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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유영만 (지은이) 21세기북스 2025-01
처음부터 끝까지 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시라서 술술 읽어나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문장 한문장이 여운이 있어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01 당신은 되돌아보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발걸음입니다
03 당신은 서글픔의 연못이자 그리움의 텃밭입니다
04 당신은 수선화의 울음을 사랑하는 반딧불의 절망입니다
07 당신은 일생을 버티게 만드는 그리움 한 페이지입니다
11 당신은 소음도 소리로 번역하는 늦은 밤의 시인입니다
12 당신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하는 반올림입니다
13 당신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이름 없는 소름입니다
18 당신은 흰 종이 위에 기거하는 문자들의 불안한 침묵입니다
21 당신은 깨질지언정 더러워지지 않는 한 방울의 이슬입니다
22 당신은 마른 나뭇가지에서도 꽃을 피우는 낯모를 기쁨입니다
24 당신은 아픔을 구름에 가린 더 아름다운 상처입니다
25 당신은 여운이 페이지마다 감도는 바람의 여행자입니다
28 당신은 ‘하물며’ 속에 담긴 ‘하소연’입니다
30편의 시가 모두 당신으로 시작합니다. 굉장하죠.
시의 좋은 점은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에게 전혀 없는 생각을 노래로 들을 수가 있죠.
시인이 30편을 적으면 독자는 30줄의 감상이 나와야할 것같습니다.
인생이 뭘까 하고 돌아보면 시작부터 알 수가 없습니다. 왜 시작을 알아야하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지나온 길을 생각하게 합니다.
가끔 밤잠을 설치는 일이 있지요. 새벽 3시까지 잠에 들지 않으면 조금 후에 있을 일과에 대한 걱정으로 막막한 기분이 드는데 이걸 ‘찰나적 다정함‘으로 보네요. 약간 위안이 됩니다.
연못과 텃밭은 정겨운 단어입니다. 이걸 감정과 얽어 눈으로 보여줍니다.
소음조차 소리로 번역하는 시인처럼 혼란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삶의 소음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하는 것처럼 삶의 작은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흰 종이를 보고있으면 뭔가 채워야한다는 부담감이 들죠. 그것을 불안한 침묵이라고 표현하기 힘든 감정으로 말합니다.
이슬은 더러워지기 전에 깨져버린다는 생각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집니다. 시인의 상상력인가 봅니다.
‘마른 나뭇가지에서도 꽃을 피우는‘ 것은 날카로운 분석입니다. 저 나무가 죽은거같은데 하고 돌아보면 어느새 꽃이 피어있습니다. 힘든 상황에도 항상 길이 있는거겠죠.
아픔을 구름에 가려봐야 얼마나 숨길까요. 상처를 숨겨봐야 결국 보이게 되는걸 이야기하는 것같습니다.
바람의 여행자는 여운을 남기며 떠납니다. 인생의 여행에서 남길 수 있는 흔적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하물며’ 속의 하소연은 숨은 감정, 고통입니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걱정입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은 삶의 무게를 어떻게 덜어내느냐가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작은 행복과 위로를 찾아줍니다. 삶의 속도를 조절하여 주변을 둘러보자고 속삭입니다.
제목의 첫번째 의미로 ‘인생이 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줄줄 적으면 그것이 시로 펼쳐지는거죠. 살짝 시인들의 알 수 없었던 정신세계를 엿보는 것같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시답지 않아서‘입니다. 시와 같지 않아 답답하다, 시와 같이 아름답지 않아, 세상이 시덥지 않아... 중얼거리는 기분입니다. 혼자 중얼거리는 이상한 정신세계이지만 그걸 활자로 읽으니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