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밀도 - 나를 나답게 하는 말들
류재언 지음 / 라이프레코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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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밀도
나를 나답게 하는 말들
류재언 (지은이) 라이프레코드 2023-01-20

제목만 보면 두 가지가 떠오르죠. 대화하면 뭔가 깊이있는 생각이 있을 것같고, 밀도하면 가볍지 않고 치밀한 내용을 언급할 것같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가 합쳐지니 가벼운 느낌의 에세이일 것같습니다. 뭔가 조합의 신비입니다.
조금 읽다 보니 아니. 이 사람 변호사라더니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잘쓰네 는 생각이 듭니다.
다 읽고 나니 밀도(密度. 빽빽이 들어선 정도)가 아니라 깊이있는 연구 수준이구나 느끼게 됩니다.

괜찮아요. 브레드씨. 효리네 민박. 굿윌헌팅 등의 소개와 함께 (소개도 좋습니다. 소개글을 읽고 괜히 영화를 찾아 보게되니 좋은 소개글입니다. 효리네민박은 너무 편수가 많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중 적절한 대목의 대화를 따옵니다. (대화를 안가져 오고 설명만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도 감동과 느낌을 충분히 설명합니다. 그런 세밀한 대목이 좋습니다.

사실 저는 경쟁을 믿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배우와 경쟁하여 이길 수 있을까요? 저는 그동안 글렌 클로즈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나 많이 봐 왔습니다. 그렇기에 여우조연상에 오른 다섯 명의 후보들은 각기 다른 영화에서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 승리자들이에요. 우린 각자 다른 역할을 해왔고, 따라서 우린 서로 경쟁이라는 걸 할 수 없어요.
오늘 밤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는 제가 아주 조금더 운이 좋았기 때문이죠. 제게 조금 더 행운이 따랐을 뿐입니다. 아마도 한국 영화배우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대도 작용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쨌든 정말로 감사합니다.
36p
이런 식으로 책에 멋진 대화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윤여정 배우의 시상 소감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사실 저 말로 대화의 품격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거기에 무슨 말을 덧붙이겠어 생각했는데 담백하게 칭찬합니다.

스스로 돋보이려는 말은 적을 만들지만,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말은 내 편을 만든다.
그렇게 용기 내어 건넨 인정의 말은 결코 허투루 낭비되지 않는다. 그 호의의 에너지는 상대의 가슴에 닿고 나와 상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어떤 형태로든 호의로 되돌아온다. 설령 그것이 즉각적이지 않더라도, 그 호의의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며 쌓인다.
39p
멋진 덧붙임말이죠?

시간이 한참 흐른 다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입장(立場)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서있는 장소‘라는 뜻인데, 당시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우연히 그 사람이 서있던 장소에 서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와 닿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과거의 그 사람과 시간을 초월해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이런 찰나들이 인생을 살아가며 누리는 시간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49p
살다보면 내 입장이 어떻게 되겠어?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봐야지? 하고 쉽게 말하는데 입장이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대화로 이어지고, 대화는 다시 상대를 생각해주는 수단이 됩니다. 말한마디라도 쉽게 내뱉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구글에서는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NO”라는 말이나, ˝BUT‘이라는 말로 되받아치지 않는 것이 철칙이라고 했다. 그 “NO”와 “BUT‘이라는 단어가 대화의 포비아를 조성해서, 누군가를 위축시키고, 그렇게 되면 대화 자체가 줄어들고 소통이 단절되기에, 조직 내부적으로 “NO”와 ˝BUT‘ 을 쓰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대신 상대의 이야기에는 ˝YES”와 “AND”라는 말로 일단 받아 주고, 그다음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이어가는 것이 구글의 대화 규칙이라고 했다.
143p
저도 회사생활하면서 해서는 안되는 말 목록이 있는데 ‘아니야‘와 ‘하지만‘을 제외해야겠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독수독과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독수독과(毒樹毒果)의 의미는 독으로 오염된 나무에서 열린 열매는 독으로 오염된 것이 뻔하니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형사소송법적으로는 위법한 방식으로 확보된 증거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이에 수반해 2차로 확보된 증거까지도 증거능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영장없이 압수수색하여 확보한 위법 수집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음을 물론이고, 이를 피의자에게 제시하여 얻어낸 자백까지도 통째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몸통이 오염되어 있으면, 그에 파생되는 모든 것들이 통째로 다 오염된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145p
형사법에 멋진 이야기가 있었군요. 꼭 그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방면에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회사에서도 중간에 이상한 브로커가 끼면 일이 꼬이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가 오염되면 결국 번지게 되는 원리인가 봅니다.

변호사의 책이라 법정 주변의 시시한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가 그야말로 밀도있는 대화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밀도, 입장, 괜찮아요, 슴슴하다 등의 평범한 단어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통찰이 돋보이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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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밀도
#류재언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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