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감 중독 사회 - 분노는 어떻게 정의감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되었나?
안도 슌스케 지음, 송지현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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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라고 하면
모 철학교수의 유명한 저서로 정답이 없는 고민할 거리만 생각나고,
모 정당의 정의로운 체를 하다가 정의롭지 않은 모습을 보여 망가진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의"가 아니라 정의감. 과연 정의롭다는 감정을 어떻게 풀었을까요. 거기에 중독이라는 분명한 뉘앙스를 덧붙이니 웬지 사회문제일 것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 안도 슌스케는 미국 앵거 매니지먼트 협회 회원 1,500명 중 상위 15명만인 최고등급 전문가에 들었다고 하는 분노 연구자입니다.

시작부터 일본의 유명 레슬러가 방송에서 분노를 보였다가 네티즌의 악플로 인해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게 된 사건을 말합니다.
그에게 쏟아진 잔인한 언어폭력은 누구나 동의할 만한 정의감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레슬러가 방송에서 보인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의의 잣대를 들이댈 문제일까? 댓글을 쓴 사람들은 '네가 틀렸다는 걸, 알려주고 말겠어'라는 사명감을 느꼈던 것 같다.
12p
정의감의 표출은 그것뿐일까요. 세상을 부셔버리겠다는 인간들인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언어폭력 쯤은 당연한건가... 잘못을 했으면 언어폭력으로 당해야 하는건가.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일화입니다.

핵심 믿음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무의식중에 나를 위협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된다. 핵심 믿음이 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핵심 믿음에 어긋난 행위를 나에게 적대적인 행위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 감정인 분노가 생겨난다.
51p.
정의감은 자신의 핵심믿음에서 시작하고 그에 어긋나는 행동과 언어를 보면 분노하게 되는 것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주입받은 원칙, 믿음으로 분노하고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건가 봅니다.

해외 유명인사가 뭘 하든 우리 인생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평소 동물 보호 운동에 앞장서 온 사람이 영향력 있는 유명인의 행동을 방관할 수 없었다면 그 사람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이었겠지만, 댓글을 단 사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는 수많은 내담자와 상담하면서 알게 된 것은, 상대에게 닿지 않을 무익한 정의감을 폭주시키며 화내는 사람은 평소 내 자리가 없다, 나를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생활하는 곳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니까 자신을 인정해 주고 받아줄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온라인 세상은 의견을 댓글로 남기는 것만으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할 수 있는 곳이다.
60
상대에게 닿지 않는 무익한 정의감으로 뭉친 전사들이군요. 그런데 왜 악플로 표현하는 걸까요. 강하게 이야기해야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일까요.

정의에 중독되고, 거기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활력을 느낀다.
2. 정의의 기준이 같은 사람들에게 일체감을 느낀다. 3. 내면의 갈등과 혼란을 덜어준다.
정의를 내세울 때는 활력과 보람을 느낀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옳은 일을 하면 칭찬받고 잘못을 저지르면 혼났다. 내가 정의롭다면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

내가 정의를 대변한다면 사람들과 일체감을 느낄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항상 내 편이 상당히 많다. 내가 정의롭다면 정의를 지향하는 다수가 나를 지지한다는 든든한 느낌을 받는다. 인터넷에서 정의를 내세운 댓글을 달면 ‘좋아요’를 많이 받기도 하고 간혹 공감하는 답글을 달아 주는 사람도 나타난다.
79-80p.
그들도 살기 위해 정의감에 중독되어가는군요. 하지만 그 댓글에 당해 괴로운 사람은 어떻게 되나요.

급성과 만성 정의감 중독 테스트가 있습니다. 저는 정의감은 하나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악플도 안달죠, 분노도 표현안하죠) 가벼운 중독 상태입니다. 인터넷뉴스를 제목을 보고 클릭해보는 수준인데 그것도 조금 관여하는 것같습니다.

이렇게 정의감에 중독된 상태와 현상을 나열만 할건가 걱정했는데 5장에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합니다. 심리유형같은 느낌입니다.
고독한 유형,
질투 유형,
독선가 유형,
집단 심리 유형,
열등감 유형
다섯 가지 모두 편향된 제목이네요.
저는 고독한 유형이 19점으로 제일 높았는데 설명은 아쉽게도 안맞습니다.

전체적으로 정의감을 내세운 중독의 다양한 모습을 배울 수 있어 놀랬고, 이런 세상이, 저런 인간이 있구나에 더 당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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