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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토멕과 신비의 물 ㅣ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정혜승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4월
평점 :
간단한 단어 하나를 듣고 마치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요. 소설이니 가능한 걸까요. 그러기에는 너무 현실에서 환상으로 넘어갑니다.
평범한, (아니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을 파는 잡화상의 주인 토멕은 우연히 찾아온 소녀에게 가게에 뭐든지 있다고 알려줍니다.
막대사탕, 고무줄, 트럼프, 캥거루 그림, 사막의 모래, 골무, 조개 껍데기, 삼나무 씨앗은 있는데 소녀가 원하는 크자르 강의 물은 없습니다.
토멕은 잡화상을 벗어날 생각이 없었는데 소녀의 등장과 크자르 강을 듣는 순간 방아쇠가 되어 느닷없이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계기는 소녀이고, 목표는 크자르강입니다. 강 이름을 듣지 못했다면, 소녀가 아니었다면 떠날 생각을 못했겠지요.
이샴 할아버지(노인들은 뭐든지 알고 있지요)에게서 크자르강의 비밀과 거꾸로 흐르는 강의 신비로움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비밀은 직접 가기 전에는 알 수가 없기에 비밀인거죠.
"전에도 말했지만 난 살아오면서 일을 일이라고 여기며 해본 적이 없단다. 그러니 쉰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지. 모든게 그저 흘러가는 삶인 게야."
23p.
노인의 연륜과 경험은 깊이가 있습니다.
"내 귀여운 도마뱀, 네가 맞힌다면 말이냐? 그렇담 네가 답을 맞히는 첫 번째 사람이 되는 거지. 그리고 모두 이 바다를 마음대로 건너다닐 수 있게 되겠지. 난 영원히 사라질 테고…… 자 이게 네게 답을 맞히면 일어날 일들이다. 하지만 나의 귀염둥이, 내 귀여운 도마뱀아, 넌 맞히지 못할 거야."
"자, 그럼 내봐."
두려움과 추위로 벌벌 떨면서 토멕이 말했다.
"얼른 문제를 내보라고!"
노파는 온몸을 힘껏 굴려 공중에 멈춰 있던 그네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 번인가 끼걱끼걱 왔다 갔다를 반복하더니, 갑자기 그네를 멈춰 세우고는 거친 금속성의 목소리로 수수께끼를 냈다.
"우린 자매다. 나비 날개처럼 부서질 듯 여리지만, 그래도 우리는 세상을 사라지게 할 수 있지. 우리가 누굴까?"
길고도 긴 정적이 흘렀다. 노파는 공중에 그네를 멈춰 세운 채로 있었다.
165p.
이 무슨 얼토당토한 수수께끼인가요. 세상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나비 날개라니, 기가막힌 수수께끼입니다. 작가가 이 대목에 힘을 팍 실었습니다. 하지만 벌벌 떨면서 반말을 하네요.
책에서는 세번의 결혼이 나옵니다. 당나귀의 주인 마리가 결혼을 하지만 사랑을 찾아 피트와 도망을 가고, 존재하지 않는 섬의 소녀들이 선원을 불러와 같이 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토맥과 소녀의 결혼을 암시합니다. 뭔가 인생의 결론이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슬픈 동화입니다.
소설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의 세계로 들어가서 흠뻑 이상한 나라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모험과도 같습니다. 가만히 방안에 앉아 같이 여행을 다녀온 기분도 듭니다. 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