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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타임캡슐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박현강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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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와 야스시, 박현강 (옮긴이) 허밍북스 2025-01
책을 읽는 내내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하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드문드문 기억이 나고 조금 구성이 다른 듯해서 포기했는데 제일 뒤 작가후기에 말이 나옵니다. 2015년에 출판된 책을 몇 군데 손보고 재편집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이 대목을 읽었더라면 독서중에 괜한 고민을 안해도 되는데 투덜거리면서 확신을 갖고 다시 찾아봤는데 2015년 이후에 나온 저자, 기타가와 야스시의 타임이나 캡슐에 관한 책이 없습니다.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됩니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면서 난데없는 미스터리에 들어갑니다. 결국 찾았습니다. "10년 전에서 온 편지" (2017)였습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10년 만에 멋진 작품을 내고 다시 10년 후에 제목도 바꾸고 개정판을 냈습니다. 뭔가 멋진 인생입니다.
45세에 직장도 잃고 이렇다 할 기술도 없어 새로운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된 히데오는 최선을 다해 응답합니다. 한때 회사를 경영하면서 면접에서 질문하는 자리에 앉아 본 경험도 있습니다. 5분간의 인터뷰 끝에 '잘 부탁합니다'라는 가벼운 말과 함께 너무 쉽게 취업이 되었습니다. 바로 다음주부터 새하얀 정장에 흰 중절모를 쓰고 일을 나갑니다.
해야 할 업무는 본인이 쓴 편지를 보관했다가 10년 후의 자신에게 보내는 단순한 일입니다. 아하, 십년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서 다들 정신차리고 울음을 터트리겠구나, 나도 울 준비를 해야지. 하며 읽어나가는데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편지를 거부하겠다고 하거나, 엉뚱한 흰 양복의 사나이가 찾아오니 의심만 받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전해주는 일을 몇건하면서 상담(?)을 하다보니 자신의 인생도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10년 후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경험입니다. 간직하고 있었던 자신의 결혼식 전의 편지도 찾아보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직장도 잃었지만 가족도 잃은 (부인과 딸이 떠나버린) 주인공입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대개 주변에 피해를 주거나 남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요. 그러다 그 사람들보다 자신이 더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피해를 주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몹시 괴로워하죠. 괴로워하는 건 세상에 나 뿐이라는 착각에 빠지면 이상한 종교에 훌라당 넘어가기 쉬워요.
134p,
대부분의 편지를 받는 당사자들은 편지 따위로 암담한 현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편지를 받게하는 상담 기술이 늘어갑니다. 이런 구도가 좋습니다. 주인공이 계속 노력하고 조금씩 발전하면서 상대방도, 자신도 좋아지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이런 사업을 구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앱으로 개발해볼까, 일기장처럼 매일 지금으로부터 10년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놓고 그 날자가 아니면 다시 열어볼 수도 없게 만들면 다들 좋아할 것같은데, 중얼중얼 거리면서 즐겁게 읽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