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팽팽한 긴장 속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개정판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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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로 산다는 것
왕권과 신권의 팽팽한 긴장 속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개정판
신병주 (지은이) 매일경제신문사 2023-06-02

42명의 참모들 전기입니다. 정도전, 하륜, 한명회... 이름만 들으면 아는 이름들이 나옵니다. (뒤로 기면서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나옵니다) 끝까지 버텨 임금이 총애를 받기도 하고, 어설프게 처신하여 귀양을 가거나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옛날 임금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면서 조선왕조의 역사를 슬슬 풀어갑니다. 대충 아는 내용도 참모의 입장에서 이해하니 색다릅니다. 보통 임금이 주인공이고 참모는 거의 보조역할을 하는 거였죠. 그런데 이 책에서는 주변인이었던 참모들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입니다.

사육신의 일인인 성상문의 죽음은 비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역적으로 죽임을 당했는데 어떻게 기록에 남았을까 했더니 숙종 무렵에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복권된 것입니다.

신숙주가 숙주나물로 무시당하는 면이 있는데 일본에 다녀온 후에 기행문 해동제국기를 저술한 부분은 높이 평가해야겠습니다. (앗. 너무 칭찬하길래 혹시 저자가 같은 본관일까 의심했는데, 신숙주는 고령 신씨이고, 신병주선생은 평산 신씨라고 하네요. 왜 이런 부분이 궁금할까요)

중간중간 조선왕조실록에 인물들의 평가가 있으면 같이 인용합니다. 글이 빈틈이 없고 평이 빠져나갈 구석이 없이 날카롭습니다.

"큰일과 큰 의논을 결정할 적엔 의심나는 것을 고찰함이 실로 시귀(점을 치는 데 쓰는 상서로운 풀과 거북)와 같았으며, 좋은 꾀와 좋은 계획이 있을 적엔 임금에게 고함이 항상 약석(약과 침)보다 먼저하였다. 임금이 과실이 없는 처지에 있도록 확실히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요란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 목적을 삼았다"는 실록의 평가에서 세종이 고령의 황희를 끝까지 신임한 이유가 무엇이었던가를 알 수 있다.
39p.

"사람됨이 공손 근엄하고 신중 치밀하여 벼슬을 맡고 직책에 임함에 행동이 사의에 합치하였다. (중략) 예제를 참정할 때에 문장이 정밀하고 깊이가 있으며 속되지 않았는데, 종이를 잡기가 무섭게 곧 (문장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일견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듯이 보였지만, 후반부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사신이 논평하기를, 강희맹은 책을 많이 보고 기억을 잘하며 문장이 우아하고 정밀하여 한때의 동년배들이 그보다 앞서는 자가 없었다. 다만 평생 임금의 뜻에 영합하여 은총을 희구하였다. 세조가 금강산에 거둥하였을 때, 이상한 새가 있어 하늘가를 빙빙 돌며 춤추었다. 세조가 부처의 힘이 신묘하게 응한 것이라 하였는데, 강희맹이 서울에서 그 말을 듣고 드디어 《청학송》을 지어 바치었다. 세조가 일찍이 술이 거나하여 좌우에게 희롱하여 말하기를, “나는 중토를 횡행하고 싶다고 하였는데, 강희맹은 이를 사실로 여기고 한 권의 책을 지어 바쳤다. 이름하여 《국세편》이라 하였는데, 아첨하는 말이 많았다. (중략) 또 그 공을 스스로 열거하여 공신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이조 판서가 되어서는 비방을 받음이 또한 많았다. 비록 사조의 아름다움이 있기는 하나, 무엇을 취하랴?" 하였다.
《성종실록》 1483년(성종14) 2월 18일, 94p

1618년 8월 24일 허균은 현응민, 우경방, 하인준 등의 동지들과 함께 저잣거리에서 능지처참되면서 50세 생애의 마침표를 찍었다. 다음의 글은 당시 허균이 얼마나 기피인물로 낙인찍혔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천지간의 한 괴물입니다. (중략) 그 몸뚱이를 수레에 매달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고 그 고기를 찢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그의 일생에 해온 일을 보면 악이란 악은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강상을 어지럽힌 더러운 행동을 보면 다시 사람이라 할 수가 없고 요망스러운 참언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그의 장기입니다.
《광해군일기> 1618년(광해군 10) 윤4월 29일, 303p.
그런데 이렇게도 적은 걸 보면 실록도 지극히 편협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실록이 아니라 일기라서 그런걸까요.

어설프게 아는 부분들은 꼭꼭 짚어 요약을 해주는 부분이 있고, 전혀 모르는 내용은 새롭게 입력해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다 읽고 나면 어두운 조선의 답답한 왕 아래에 고군분투하는 참모들의 애환이 느껴집니다.

#한국사
#참모로 산다는 것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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