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근후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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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상당히 좋습니다. 에세이 스타일인데 이근후선생의 구십년 인생경험이 녹아있습니다. 술술 읽고 넘길 것이 아니라 소제목들만 읽어도 감정이입이 되어 곰곰히 생각해볼만한 내용들입니다.

˝내가 누구냐 묻는다면˝
인생의 정상에 오르고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내려올 일이 남았습니다. 내려가야 하는 순간, 허무함이 밀려오고 가슴이 시리고 후회,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그럴 때에 사소한 ˝밤하늘의 별빛이 울림˝을 줍니다. 글을 읽으면서 괜히 비슷한 심정이 됩니다. 회사를 퇴사하고 저도 겪은 심정이라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이건 내 이야기인가. 과연 내리막을 즐겁게 내려갈 수 있을까, 왜 그토록 오르려고 아등바등했을까... 참 밤하늘을 보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죽음 앞에서 담담한 사람˝
한평생 종교에 몸담고 계신 수녀원장님을 진찰합니다. 암진단 후의 남은 6개월의 기간을 알려주는데 오히려 반응이 밝아집니다. 역시 종교인은 죽음앞에 보이는 모습이 일반인과 다르구나 감탄을 했는데, (저도 같이 감탄했습니다) ˝선생님에게 죽는다는 말을 전해 들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큰 불안 속에 떨었는지 몰라요˝라는 말을 듣습니다. 저자는 전문가답게 죽음 앞에서 부정에서 인정의 단계로 가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담담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견디는 이야기입니다.

무엇이 내 탓이고 네 탓인지를 세월 속에 던져버리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처럼 유유히 보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비 온 뒤 뭉게뭉게 피어나는 안개 속에 숨은 생각의 끝자락을 붙잡으려 마음을 재촉해 본다.
98p
그건 네 문제다라는 해결책을 알려주시는 주임교사의 편입니다. 세상살이가 남에게 질문을 하고 해답을 구해보지만 결국은 나로 귀결됩니다. 당연히 나의 문제인데 계속 밖에서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 저 자신을 돌아보며 놀라게 됩니다. ˝이 뭐꼬?˝, ˝내 탓이오˝도 모든 어려움과 문제를 나에게서 구하는 시작입니다.

˝예수님과 나의 오랜 악연˝
이 편은 제목만 보고 맞아, 대놓고 믿음을 이야기하는 인간들은 낫지 않겠지 짐작하고 읽어나가는데, 귀여운 어린 시절의 사연에서 시작해서 숱한 사회에서의 경험이 합쳐집니다. ‘내가 예수믿는 환자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라는 깨달음‘에서 깜짝 놀랬습니다. (주로 글들이 사람을 놀래키는군요) 분명 외부에서의 반응으로 그런 생각의 결론에 도달했는데 다시 의문을 내 안에서 찾습니다. 멋진 이야기입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화려한 쇼핑몰 의자에 앉아 갑자기 냉소적인 생각이 듭니다. 그런 순간적인 허무한 생각에서 인생의 흐름을 찾습니다. 감정의 터널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터널은 길기도 하고 짧게 끝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해결책이 쓸만합니다. 우울하고 허무할 적에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

한편 한편이 동네 어르신의 잔잔한 안내같으면서 진솔한 대화같아 즐겁습니다. 이런 좋은 이야기를 들으려면 안면도 있어야 하고, 뭔가 선물이라도 들고 가서 인사드리고 요즘 어떠신가요 여쭤본 후에 차분하게 들을 수 있는건데, 그걸 한자리에 앉아 읽으니 정말 좋습니다.
비대면으로 수십년의 내공을 배울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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