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박사 평전 석주명
이병철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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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비 박사 평전 석주명
한 생애를 날갯짓한 과학자, 조선의 나비를 품다
이병철 저자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07월 25일

인간의 한평생이라고 하면 최소 60년은 살아야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42년 (1908-1950) 인생에서 저서 17권, 논문 128편을 남기신 분이 있습니다. 바로 석주명 나비학자의 평전입니다. 저도 나비와 관련된 전설로 내려오는 일을 기억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궁금했는데 이 책 한권으로 많이 해소가 되었습니다.

자네는 조선 사람 아닌가. 마땅히 남이 손대기 전에 자네 힘으로 조선 나비를 연구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내가 장담하지만 십 년만 죽어라고 하면 틀림없이 자네는 조선 나비에 관한 한 세계적인 학자가 될 수 있을 걸세. 자, 그런데도 주저할 텐가?
70p, 은사 오카지마 긴지 교수
이 10년 공부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후에 제자 김병철 교수도 ‘남이 하지 않는 일을 10년간 하면 꼭 성공한다. 세월 속에 씨를 뿌려라. 그 씨는 쭉정이가 되어서는 안 되고 정성껏 가꿔야만 한다‘로 기억합니다.‘
더욱 멋진 이야기는 1936년 금강산에서 채집한 나비를 스승을 기려 ‘긴지부전나비‘라 이름짓습니다. 아름다운 사제 관계입니다. 스승은 가르치고, 제자는 기억합니다.

1938년 영국왕립 아시아학회의 조선산 나비 총목록을 만들어달라는 의뢰에 학교를 쉬고 넉달 동안 책 300여 권과 논문 193편을 읽고 39년 3월 원고를 탈고합니다. ‘조선산 접류 총목록 A Synonymic List of Butterflies of Korea‘이 이렇게 나왔습니다. 넉달에 500권을 읽는다면 하루에 4권은 봐야합니다. 그냥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지요. 이 책에서 결정된 조산선 나비 255종이 지금까지도 인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1000종이 넘는 가짜 목록까지 실어 진짜 나비를 확정했다고 합니다.

나비 채집 회고담이 재미납니다.
계절만 맞춰 가면 우리나라의 고산 바니는 거의 다 잡을 수 있다 (북계수)
내가 그곳에 갔던 때는 1934년 8월8일이었고 하루 동안의 채집품은 5과 12종 53개체였다 (난도)
산은줄표범나비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도 잡지 못한 일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묘향산)
우연히 발견한 작은녹색부전나비 두 마리를 쓰고 있던 맥고모자로 기민하게 잡아넣덨다 (훗카이도)
131-138p,
하루에 53개체를 채취합니다. 그러니 한평생 몇십만마리를 수집할 수 있는거겠죠. 선생이 좀 더 살았더라면 전문서적과 수필을 같이 저술하여 전문가의 생생한 감동이 남아있을텐데 안타깝습니다. 망할 총가진 군인입니다.

선생의 연구에 변이곡선, 분류 지리학은 내용이 어렵습니다. 이해되는 부분은 한국 나비 우리말 이름 정리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 나비 이름을 참 걸맞게 이름지었습니다. 굴뚝나비, 배추흰나비, 처녀나비, 모시, 표범, 풀흰나비, 줄흰나비, 유리창나비, 산제비나비, 지옥나비, 산지옥나비...

이른봄애호랑나비 ; 조춘아호早春兒虎라는 뜻으로 이른봄에 잠깐 나왔다 곧 없어지므로 열성적인 채집가가 아니면 잡기 힘들다. 몸이 작고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킨다.
210p,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
조춘아호나비라고 했으면 멋이 없었겠지요. 이른봄애호랑나비라 기막힌 네이밍입니다.

뒷부분에 참고문헌, 연표, 저술목록도 정말 고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부록 3으로 ‘나비 이름 유래기‘도 내용이 좋습니다. 1947년 저술을 지금 현대어로 정리했습니다. (본문의 신문기사는 당시의 글로 그대로 실었는데 그건 또 그것대로 읽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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