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서양 고전 - 슈퍼히어로물의 원형, 수천 년 서양문명의 기원을 단숨에 파헤치는
안계환 지음 / 나무발전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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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건, 판도라의 상자는 알고 있었습니다. 항상 신화 관련 책에서 나오는 핵심 이야기지요.
그런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을 씻었다‘도 유래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로마 시절 계급 간의 좌석 배치로 거슬러 올라가고, 손을 씻는 것은 마태복음의 빌라도로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손을 씻는 행위는 무협지의 금분세수에서 나온줄 알았습니다. (이런 무식이...)

한장 두장 꼼꼼하게 읽어나가면 좀 어지럽습니다. 술술 읽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신화 속의 신들이 상당히 많고 그 기록들도 기록자(저술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놀라운 점은 그 차이점을 찾아서 설명을 해줍니다.
서양 고대의 문헌은 일리아드, 오뒷세이아가 전부인줄 알았는데, 5세기 아테네, 로마의 작가들이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저자는 이런 문헌들을 전부 찾아 읽었나봅니다. 서양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분석하면서 그리스로만 한정을 지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날카로운 통찰입니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업을 외울 수 있게 정리해줍니다. 앞의 여섯 가지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일어났고, 나머지는 세상 밖에서 일어났습니다. 무기를 마련하고, 문제를 풀고, 남북동서의 순서로 일을 수행하고, 마지막으로 세상의 끝과 저승을 다녀오는 일입니다. 왜 이리 일이 끝이 없냐고 대충 넘어갔는데 이렇게 정리해주니 모두 필요한 모험이었습니다.
이렇게 대양과 해양, 세상의 끝까지 엄청난 세계를 다녀왔는데 이제 겨우 1부입니다. 신화 고전만 해도 세계를 여러번 여행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2부는 역사 고전입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크세노폰의 아나바시스, 아리아노스의 알렉산드로스 원정기, 리비우스의 로마사,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가 요약되어 있습니다. 헤로도토스는 동양의 사마천에 비하면 영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역시 한분야의 시조로 있는 사람은 뭔가 다릅니다.
책의 설명을 들으면 저 책을 읽어야 할 것같은데, 정작 읽으면 저자의 요약과 이해를 넘어설 것같지는 않습니다. 저 엄청난 6권의 책을 (갈리아 전기는 8권이라니, 권수로 계산하면 수십권이겠습니다) 87페이지로 압축합니다. 두세번만 읽으면 웬지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것참, 즐겁습니다. 안계환 선생과 함께 다니는 역사기행입니다.

3부는 종교 고전입니다. 신화, 역사, 종교로 3부작입니다. 이런 지루한 주제로 잡고 이렇게 재미있게 꾸미다니 대단한 내공입니다. 시험은 안보지만, 이런 난해한 책의 시험을 본다면 최고의 교재인 것같습니다. 모세오경, 사복음서, 사도행전, 꾸란... 제목만 아는 읽을 수 없는 책들을 한번만 읽으면 마치 잀은 듯한 뿌듯함을 안겨줍니다. 몇구절만 인용하면 주변에 읽었다고 잘난척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마지막 말이 4대복음이 전부 다릅니다. 분명 장면은 한 장면일텐데 왜 다르게 받아들였을까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마르코복음)
아버지여,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루카복음)
다 이루었다 (요한복음)
227-237p
뭐가 맞다고 할 것없이 세 가지 다 어울립니다. 다들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은 만큼 알아먹으니까요.

중간에 등장하는 사진만 봐도 고대의 어느 시점으로 몰입되어갑니다. 어디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이 아니라 저자 안계환 선생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우스 이야기가 나오면 49p의 아테네 국립박물관의 창을 날리고 있는 제우스 청동상 사진이 있습니다.
메두사 이야기가 나오면 68p의 이스탄불 예레바탄 사라이의 메두사 얼굴이 있는 기둥이 나옵니다.
알렉산드로스가 나오면 139P, 폼페이 파우누스의 집에서 발견된 모자이크 사진이 나폴리 국립박물관에 있습니다. 저런 장식이 폼페이 가정집에 있었다니, 저자와 같이 놀라게 됩니다.

몇페이지만 읽으면 어지러워지는 서양 고전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안계환 선생의 역작 ˝최소한의 서양 고전˝입니다. 그러고보니 책띠지에 ‘도슨트의 현장 해설처럼 쉽고 재미있다‘고 되어 있는데, 읽는 내내 박물관과 역사현장을 따라 다니면서 설명을 듣는 느낌을 계속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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