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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반고훈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은미
반고훈 (지은이) 디멘시아북스 2024-12-15
저자 서문에서 저자 반고훈 선생의 겸손한 말이 나옵니다.
나름 많은 사례를 연구해 보았지만 저는 결국 끝끝내 치매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채 글을 썼고, 이해하지 못한 채 글을 마쳤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가면서도 정작 그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심정을 감히 제가 이해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치매에 걸렸어도 잊지 못
할 추억 하나쯤은 가슴 안에 남아 있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었던 대화와 감정이 그 안에 오롯이 담겨 있기를. 보통 소설은 현실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하는테 이번만큼은 소설이 이기기를, 이겨낼 수 있기를, 그렇게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5p
지은이 사진을 보니 옆모습이지만 젊어보여 젊은 감성으로 치매환자를 표현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책을 펼치고 순간 다 읽었습니다. 몰입감이 보통이 아닙니다.
앞부분은 기억이 사라지는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몇십 년을 같이 살아온 부인 은미가 뒷바라지를 해주고 가끔 찾아오는 옛 친구 정계장과 평범한 대화를 합니다. 어린 시절 키웠던 강아지 나리가 계속 떠오르고 어렸을 때 죽은 누이의 깨끗한 손도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치매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는 한 노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은미‘는 자기일도 제치고 정성껏 뒷바라지를 합니다. 주인공은 점점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며 혼란과 두려움을 겪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의 (이미 진행된 치매 환자의) 내면 세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그들의 심리를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저도 가끔 집에 집 현관의 비밀번호를 잊어먹고.
화장실에 들어갈 때 무엇을 하러 왔는지? 까먹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남 얘기 같지 않고 너무 공감을 하면서 에이 나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구나 하는 우월감에 즐겁게 읽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치매 어르신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반전이 나옵니다. 앗. 이건 그럼 앞부분에 나온 이야기들은 전부 이 한문장을 보여주기 위한 복선이었단 말인가. (169p) 놀랄 일입니다. 주인공이 생각하고 보이는 모든 것이 거짓인 겁니다.
다시 읽어보면 주인공의 파편화된 기억과 이상 행동들이 보입니다. 그것을 일인칭 시점으로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결국 기억은 그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들 관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입니다. 오래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기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