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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론 - 삶이 너의 꿈을 속일지라도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6월
평점 :
헤세의 인생론이라... 이런 거창한 제목으로 따로 쓴게 아니라 헤세의 책 중에서 인생에 대한 가르침들을 찾아 모은 후에 하나로 만들었겠구나 했습니다. (실제 그런 편집의 책도 나왔었지요) 그런데 읽다보니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조용하게 이야기합니다. 어라. 다른 구성이 있었던 걸까요. 프롤로그에서 옮긴이 송동윤 선생이 두페이지로 책의 해설을 붙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습니다.
어쨌든 헤세의 인생론입니다.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하여 책들이 들러쌓인 커다란 서재에 편안하게 앉아 집필활동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학교다닐 적에 때려치고 서점에서 일하기도 하고, 일곱살 연상에게 차인후에 자살을 기도하기도 합니다. 독일 나치의 꼴이 보기 싫어 스위스로 과감하게 탈출하는 모습도 있고 아들의 투병, 부인의 정신병으로 고생을 합니다. 이 즈음에 융의 제자, 랑 박사에게 정신분석도 받았습니다.
결혼도 세번이나 하셨습니다. 일단 인생에서 3번 결혼한 분의 말은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1부는 그야말로 ‘작은 인생론‘입니다.
나는 차츰 세상의 사소한 분쟁 거리는 될 수 있는 한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전체의 혼란과 죄과에 대해서는 내 나름대로 적당히 관여하게 되었다. 그러한 점을 나의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으리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독일 국민 전체는 아니더라도 사람 대부분이 새로운 자각과 책임의식을 통하여 내가 겪은 것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서 사악한 전쟁과 시류에 휘말려 죄를 짓게 되었던가, 그리고 어떻게 그 죄에 대해 속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하게 되었다.
19p
독일에서 핍박받고 고향을 떠나 스위스로 가게 되었는데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비범한 사람입니다. 이버지와의 추억을 기쁘게 이야기하길래 마음이 어린건가 했더니 그때 9살이었네요. 1900년의 일기장이 나오는데 좀 아쉽다 하고 보니 그때는 24살입니다. 24살에 이미 말년의 성숙함이 있습니다.
2부에서는 단어의 정의를 합니다.
인간의 세계 전체가 영혼의 현현顯現이라느니, 시인의 언어는 화가의 그림, 음악가의 음악에 비해 더욱 아름답고 표현력에 넘치는 것을 창조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시를 짓는 (그것이 나쁜 시라도)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행복을 가져온다고 믿고, 독서의 단계를 3단으로 분류합니다. 물론 소박한 독서, 가치의 독서를 넘어 마지막단계를 최고로 칩니다. 세계를 마음에 품은 완벽한 독서인입니다.
3부는 자라투스트라의 부활입니다. 니체를 존경했는지 거의 속편을 쓴 것처럼 보입니다.
운명, 고뇌, 행위, 고독, 과격사회당? 조국, 적, 개혁, 독일사람, 그대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단어들을 이야기합니다.
4장은 독후감이면서 서평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치, 죄와 벌을 분석하면서 낱낱이 분해합니다. 그를 좋아했는지, 너무나 대단한 작가라 상대적으로 유럽의 부족함을 어렵게 이야기합니다.
도스토엡스키의 책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같은 방향을 나타내고 있지만 새로운 특생을 나는 며칠이라도 찾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70p
우리 누구나가 생애의 한때는 재래의 온갖 진리가 끝나고 새로운 진리가 시작되는 무이시낀적 한계선에 서야 할 것이다. 290p
그러한 조화나 지혜는 평탄한 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심연에 연沿한 길에서만 빛나고 있다. 297p
그러니까 좋아한다는 말이겠죠. 나 너 좋아하는데 일반인과 다르게 진짜 좋아하는거야. 이런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싫어하지 않을까요. 아. 그 사람은 어려우니 우리는 읽지 말고 헤세의 해설로만 이해해야겠다고 만들어 나만 좋아해야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체적으로 헤세 자신의 인생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살펴보는 대단한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