데 큰 오산입니다. 저도 어느샌가 NPC로 자리잡고 그저 스크롤만 하고 있었습니다.
1부는 ‘우리가 NPC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심심함‘의 빈자리에 들어가는 플랫폼은 들어가자마자 미리보기로 이미 재생합니다. 마치 ‘너는 이미 재생되고 있어‘하는 기분이네요. 영상을 다 보면 끝이 아닙니다. 바로 다음 콘텐츠가 이어집니다. 끝없는 재생입니다. 나는 그저 쉬는 시간에 영상 한편을 보고 싶은데, 한편이 한편이 아닙니다. 무한스크롤, 자동재생, 세분화된 사이에는 나의 호기심을 채우는 광고, 볼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옛날 상세페이지는 아무리 길어도 바닥이 있었습니다. 바닥의 회사소개나 댓글창이 뜨면 끝났구나 하고 생각할텐데 ‘플랫폼은 바닥을 만나기 직전에 내용을 미리 불러‘ 옵니다.
책의 챕터 끝, 기사 한 꼭지의 종결선, 드라마 한 회의 엔드 크레딧 같은 경계. 경계는 ‘정리, 판단, 재시작‘의 3단계를 자연스럽게 부른다. 무한스크롤은 경계를 제거한다. 콘텐츠는 하나의 강물처럼 연결된다. 연결의 미학은 좋다. 다만, 경계가 없으면 판단도 줄어든다.
29p, 왜 멈추기 어려운가.
넷플릭스, 유튜브, SNS 등 한번 들어가면 나오는 출구가 없습니다. 저는 하루 한시간 자전거를 타는데 유튜브를 한번 들어가면 1시간 뚝딱 입니다. 심지어 1시간이 지나도 영화가 안끝나 계속 갑니다. 무서운 플랫폼입니다.
짧은 콘텐츠로 계속 보고 결국 사게 됩니다.
무한스크롤로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보기만 합니다.
자동 재생으로 멈출 수가 없습니다.
알고리즘으로 선택의 폭을 좁혀 보는 것만 반복하게 합니다. 친절한 추천처럼 보이지만 ‘진입로를 줄이는 공사‘입니다.
기본값으로 판단이 미뤄지고 세팅되어 효력을 발휘합니다.
좋아요, 알림 등의 휘발성 보상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킵니다.
실패 비용이 무서워서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북사,붙여넣기만 늘어납니다.
강한 감정으로 주의를 붙잡고 노출을 늘리는 일은 알고리즘, 데이터가 좋아하는 일입니다.
체크리스트는 공허한 생산성만 키웁니다.
이 모든 짓을 제가 하고 있네요. 나는 자유인이라고 생각했지만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마약인가. 신종마약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알고리즘에 부여하고 있는 권한의 배분이다. 당신의 하루에서 추천이 가져가고 자연스레 점유하고 있는 권한을 조금이라도 되돌리면 된다. 시작은 순서의 복구다. 적어도 목적을 먼저 세우고 소스를 직접 고르고, 추천은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수준으로 낮춰라.
40p, 알고리즘은 선택지를 어떻게 좁히는가.
자동을 수동으로 바꾸는 겁니다. 쉽지 않죠. 이미 길들여졌는데요. 하지만 ‘좁힘‘을 느슨하게 만들면 알고리즘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2부는 ‘NPC, 방관과 순응의 역사‘입니다. 침묵하는 자들이 방관과 순응으로 역사에 남아있습니다.
1995년 보스니아 동부의 유엔 ‘안전지대‘인 스레브레니차에 군대(보스니아)가 들어와 8000명의 무슬림을 학살했습니다. ‘나는 어느 평도 아니다‘는 말은 ‘나는 결정을 남에게 맡긴다‘는 말이랍니다.
1938년 9월말 뮌헨 협정은 유명한 일화죠. ‘평화를 가져온‘ 체임벌린은 다음달, 다음해 히틀러를 막지 못했습니다.
1932-33년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회색 정치로 중도를 가는 정치인들은 결국 나치의 집권을 초래했습니다.
1994년 르완다에서 내정 불간섭과 중립유지로 유엔이 멈춰있는 동안 대학살로 100일간 80만명이 사망했습니다. 중립이 방관이 되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중립이라고 방관하는 사례들이 꽤 있습니다.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라 걸쳐있기는 한데 어중간한 태도로 점점 구렁으로 들어갑니다.
3부는 드디어 수동적인 (중립적인) ‘NPC 탈출하기‘입니다.
감정 자동화에 빠지지 않게 바로 반응하지 말고 메모장에 적는 것처럼 ‘감정과 행동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봅니다.
뇌는 항상 보상을 원하기에 계속 되면 보상은 약해지고, 자극은 커져야합니다. 도파민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1. 예측 가능한 자극을 차단한다.
2. 즉각적인 보상을 늦춘다.
3. 무자극의 시간을 확보한다.
186-187p, 도파민 다이어트.
당연한 습관, 행동은 없습니다. ‘자연적 보상 시스템의 재구축‘이 필요합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거기에 기억의 원본 되찾기, 캡처 기억법 버리기도 재미있는 방법입니다. 아. 스마트폰의 수많은 캡처들이 의미없는 것이었습니다.
AI 추천 알고리즘은 ‘당신이 불편해한 장면‘을 기억했다가 비슷한 자극을 다시 띄운다. 그 결과, 우리는 실제로 위험에 노출되지 않아도 지속적 경계 상태에 머문다. 이때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심박수, 혈압, 코르티솔이 상승하고 판단력은 저하된다. 분노는 행동 에너지가 아니라 피로로 남는다.
204p, 분노라는 예산
왜 계속 싫다고 차단하는 사진들을 올리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의 주체적인 행동들이 거의 NPC의 모습이었음을 알게 되어 충격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사진과 캡처로 내 능력을 분산하고 있는 줄알았는데 영 아니었습니다. 2부의 과거 역사를 통해 중립과 방관이 능사가 아니었습니다. 역사를 배워야 합니다. 책을 읽고 충격을 받고 반성하게 되는 걸 보니 좋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