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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자 - 장악하고 주도하는 궁극의 기술
공원국.박찬철 지음 / 시공사 / 2023년 3월
평점 :
귀곡자 자체는 재미가 없습니다. 저자도 서문에서 ˝중국 대형서점에 가면 귀곡자 관련 서적이 수십 권 나와있더라, 하지만...˝ 하는 아쉬움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재미없는 것은 재미없는 거죠. 중국이야 자기네 선조이니 어떻게든 훌륭하다, 본받아야 한다 강조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죠.
귀곡자 혹은 귀곡선생, 귀신계곡의 선생님이죠. 귀곡이 이름의 성이라고도 하고 왕씨라고도 합니다. 소진, 장의의 스승이고, 손빈, 방연의 스승입니다. 기원전 4세기의 인물입니다.
소진(蘇秦, ? ~ 기원전 317년?),
장의(張儀, ? ~ 기원전 309년),
손빈(孫臏, 기원전 382년 ~ 기원전 316년)
몇년전부터 귀곡자를 읽고 싶었는데 읽히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으로 이해했습니다. 원문은 재미가 없습니다. 패합, 내건, 저희, 오합... 이 무슨 단어인가요. 상형문자라 해독이 필요한건가요. 그당시 춘추시대로 돌아가야 이해가 되는건가요. 그 시대로 가도 이해못할 겁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무엇보다 어려운 내용을 풀어주고,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시도가 대단합니다.
패합(捭闔), 상황을 분석한 뒤 시작을 결정하라, 함께하는 사람과 비전을 공유한다.
반응(反應), 주변의 진심을 파악하라, 상대의 생각을 경청한다.
내건(內揵), 함께하는 자의 마음을 얻어 굳게 결속하라, 조직과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확인한다, 결속하지 못하면 미련 없이 물러난다.
저희(抵巇), 틈이 생길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라, 상황에 따라 틈을 막는 방법은 달라진다, 저희를 함부로 쓰면 없는 틈도 생긴다.
오합(忤合), 대세를 살피고 방향을 결정하라, 반복된 관찰로 대세를 읽는다, 원칙과 명분이 중요하다.
췌마(揣摩), 정보에 우위를 차지하라, 상대의 힘의 크기와 방향을 파악한다, 상대의 본심을 알려면 은밀히 욕망을 자극해라.
비겸(飛箝), 상대를 높여 장악하라, 상대에게 필요한 칭찬을 한다.
권(權), 말의 힘으로 상황을 주도하라,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말을 삼가라.
모(謀), 사람에 따라 쓰는 방법도 다르다, 모든 사람을 활용할 수 있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은 놓아준다
등등 모를 것같은 부분에서 큰 그림을 잡아주고 무엇보다 하나하나 펼쳐서 수십 가지 이야기로 풀어줍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첫번째 가르침은 패합입니다. 열고 닫는다. 나가고 지킨다. 시작하고 그만 두는 것입니다.
성인은
음양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살펴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고,
성공하고 망하는 관건을 파악해서 만물의 시작과 끝을 주관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알고 변화의 징조를 미리 알아서 존망의 관건을 지킬 수 있었다.
21p.
공자의 군자도 어려운데, 귀곡자는 성인聖人을 이야기하는군요.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성인의 일인가요. 마을이나 산의 이름을 정하는 일을 누군가 할테니 이 부분은 이해가 갑니다.
흥하고 망하는 것은 장사, 사업의 일일텐데, 거기에 만물의 시작과 끝을 배치합니다.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당태종 이세민의 이야기로 풀어줍니다.
역에 말하길 ˝진퇴와 존망에 그 바름을 잃지 않는 자는 성인뿐이다˝라고 했습니다. 대개 나아갈 때도 물러나는 뜻이 있는 것이고, 존存에 망亡의 계기가 있는 것입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만족을 알면 욕을보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합니다. 폐하의 위명이 이미 족하고, 땅을 개척하고 새 강토를 여는 것은 이만 그쳐도 됩니다.
34-35p. 방현령열전, 신당서
그만 두어야 할 때 그만 두지 못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당태종에게 명분을 알려줍니다.
2장 반응 편에는 삼국지 주유의 이야기로 풀어갑니다.
조조가 지금 북방의 영토를 이미 안정시켜 내환이 없고, 전장에서 오랜 시일을 보낼 수 있다 해도, 배 위에서 우리와 승부를 겨룰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북쪽 땅도 평정하지 못했고, 마초와 한수는 관의 서쪽에 주둔하면서 조조의 후환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말을 버리고 배를 타고서 오월과 기량을 견주는 것은 원래 중원 병사들이 잘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겨울이 깊어 말에게 먹일 풀도 없고, 중원의 병사들은 멀리 강호까지 들어왔으니 물과 풍토에 적응하지 못해 반드시 병이 생길 것입니다. 이 네 가지는 모두 병사를 부릴 때 피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조조가 감히 이런 잘못을 범했습니다. 장군께서 조조를 잡으시려 한다면 지금이 바로 적기입니다.
55-56p. 주변의 진심을 파악하라_반응
삼국지를 귀곡자의 해설 도구로 읽으니 색달라서 좋습니다.
3장 내건은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 위치한다. 두가지 뜻이 있답니다. 마치 주역의 이치같습니다. 안에 이미 있는 것이나 이제 들어가는 모양이나 뭔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애매모호한 순간 강태공과 관중, 안영의 이야기로 풀어줍니다.
4장 저희는 빈틈입니다. 작은 금이 커져서 큰 틈새가 된다는 겁니다. 조조의 포용력과 도르곤의 협상력, 강희제의 틈새 파악력... 이 모든 것이 틈에서 시작합니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으면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할 원문입니다.
어쩌면 이 책은 역사 속의 이야기를 먼저 읽은 후에 귀곡자의 번역과 해설을 보는 것이 좋을 것같습니다. 그러는 것이 훨씬 이해가 쉽습니다. 저자들도 먼저 해설을 하고 번역과 원문을 배치한 이유가 있는 것같습니다.
가만히 보면 병법서같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일을 하는 방법과 절차를 알려줍니다. 한문장 적어보면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