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회에도 쿠데타가 있었는가?
조원진 외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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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대사회에도 쿠데타가 있었는가?
조원진, 김진한, 이종록, 홍성화, 박재용, 김희만, 최희준, 임상선 (지은이) 틈새의시간 2025-01-03

위만의 정변과 위만조선의 건국

고조선 후기, 위만은 연나라 출신으로 천여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고조선의 서변방에 자리잡습니다.
고조선의 준왕은 3가지 실수를 합니다. (몇자 안되는 자료에서 이렇게 찾아냅니다)
1. 서변지역을 위만에게 위임.
2. 위만의 정변이 빨라 지역의 원조를 구하지 못함.
3. 위만의 계략에 속아 도성 안으로 들어오게 허락함.
24-25p
이렇게 위만은 기원전 194년경 준왕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릅니다. 우리 한반도에서 일어난 최초의 쿠데타입니다. 참으로 궁금했던 내용이었는데 남은 기록들을 찾아 깔끔하게 정리해줬습니다.

고구려사에 보이는 정변과 역사적 의미

정변은 명분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명분은 정변을 주도한 세력이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32p, 김진한

저멀리 만주벌판을 휘저었던 고구려는 탄탄하게 내려온 것이 아닙니다. 창업자(?) 주몽부터 송양을 제압하면서 나라를 열었습니다. 2대 유리왕도 느닷없이 등장하는데 주몽의 숨겨진 아들입니다.
민중왕, 모본왕, 차대왕, 신대왕... 이름도 모르는 왕들이 쉽게 권력을 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구려의 왕위 계승 시기마다 권력 투쟁으로 여러 차례 정변을 겪었습니다. 고구려의 전기에는 왕위 계승 원칙이 어수선합니다.
642년 연개소문은 영류왕을 시해하고 100여 명을 주살합니다. 영류왕한테 ‘잔흉부도‘로 제거당하기 전에 선수를 친 겁니다. 보장왕을 옹립하고 당 태종의 책봉을 받습니다. 고구려 700여년간 18번의 정변이 있었습니다. 어질어질할 즈음에 54p에 도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고구려 차대왕의 정변과 초기 왕위 계승 원칙의 변화

고구려 초기 왕위 계승은 형제 상속이 중심이었다고 국사시간에 배운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봉상왕까지 14명의 국왕들 중에 형제 상속은 4건뿐입니다. 게다가 초기 3대 왕은 부자계승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배운 지식이 틀렸습니다.

일본서기에 보이는 백제의 정변에 대한 고찰

삼국사기의 기록보다 일본서기의 기록이 더 상세합니다. 상세하다 못해 위조한 듯한 느낌도 듭니다. 일본도 선진국인 백제를 보면서 뭔가 자기네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진사왕, 비유왕, 동성왕, 의자왕 등의 사건들이 남아있습니다. 얼마 안남은 자료로 진실을 찾아가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닙니다.

백제 초기 왕위 계승과 정변

백제 초기에는 왕위 계승 과정에서 빈번한 정변이 발생했습니다. 고이계와 초고계의 대립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정변은 아니지만 정황상 정변같이 정권이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재미있습니다.

신라 상대의 왕위 계승과 정변

초기 신라는 박, 석, 김씨가 번갈아 가면서 왕위를 차지했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김희만 선생은 문헌에서 차이를 찾아냅니다.

‘이박위성‘과 ‘이석위씨‘에서 박은 성으로, 석은 씨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을 성으로 하는 세력과 석을 씨로 하는 세력이 있었으며, 그 고속 관계가 성과 씨로써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41-142p, 김희만
성과 씨에서 참 날카로운 분석이 나옵니다.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긴박한 진행이 느껴집니다. 그나저나 고구려, 백제, 신라... 순조롭게 왕권이 넘어가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신라 하대의 쿠데타와 대외 교섭

상대 시기도 만만치 않았는데 하대 37대 선덕왕 - 56대 경순왕까지 155년 동안 13차례 쿠데타가 일어납니다. 특히 선덕왕 사후 김주원과 김경신의 쿠데타가 재미있습니다. 삼국유사에서 북천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왕위를 얻었다고 읽었는데 이것이 결국 쿠데타였습니다. 다들 쿠데타를 하여 왕위를 얻고 난 후에 바로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가까운 고구려, 백제, 일본에는 사신을 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까운 곳은 적이고 멀리 떨어진 당에 보고하는 걸까요.

발해 역사의 변혁

발해의 기록은 구당서, 신당서, 일본의 고대 기록, 최치원, 삼국사기 등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2백년 세월 동안 15명의 왕이 복잡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228년간 4번의 천도를 했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습니다.

모두 8편의 상세한 (몇페이지 안되는데 압축된 느낌이라 상세하게 느껴집니다) 논문들을 읽고나니 괜찮은 책을 하나 발견한 기분입니다. 요즘 추측으로만 전개하는 역사서들이 얼마나 막무가내인지 알겠습니다. 하나의 글자를 놓고 끝없는 상상을 펼치는 가공의 이야기들을 읽으면 애국심은 만족하겠지만 사실은 아닌 거지요. 이렇게 진지하게 문헌과 근거를 들어가면서 섣부른 추측을 안하는 제대로 된 글을 읽으니 어렵지만 시원하게 머리속이 정리되는 듯한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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