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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는 왜 가위처럼 생겼을까 - 2025년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다나카 미유키.유키 치요코 지음, 오쓰카 아야카 그림, 이효진 옮김, 김범준 감수 / 오아시스 / 2024년 7월
평점 :
우리 주변의 너무 당연한 물건들에 숨어있는 원리를 생각합니다. 숟가락, 깔때기, 샤워기, 선풍기, 심지어 와인 잔까지. 평범한 물건 속에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있을까요. 있습니다. 엄청난 원리가 바탕에 있습니다.
숟가락이 네모지지 않고 원형인 이유가 있을까요. 만들기 쉬워 그런 모양이 되었을 것같지는 않습니다. 원시시대에 손을 오므려 물을 떠 마시던 기억을 모방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일본의 술집에 있는 네모난 술잔으로 마시면 액체의 흐름도가 달라집니다. 간단하게 그림으로 보여주니 끄덕이게 됩니다. 토막상식으로 흐르는 물의 점도는 온도가 높을수록 낮아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찬물을 마시기 힘들어지는 이유가 이거였습니다. 찬물이 목에 걸리는 것이 바로 점도였습니다.
깔대기의 원조가 되는 개미구멍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쉽게 보는 함정의 하나이죠. 왜 저걸 못올라갈까 이상했는데 경사면의 아래에서 당기는 중력의 힘입니다. 미끄럼틀이 재미있는 이유도 경사면과 중력입니다. 역시 토막으로 깔때기의 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보이는 소용돌이는 마찰의 영향을 받아 중심과 테두리 사이의 유속의 차이가 생긴다고 합니다. (이런 소소한 지식이 참 좋습니다) 커피드리퍼에서 중앙에서 원을 그리는 이유가 불필요한 기체를 밖으로 빼내고 균일한 두께의 층을 만드는 방법이랍니다. 앗. 개미지옥의, 깔대기의 물리법칙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샤워기의 물이 시원한 이유는 바로 압력입니다.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은 높낮이도 있지만 압력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수도꼭지의 물보다 샤워기의 물이 피부에 닿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물방울의 구(원형) 형태이기 때문이랍니다. 아하, 그래서 수전에서 한줄로 굵게 나오는 것보다 물방울처럼 나오는게 기분이 좋았던 이유였네요.
선풍기는 공기를 압박하는 원리입니다. 입을 오므려 바람을 일으키거나 풀무, 파이프 오르간, 아코디언 등 그렇답니다. 평평한 면과 곡선이 있는 면이 왜 저항이 다른가 했더니 목욕탕에서 손바닥이나 손등의 움직임이 다른 걸로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아하. 바로 이해가 되네요. 그저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액체, 기체 상태에서의 저항이었습니다.
다이슨의 원리도 나옵니다. 무슨 항공기의 구조를 본떴다고 광고를 하던데, 그것이 ‘공기의 작은 흐름이 점성으로 인해 증폭되는 코안다 효과‘로 바람의 증폭 현상입니다.
와인잔에 와인을 1/3 정도 따르고 휘리릭 돌리는 동작이 멋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산화, 비가역변화, 점성, 표면장력의 원리가 들어갑니다.
포크에는 압력, 탄성의 원리가,
주사기에는 마찰의 원리, (이 마찰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발견하고, 기욤 아몽통이 다시 연구했습니다)
스테이플어에는 지레의 원리,
와인 오프너에는 마찰과 탄성의 원리,
전기를 충전하는 단자에는 전기와 탄성의 원리가 들어있습니다.
대충 십여개 정도 원리를 찾아내고 계속 덧이어갈 줄 알았는데 모두 35가지 평범한 도구로 과학의 원리를 설명합니다. 식칼, 피자 커터, 가위, 사포, 채반, 클립, 지퍼, 흡착판, 코르크 마개, 보온병, 바퀴, 지팡이, 젓가락, 쟁반, 스포이트까지 흔한 물건에 숨어있는 비밀을 찾는 탐정입니다. 비밀도 비밀인데 플어나가는 솜씨가 재미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원리를 어떻게 찾아내는건가 하고 저자 약력을 보니 다나카 미유키는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얻은 지혜로 만든 모든 도구에는 반드시 물리의 이치가 담겨 있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굉장한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