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순례, 마돈나하우스
주은경 지음 / 플로베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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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의 오래된 순례, 마돈나하우스
주은경 (지은이) 플로베르 2025-09-15

현실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에 저자 주은경 선생은 캐나다 작은 마을의 마돈나하우스를 찾아갑니다. 캐서린 도허티가 세운 공동체 마을은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기도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불과 두 달간의 자연인 생활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인간은 짧은 기간에도 배우고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삶은 화려함도 없고 빠름도 없습니다. 휴대폰도 안하고 유튜브도 없는 생활. 정해진 일과표에 따라 밥을 짓고 하루 4시간 일을 하고 기도하며 살아갑니다. 도시에서 시간에 쫓기던 삶과 달리 단순한 반복이 주는 깊이를 깨닫습니다. 글을 읽는 독자도 조금씩 변화되는 기분이 듭니다.

단순한 일상이 삶을 비워내고, 감사와 기도로 채웁니다. 그동안 몰랐던 내면이 점점 확장됩니다.

하루를 보내며 움직이는 동작 하나, 청소하고 짐을 나르는 일들이 기도로 변화합니다. 아, 이런 멋진 일상을 경험해보면 좋겠다 하는 순간, 빌런 등장! 리사가 나타납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데 그것을 단점이 아니라 약점이라고 말하는 마더 잔이 나옵니다. 하아. 좋은 사람들이군요.

중간 소제목에 ‘은경, 나가는게 좋겠어요‘가 있길래 갈등이 쌓이고 폭발해서 쫓겨나는구나 짐작했는데 아닙니다. 사소한 게으름을 용납못하는 관리자의 질책이었습니다. 어디나 사람사는 곳은 비슷한거죠.

중간중간 지칠 때 언급하는 캐서린 도허티의 말이 멋집니다.

‘뿌스띠니아‘란 러시아어로 ‘사막‘이라는 뜻의 일반명사입니다. 동시에 또 하나의 뜻이 있습니다. 뿌스띠니아는 과거의 선지자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 은둔하던 장소를 말합니다. 즉 모든 사람이 자기 안의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 곳, 혼자 있을 수 있는 조용한 곳이죠. 현대인이 자신의 진실과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진실을 깨닫는 방법은 오직 침묵, 홀로 있기입니다. 즉 마음속의 사막을 만나는 것입니다.
뿌스띠니아에 들어간다는 것은 하느님 말씀을 듣겠다. 다시말해 ‘케노시스‘ 즉 자기 자신을 비운다는 것입니다.
65p, 사막의 영성, 뿌스띠니아
이 뿌스띠니아는 앞의 지도에 나오는데 외떨어진 멋진 공간입니다. 하단 오두막도 멋집니다.

한 편의 연극은 내게 일종의 뿌스띠니아다. 그것은 하느님과 자신을 만나는 방법이다. (…) 좋은 연극은 인생이다. 마돈나하우스에서 연극을 보여줄 때, 우리는 인생에 대해 더욱 진지해진다. 하느님, 그리고 다른 이와 내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성찰하게 해준다. (…) 나는 연극의 캐릭터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 자신의 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종교적이다.
125p, 연극, 캐서린 도허티

몸은 피로하고 아픕니다. 영어는 잘 안들립니다. 단순노동과 영하 15도의 추위로 지쳐갑니다. 마니또같은 집단 연결에서 서로 기도를 해주는 행사도 있고, 다같이 모여 성가를 부르는 일은 매일입니다. 그런 단순한 빈복에서 기도와 감사를 배웁니다. 인간은 육체를 통해 배우는군요.

사람을 만나고 사연을 알고 헤어지고 죽음을 알고 그러면서 그 안에 기도가 중심을 잡아갑니다. 이런 엄청난 일들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책으로 접하니 참 다행입니다.
비록 순례는 끝났지만 ‘기도하고 일하는 삶‘은 계속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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