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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거짓말쟁이들 - 살아남기 위해 속고 속이는 생물 이야기
모리 유민 지음, 이진원 옮김, 무라타 고이치 감수 / 키라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온갖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순식간에 다 읽었습니다. 멧돼지의 어린시절, 악어거북, 너구리, 나비, 난초사마귀, 악어거북, 부엉이나비, 뻐꾸기의 탁란 등 온갖 흥미로운 동물들이 나옵니다.
좋은 책은 글이 쉬워 빨리 읽히는 맛이 있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야 합니다. (앗 그럼 웹소설이 아닌가) 다시 아무데나 펼쳐봐도 새로운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동물도 거짓말을 한다는 이런 재미있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서 저자 소개를 보니 모리 유민 선생은 생물을 공부하고 평소에 동물원과 수족관을 취재합니다. 동물 관련한 책을 여러 권 냈습니다. (다른 책도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습니다)
거짓말은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딘가에서 그런 이론을 들어 인간이 참 비겁하구나, 치사하네라고 지금까지 믿어왔는데, 이 책은 여지없이 그 내용을 반박합니다.
너구리, 오소리 등은 공격을 당했을 때 죽은 체를 합니다.
새끼 멧돼지는 수풀에 몸을 숨기기 위해 줄무늬로 위장합니다. 뻐꾸기는 탁란을 위해 알의 색과 무늬까지 모방합니다. 반날개 무리들은 개미가 좋아하는 약을 분비하여 개미집에 얹혀 삽니다. 때까치는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모방하여 먹이를 구합니다. 독나비의 경계색을 학습하여 위장하는 나비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살기 위해서 (사는게 뭔지...) 동물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속인다고 합니다. 당연히 말을 안하니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형, 색상, 무늬, 습성, 생태로 속이는 겁니다. (뭔가 인간 입장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뒤로 가면 더 복잡하게 지저귀는 십자새 수컷이 더 인기있고, 때까치는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모방하여 먹이를 구합니다. 거참.
하지만 생물의 속임수와 인간의 거짓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무엇이 서로 다를까? 바로 ‘속이는 대상이 누구냐’는 점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동물은 대부분 다른 종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의태를 비롯한 여러 거짓말이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진화해온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은 같은 인간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이처럼 같은 종을 속이는 거짓말은 비교적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에게도 나타난다. 특히 무리 생활을 하는 영장류가 복잡한 의사소통 과정에서 서로 속이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19p.
속임수와 거짓말이 조금 다르죠. 동물의 속임수는 살기 위한 한가지 방법이고, 인간의 거짓말을 다양한 등급이 있습니다.
검은색과 노란색이 얽힌 무늬는 자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랑이 줄무늬가 대표적인데, 다만 호랑이의 줄무늬는 풀숲에 몸을 숨기는 데 유리한 위장술의 일종이다. 반면 벌 몸통의 검은색과 노란색 줄무늬는 자기 모습을 눈에 띄게 만들어 상대가 다가오지 않도록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침을 갖고 있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실제로 벌에게 쏘인 경험이 있는 동물은 벌의 줄무늬만 봐도 위험한 상대로 인식하고 경계한다. 벌보다 빠르게 날아다니며 곤충을 잡아먹는 새도 벌의 줄무늬를 보고 가능한 한 벌을 피하려 한다.
주변 환경에 녹아드는 위장술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목적이지만 벌의 줄무늬는 자기가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자기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의미를 지닌 생물의 색을 ‘경계색‘이라 한다.
46p.
호랑이의 눈에 띄는 줄무늬도 흑백으로 보면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초식동물들은 칼라로 선명하게 보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요약의 힘을 읽고 감동받은 점이 모든 내용을 다섯줄로 요약한다입니다. 이제부터 읽은 책을 다섯줄 요약을 해보려고 합니다.
숲속의 거짓말쟁이들 다섯줄 요약.
“인간 이외의 생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동물의 거짓말은 오직 생존과 번식이 목적이다.
의태에는 유인, 공격, 포획하는 공격이 있고, 포식자를 교란시키는 계략도 있다.
세상은 거짓말과 희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