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사가 들려주는 향기로운 식물도감
프레디 고즐랜드.자비에르 페르난데스 지음 / 도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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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멋진 책이 나오는 군요. 향수라는 것이 그냥 브랜드 회사에서  조향사에게 의뢰하면 턱하고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의 여러 가지 사연과 일화들이 공개됩니다.

매 페이지마다 사진자료가 있어 눈이 즐겁습니다.
자연에서 오는 느낌을 살려서 표지에서부터 화려하면서 싱싱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그런데 향수들은 대개 화학적으로 배합하는게 아닌가?)
상식도 많이 배우게 됩니다. 이집트에서 미라와 불사조에서 향수가 나온 것같고, 정화, 제사에 반드시 향이 들어갑니다.

이집트인에게 있어 이승에 머무는 시간은 영혼의 긴 여정에서 그저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살아있는 동안 저승으로 가는 긴 여행을 준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식의 시간이기도 했다.
14p
살아있는 동안 내내 죽음을 준비하는군요. 뭔가 수천년 왕국의 믿음과 저력이 느껴집니다.

고대의 향, 중세의 향, 불로불사, 전염병 대책... 거의 모든 순간에 향이 존재합니다. 루이15세의 '향기를 내뿜는 궁'도 흥미롭습니다.  프랑스는 역시 향수의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빵이 없으면 밥을 먹으면 되지만 향수는 그 나라의 생명인듯 합니다.

사실 핵심은 2부 38명의 조향사와 식물입니다.
조향사의 약력과 자신의 대표 향수을 말합니다. 에벨린 보랭거가 나오면 진가를 인정못받는 가이악을 소개하면서 바디샵의 의뢰를 받아 남성을 위한 머스크 향을 만들 때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리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어봤다'고 합니다. 그 단어에 어울리는 원료들을 찾으면서 편안한 머스크 향, 상탈나무와 앰버그리스의 관능적인 향, 가이악의 스모키한 향을 배합합니다.  이에 배치하여 가이악의 역사가 나옵니다. (이건 뭐 식물대백과사전같습니다)
거기에 가이악을 원료로 만든 향수들도 나열됩니다. 이건 향수에 대해 꿰뚫고 있지 않으면 어려운 작업이겠습니다.

까샤렐(Cacharel)의 루루(Loulou)를 만들 때 일랑일랑 향은 아주 중요한 원료였다. 꽃 중에서 베이스 노트로 쓰이는 귀중한 천연 원료이기 때문이다. 자스민이나 튜베로즈와 비슷한 점이 있어 섞어 쓰면 멋진 향이 만들어진다. 원래는 노란색 꽃이지만, 우리 조향사들은 일랑일랑의 향을 하얗다고 표현하곤 한다. 자스민이나 튜베로즈는 일랑일랑처럼 에센셜 오일타입이 아닌 앱솔루트로 되어 있어 좀 무겁고 향이 오래 가는 경향이 있다. 일단 일랑일랑 향으로 만든 향수는 처음에는 가벼운 꽃 향이 코 끝을 스친다. 우리가 일랑일랑 향에서 특히 좋아하는 점은 밝은 태양을 연상시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흔히 빛을 연상케하는 향은 앙브르 쏠레르(Ambre Solaire)처럼 솔리시랏을 함유하고 있는 향수들이다. 일랑일랑 에션셜 오일을 사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이국적인 향을 얻을 수 있다.
여성 고객들은 “이건 제가 썼던 첫번째 향수에요” 라는 말을 많이 한다. 게다가 유명한 루루(Loulou)의 광고 문구인 “바로 제가 루루(Loulou)예요”를 누구나 기억한다. 그 당시는 로레알 계열 회사에서 까샤렐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아넷 루이가 맹활약을 하던 시기였다. 먼저 루루를 만들고 루루 블루 그리고 에덴을 만들었다. 내가 까샤렐에 입사했을 때는 이미 부드럽고 졂은이들이 좋아하는 로맨틱한 타입의 향수 아나이스 아나이스(Anais Ansis)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였다. 아나이스 아나이스 성공 이후 4-5년이 지나 루루의 등장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아넷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나이스 아나이스를 쓰는 여성들이 이제는 좀 성숙했지만 여전히 젊은 감각을 갖고 싶고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싶은 바람,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관능적인 미를 가진 여성이 되고 싶어 하므로 이런 여성들에게 적합한 향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관능미를 충족시키려면 바닐라 향을 가미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트렌디한 향수라면 쟝 샤를 브로쏘의 옴브르 로즈(Ombre Rose)가 있었는데 이 향수에서는 쌀을 빻아 만든 파우더 냄새가 부드러우면서도 바닐라 향을 가진 듯 보였다. 그래서 우리도 루루(Loulou)를 만들때 바닐라 향을 넣게 된 것이다. 아넷이 이걸로는 좀 부족하다고 했기에 우리는 이국적인 향을 넣을 것을 제안했다. 아넷이 “장, 고갱의 그림을 한번 참고해보세요”라고 말했다. 아넷에게 있어 까샤렐은 꽃이 중요한 브랜드였고, 바로 그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 때 쓰게 된 것이 마다가스카르 산 일랑일랑이었다.
154p.
이 한편이 책 한권으로 나올만한 내용입니다. 그러니 38편의 이야기는 38권의 느낌입니다.

하나의 원료를 보고 역사와 스토리가 나오니 매편마다 머나먼 세계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마냥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제각기 전혀 다른 스토리인게 재미있습니다. 마치 향수를 주제로 분야별로 전문가가 자기 인생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펼치는 듯합니다.

3부에는 33가지 식물이 나옵니다. 고수, 너트맥, 수선화, 니아울리, 딜, 라임, 스위트레몬...  고수는 쌀국수에 들어가는 특이한 향의 나물아닌가요? 이 향을 도대체 누가 쓸까 궁금한데 추출물로 사용하고, 여러 에센셜 오일이 나온다고 합니다. 설명과 함께 사진이 나오니 어디선가 봤는데? 이게 카모마일이구나, 로즈마리는 알고 있지 하고 머리속에 산만한 내용이 연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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