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 절교할 뻔 -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박훌륭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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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절교할 뻔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 박훌륭 (지은이) 그래도봄 2024-07-30

구선아 작가는 대기업에서 9년간 일하다가 그만두고 ‘책방연희‘를 열고 열심히 책을 팔고 저술하고 있습니다.
박훌륭 작가는 약사인데 책이 좋아 ‘아독방‘을 열고 역시 책을 팔고 또 씁니다.
뭔가 직업으로 책방주인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요즘 나와 즐겁습니다. 작가, 장례지도사, 택시기사, 안내원, 공무원 등 자기 직업을 유지하면서 일어나는 사소하면서도 혹은 진지한 일상을 읽는 것이 즐거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가 두 명! 혼자 이야기하면 뭔가 기복이 있고 뻔해지는 부분을 서로 확인하며 계속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사실 ‘절교할뻔‘한 사연을 기대했지만 너무 예의바르고 북돋아주는 대화만 합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두 사람의 편지 사연입니다. 옛날 펜팔 주소를 찾던 생각도 떠오릅니다, (중간에 구선아작가가 그런 추억을 회상합니다. 잡지 뒷편의 펜팔 주소를 보고 편지를 썼다고 기억할 정도면 상당한 나이일텐데...)
이 편지가 도착하면 상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도 즐겁습니다. 어떤 대목에서는 어이쿠, 저런 하고 같이 고민을 합니다. 책의 글에 이입할 필요는 없는데, 그만큼 실감나게 글을 쓰나 봅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 사연이라 모두 36편이니 거의 아홉달 동안 주고 받은 걸까요. 책이 잘 팔려서 계속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계속 되는 사연이라면 직업으로 내공도 쌓이고, 더 많은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겠습니다.
놀라운 점은 두 분 다 내향형이라면서 엄청나게 활동을 합니다. 여행도 다니고 이벤트를 자주 하며 저녁이면 무조건 약속을 잡는 활동적인 내향형인가. (그게 무슨 내향형이냐)

편지 사이에 책을 소개하는 대목이 상당합니다. (다른 부분도 좋았지만) 한마디 요약하는 내공이 있습니다.
안나 카레리나 : 지루함은 욕망에 대한 욕망. 행동하라는 요구이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신호.
산책자 : 평범한 사물에 꼼꼼함을 갖춘 작가의 시선
읽었다는 착각 : 온라인의 정보와 내가 하는 지식을 헷갈려한다.
신세계에서 : 필요한 전기를 물레방아에서 만들고 있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내가 지낼 공간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간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을 알아채는 건 한순간이다.

중간에 (아마도 출판사 편집부의 요청인듯한) 간지글이 좋습니다. 모두 10편이 들어있으니, 편지글 36편과 합치면 46편입니다. 책의 글 분량이 이정도는 되야죠.
무조건 읽는 키워드, 책방 운영 십계명, 책방 이용법, 여행지에서 책과 함께 하는 법 등 가볍게 접근하다가, ‘나의 글쓰기 노하우‘, ‘서평쓰는 법‘은 내용이 좋습니다.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들처럼 더 깊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1. 서평은 감상문이 아니다.
2. 비판적 읽기, 창의적 읽기를 함께 한다.
3. 읽으며 생각을 적지 말고 생각을 접어둔다.
4. 인용은 적당히, 적절히 한다.
5. 자유롭게 글을 마무리한다.
206p

어색한 연결도 있긴 합니다. 77p에 라디오 출연하는 것을 부러워하는데 앞부분에 그런 이야기가 없습니다. 뭔가 두 사람이 사석에서 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편지들을 읽으면서 좋은 책을 간간히 소개합니다. 아, 이 책은 찾아 읽어야겠네, 저 책도 괜찮네 하고 열심히 목록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뒷부분에 ‘소개된 책들‘이 한장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이 목록을 보면서 이 책은 어떤 식으로 소개했을까 하고 다시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좋은 책들도 소개받고, 독서하는 방법도 배우며 서평, 글을 쓰는 노하우도 베풀어주는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의 선물로 책갈피 ‘가난한 시인‘ 그림이 엽서보다 조금 큰 크기로 들어있습니다. 멋있어서 비닐 포장 그대로 사용하다 잠깐 보니 앞의 그림과 뒤의 설명이 다릅니다. 오타일까 하고 살펴보니 두 장입니다. 아. 두 장의 그림 엽서를 끼워준 겁니다. 출판사의 정성과 애정이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을 기획하고 제안한 부분에서 출판사의 수고가 많았을텐데 그런 사연도 잠깐 소개하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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