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중개자들 - 석유부터 밀까지, 자원 시장을 움직이는 탐욕의 세력들
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 김정혜 옮김 / 알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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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중개인, 중개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마치 소설의 구성처럼 엮어서 약간 혼돈을 줍니다. 사건은 언제 일어나는 거지? 비밀은 언제 밝혀지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있는 사실을 저자들이 시간 순서대로 엮은 겁니다.

그런데 글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안읽힙니다. 왜 그럴까요. 몇가지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1.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빌게이츠, 워렌 버핏, 피터 틸, 아인슈타인, 피카소 등은 뭔가 연상이 되고 그럴 법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이 책에서 테오도어 바이서, 마크 리치, 요하너스 데우스, 휴 하트... 너무 많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너무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다시 듣고 싶은 것이 노화의 현상이라 해서 애써 두뇌 개발이라 생각하고 읽습니다)
2. 전혀 모르는 분야입니다. 원유 가격이나 소련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데 마구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3.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석유, 밀, 자원 시장의 중개인들이 다 나옵니다. (한편으로 사기 열전같은 70여편의 이야기도 앞부분은 몇번을 읽어서 기승전결을 알지만 뒷부분은 이름도 낯선 것과 같지 않을까요.)
4. 소제목들도 난감합니다. 황제의 대관식, 쓰러지는 제국, 중국발 빅뱅... 대충 이야기의 핵심을 짚어주는 제목을 달아야지, 더욱 미궁으로 빠질 것같은 이름입니다.
이런 엄청난 작업을 해낸 번역자 김정혜선생의 노고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이 책에서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1. 지난 75년간 원자재 중개 산업에 대해 다룬 책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최초로 공개되는 부분들이 많겠죠.
2. 전현직 트레이더 백명 이상과 인터뷰를 했답니다.
3. 20년간 업계에서 취재하고 조사한 결과물이랍니다.
4. 읽고나면 뭐랄까 큰 일을 치른 듯, 세상의 비밀을 혼자 알게 된 것같은 기분이 듭니다. 글이 어려워 두번, 세번 읽으면 두번, 세번 만족감이 듭니다.

1장에서 테어도어 바이서는 독일의 군인으로 소련 포로수용소에 감금된 적이 있는데 다시 소련으로 사업차 들어갑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래도 유조선 한채 분량의 계약을 해냅니다.
뉴욕의 유대인 제셀슨은 금속 중개를 시작합니다. 맥밀런 주니어는 곡물 중개로 카길이라는 비상장회사를 키웁니다.
이 3사람이 중개업의 시조격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한마디로 그들에겐 독특한 관점 하나가 보인다. 돈이 되면 어디든 가고, 정치는 당연하고 웬만하면 도덕성도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지금도 원자재 중개 산업의 많은 종사자에겐 격언과도 같을 것이다. 실제로 맥밀런 주니어, 제셀슨, 바이서 모두 이념과 체제를 초월해 어떤 국가와도 돈이 된다면 손을 잡았다. 물론 탐욕스러운 사업가든 부패한 관료든 가리지 않았다. 목표는 단 하나, 그것도 아주 명확했다. 바로 이익이다. 필리프브라더스 초창기에 트레이더로 활약했던 어떤 이의 말에 그러한 시선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사업이 최우선이라는 겁니다. 정치적 사안은 사업이 아니죠.˝
60p

그런데 중개사업도 결국은 돈을 버는 비즈니스라서 인상깊은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큰 걸 놓치다니! 우리 모두는 먹고살 자격도 없습니다. (64p)

늘 시장에 발을 담가야 합니다. 살다 보면 무언가가 정말로 부족해지는 때가 옵니다. 필요한 물건을 가지면 큰 돈을 법니다. (72p)

트레이더로 일하다 보면, 이렇게 칼날위를 걷는 식의 상황이 많을 거야. 잘못된 방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게. (115p)

이게 힘과 권력의 문제란 것을 모르시네요. 돈이 곧 권력이고 힘입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복잡할 거 없어요. (126p)

나는 지금도 식당에 가면 항상 출입문을 향해 앉아요. 그 시절부터 들인 습관입니다. (261p)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쌉니다. 큰 돈이 될 게 확실합니다. (407p)

사업에서 우리는 정치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회사의 사업 철학입니다. (495p)

글렌코어의 최고위 12인 그룹 (12사도)은 이름 그대로 비밀 조직의 배후세력같이 느껴집니다.

중국발 빅뱅에서 마이클의 미래예측은 미래에서 돌아온 웹소설같은 시원한 분석입니다.

603페이지의 책 내용을 어떻게든 요약해볼까 했는데, 요약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미 최대한 요약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대단한 거죠. 20년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라와 나라를 잇는 송유관이 나오는데 도대체 어느쪽 나라에서 돈을 대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지하에도 송유관이 있어 가끔 도굴범들이 몰래 땅굴을 파서 훔쳐가서 관로의 위치는 비밀이라고 하더군요.

#경제
#얼굴 없는 중개자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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