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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 ㅣ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3년 3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
미야자와 겐지 (지은이), 오다윤 (옮긴이) 세나북스 2023-03-20
대충 내용을 알고 있어 언젠가 읽었던 것같기도 하지만, 정작 읽으면 이런 장면이 있네 하고 놀라게 되는 고전 동화입니다. 파랑새나 빨간모자같은 느낌입니다. 거기에 우주를 하염없이 가는 은하철도는 어린 시절 보았던 은하철도 999와 노래가 떠오릅니다. (제목이 상당히 유사한데... 저작권이 상관없던 시절인가 봅니다)
시작부터 멋진 시가 나옵니다. 필사하면 좋을 것같은 구절입니다.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말하고
13p, 비에도 지지 않고
왼편에 원문이 있어 좋습니다. 雨 風 雪 丈 決... 제가 아는 단어는 한자라 아는 글자가 나오면 반갑습니다. 일본어로 된 시인데 우리말로도 풍경과 느낌이 살아납니다. 번역을 잘 한 거겠네요. 외워도 좋겠습니다. 인생 살면서 좋은 시 몇 편은 외워놓고 싶습니다.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은 우주로 떠나는 공상입니다. 책 소개에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일본 최초의 판타지 동화로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판타지에 동화는 맞는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하루 살아가고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행복을 찾아내는 걸까요.
일어, 한글 합본으로 좌우 비교하면서 읽으니 한글 부분이 더욱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집니다. 독특한 체험입니다. 영한 대역으로 볼 때는 대충 영어를 이해하니 이쪽 보고 저쪽 보고 산만해집니다. 일한 대역은 일어를 모르니 한문만 유심히 보게 되고, 한글을 더욱 치열하게 읽습니다. 두배로 농축해서 읽는 느낌이 듭니다.
조반니는 가난한 집 아이로 아버지는 감옥에 가지 않았다고 믿고 멀리 나가 있습니다.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인쇄소에서 일하는데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습니다. (이 시절에도 왕따가...) 은하 축제의 밤에 밖으로 놀러 나갑니다. 켄타우루스 축제라고 합니다.
친구들은 얼굴만 봐도 놀립니다. 햐... 그들을 피해 다니다가 은하철도를 타게 됩니다. (느닷없는 전개!!)
정신을 차려보니 아까부터 덜컹덜컹덜컹 조반니가 탄 작은 열차가 쉼 없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야간 경편철도의 작고 노란 전등이 나란히 달린 차실에 앉아 창문 밖을 내다보며 앉아 있었습니다.
73p, 은하정거장
푸르스름한 후광이 비치는 섬에 하얀 십자가가 보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승객들을 할룰레야 소리를 칩니다.
참억새와 용담꽃이 보이는 백조의 섬도 지나갑니다.
조그만 불꽃이 타오르는 수정의 모래 사장에 잠시 내립니다. 바위에는 120만 년쯤 된 호두가 박혀있습니다.
다시 기차 안에서 새를 잡는 사람을 만납니다. 백로로 만들어낸 과자를 먹어봅니다. 백로를 먹으려면 은하수 물빛에 열흘 동안 매달아 놓거나 모래에 사나흘 묻어둬야 합니다. 그래야 수은이 전부 증발한다고 합니다. (이 무슨 독극물 법제 방법인가요. 수은을 먹으면 죽습니다.)
앗, 조반니가 부끄러운 듯이 내놓은 차표는 알고 보니 ‘천국까지도 갈 수 있는‘ 어디든지 마음대로 통행권이었습니다.
구명보트를 양보해 죽게 된 어린 남매와 가정교사를 만납니다. (죽음으로 가는 기차였군요)
조반니는 캄파넬라와 함께 끝까지 가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캄파넬라는 사라지고 조반니는 혼자 남게 됩니다. 꿈에서 깨어나 진실을 알게 된 조반니는 우유를 받아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빠가 돌아온다는 말을 듣습니다. 하필 그 이야기를 캄파넬라의 아버지에게서 듣네요.
짧은 글인데 꿈의 세계를 엿보는 것같아 재미있습니다. 꿈속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고, 장면이 휙 바뀌는 부분을 정말 그럴 듯하게 묘사합니다. 백로 과자나,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진지하게 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이렇게 몰입하게 되는 작품인데 미야자와 겐지 선생이 30대에 쓰고 죽기 전까지 네 번이나 고쳐 썼다고 합니다. 끝내 미완성의 작품으로 사후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은하수와 별들 사이를 누비는 여행인데 1930년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욱 놀랍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