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실의 기쁨 -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프랭크 브루니 지음,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3월
평점 :
상실의 기쁨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프랭크 브루니 (지은이), 홍정인 (옮긴이)
웅진지식하우스 2023-03-17
책제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잡은 책입니다.
상실의 기쁨. 저자는 시력을 잃고 슬퍼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없어진, 상실된 상태에서 시작하여 기쁨을 찾아낸다는 겁니다. 이게 가눙한 일인가요. 도대체 어떤 기쁨이 있을까요. 거의 99%는 포기하고 없어진 것에 절망할겁니다.
그것보다 저자가 프랭크 부루니인데 동거인이 톰입니다. (톰은 분명 남자겠죠) 성 정체성을 밝히려는 것은 아니지만 프랭크면 남자일까? 부루니는 여자같은데... 문체만 가지고는 성별을 알 수가 없네. 하고 답답한 상황에 톰이 바람을 핍니다. 하지만 바람을 핀다고 성별을 알 수 있는게 아닙니다. 더욱 모호한 찰나에 105페이지에서 밝혀집니다.
톰과 나에게는 여름의 계획이 있었다. 때는 5월이었고 그해 7월에 우리는 내 남동생 해리와 아내 실비아, 그리고 그들의 네 아이와 함께 그리스에서 열흘을 보낼 예정이었다. 조카들은 프랭크 삼촌과 톰 삼촌의 소개로 이 멋진 전설의 나라를 방문하게 된 것에 한껏 들떠 있었다. 혹시 두 삼촌 중 한 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여행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우거나 어쩌면 여행이 취소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105p.
아하. 100여페이지동안 궁금하던 것이 드디어 풀렸습니다. 그동안 파킨슨병에 걸린 친구 도리를 위로하면서 안아주는데 여자라서 쉽게 안아주나, 남자이지만 미국이니 안아줘도 되는건가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게 비밀을 찾아내고 마음편히 읽고 있는데,
회의실을 찾은 어느 학생은 나와 대화를 더 나누고 싶어 했다. 그 학생은 게이였다. 그는 내가 게이임을 공개한 최초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며 동성애자의 권리에 관해 많은 글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65p.
스스로 비밀을 밝혀냅니다. 고민하지 말고 그냥 읽었면 알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반쯤 읽어가도 기쁨은 나오지 않고 여전히 상실의 슬픔이나 체념입니다. 이거. 끝까지 이러면 어떡하나. 기쁨은 언제 나타나나, 시력을 잃는데 기쁠 수가 있는건가 또다른 고민에 빠집니다.
아. 30년경력의 칼럼니스트 글은 쉽지 않습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계속 읽게 만들고, 기쁨은 언제 나올지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습니다.
그렇게 다 읽고 나니 한편한편이 독립적인 에세이였고 개별적인 이야기였네요. 기쁨은 어떤 걸까요. 마치 잃어버린 줄 알았던 파랑새와 같은 내 곁에 당연한듯이 있는 행복, 도움, 생존인 것같습니다.
<뉴욕, 뉴욕>이 끝나자 아버지는 시나트라가 어느 여자가수와 부른 듀엣곡이 항상 좋았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 가수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 이름을 떠올리려고 한참 애쓰다 마침내 물었다. “엘라 피츠제럴드요?”
"맞아!"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미소 지었다. “네, 아버지.” 그리고 나는 시리에게 엘라 피츠제럴드를 틀어달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엘라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시니어와 주니어, 우리 두 프랭크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엘라의 <마이 퍼니 발렌타인〉, 엘라의 <아이 겟 어킥 아웃 오브 유>……. 나는 수년째 엘라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어째서? 이 삶에는 너무나 많은 아름다움이 있고 너무나 많은 보물이 쌓여 있어서 커다란 한 도막이 통째로 가려지고 묻히고 잊혀서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것을 재차 상기시켜야 했다.
294-295p.
저도 기억이 자주 사라집니다. 그 잃어버린 순간의 슬픈 느낌이 담담하면서 마치 같은 자리에서 느낀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좋은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