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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데스크 ㅣ 다산어린이문학
켈리 양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4월
평점 :
표지에 꼬마여자아이가 프런트 데스트에서 당차게 버티고 있습니다. 어린이 대상 책이니 읽기는 쉽겠네 하고 잠시 펼쳐봤습니다. 세상에, 순식간에 다 읽게 됩니다.
미국에 달랑 200달러 들고 찾아온 중국인 부모와 어린 여자아이. 세 사람은 온갖 고생을 하다가 숙박제공을 해주는 모텔의 관리인으로 일하게 됩니다. 건물주는 관리인이 1년 동안 일해 버는 돈을 매달 가져갑니다. 주인공은 싸구려 꽃무늬바지밖에 없습니다. 비참하게 살다가 드디어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버몬트의 모텔 운영권을 글짓기로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응모를 합니다. 하지만 열살 아이는 글짓기수업에서 C- 실력입니다. 과연 어떻게 되느냐.
별거 아닌 이야기에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계속 그 다음은, 다음은 하고 마구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역시 잘 쓴 글은 몰입되어 읽게 됩니다. 추천사에 빠른 전개와 매력적인 주인공이라고 써있는데 딱 맞는 말입니다. 별거 아닌 이야기들이 순간 지나갑니다. 주인공은 어떻게 말을 하려나 계속 따라가게 됩니다.
우리 부모님은 미국이 아주 멋진 곳일 거라고 했다. 강아지가 있는 집에서 살고,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으며, 볼이 미어지도록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곳.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건 햄버거뿐이지만, 나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5p.
유머가 넘치는 시작입니다. 중간에 결국 햄버거를 먹긴 하지만 사연많은 햄버거입니다.
처음에는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우리 부모님이 객실을 청소하고 루페의 아빠가 지붕에서 케이블을 고정하는 동안 우리는 프런트 사무실에 어색하게 서 있었다. 나는 계속 옆을 힐끔거리며 루페가 무슨 말이라도 하길 기다렸다. 마침내 더는 참지 못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나 할 말 있어.” 내가 말했다. “뭔데?”
“실은 나 골든리트리버 안 키워.” 내가 실토했다.
“나도 할 말 있어.” 루페가 멋쩍게 말했다.
˝뭔데?˝
˝나도˝
나는 빙그레 웃었다.
98p.
가난한 친구끼리 솔직해지는 순간입니다. 이런 사소한 거짓말이 지지부진하지 않게 정리됩니다.
˝또 책 빌렸어?˝ 엄마가 말했다. “책 읽을 시간에 수학 문제를 더 풀어야지. 네가 잘할 수 있는 분야잖아.˝ 그러더니 엄마는 옛 추억에 잠겼다. “내가 네 나이였을 때, 네 삼촌 수학 수업을 몰래 엿듣곤 했지.˝
네, 네, 네. 이럴 시간이 없었다.
“전 엄마랑 달라요.˝ 나도 모르게 불쑥 외치자 엄마가 움찔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전 수학보다 다른 걸 더 좋아해요.”
˝그래? 뭐?˝ 엄마는 빗자루를 내려놓고 팔짱을 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글쓰기랄까요?˝
˝영어 글쓰기?˝ 엄마는 방금 아주 황당한 말을 들은 것처럼 물었다. ‘바구니 짜기‘ 같은 답을 들은 표정이었다.
109p.
바구니짜기는 도대체 뭘까요. 이런 삐딱한 유머가 즐겁습니다.
열두 개, 내 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강조하려고 선생님이 사용한 느낌표의 개수다.
문법을 확인하렴!!!! 시제를 신경 쓰자, 미아, 시제!!!! 교정이 필요하구나!!!!
종이 맨 위의 작은 마이너스 표시가 나에게 윙크했다. C로도 모자라 C 마이너스여야만 했다. 나는 내 글 곳곳에 난 빨간 흔적들을 응시했다. 엉망진창 피투성이였다. 모든 문장에 동그라미나 취소 선이 있었다. 나는 왜 시제를 자꾸 틀릴까?
머릿속에서 엄마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그야 중국어에는 시제가 없으니까! 엄마 말이 옳았다. 어떻게 내가 원어민만큼 잘할수 있겠는가? 글짓기 대회는 그냥 잊어버리는 편이 나았다.
147p.
비참한데 웃깁니다. 진짜 중국어에는 시제가 없는 건가요?
중간에 병원갈 일이 생겨 가볍게 (뇌진탕과 타박상입니다) 치료하는데 청구서가 5,800달러입니다. 읽다가 눈물이 납니다. 돈이 없으면 다치면 안되는거죠. 다쳐서 병원에 가게 될까 운동도 안합니다.
청소년 대상 도서지만 성인이 보기에도 즐겁습니다. 초등 5-6학년 대상이랍니다.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어린이도서
#프런트데스크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