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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 거장은 어떻게 탄생되는가
이종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월
평점 :
파블로 피카소
거장은 어떻게 탄생되는가
이종호 (지은이) 인물과사상사 2023-01-20
피카소에 대해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과연 탁월한 마케터인건지, 아님 위대한 예술가인건지... 어쩌면 두 가지가 혼재되고 합해져서 모든 면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 이종호 선생은 과학관련 서적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흥미롭게 분류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 7대 불가사의는 명작이었죠. (몇십년전 책이라 생각했는데 2007년이었습니다) 그런 저자가 파블로 피카소에 대해 쓰니 그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 기대되었습니다.
78년 동안 유화 1만3500점이라고 서문에 나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렸으니 70년간 그렸다고 생각하면 1년에 192.8입니다. 1.8일에 하나씩 그린겁니다. 붓을 휘두르면 작품이 만들어졌나봅니다.
판화 10만점, 일러스트 3만4000점은 별도입니다.
피카소의 작품에는 절단된 신체가 등장하거나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피카소의 걸작품인 <게르니카>에는 사람과 동물의 몸이 우악스럽게 절단되어 있는데 피카소는 어린 시절 이와 비슷한 악몽을 자주 꿨다고 한다. 화가였던 아버지가 비둘기를 그리기 위해 아들에게 비둘기 시체에서 내장을 꺼내 박제를 만드는 일을 시켰다는 이야기도 있다.
19p.
천재의 뒤에는 미친 아버지의 사랑이 있었군요. 이동학대입니다. 와인맛을 느끼기 위해 연필을 먹으라고 하던 만화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내장을 꺼내서 어떻게 박제를 만들까요? 보통 박제는 겉모습, 털과 피부로 만들지 읺나요.
피카소의 친구 시인 아폴리네르는 이때를 다음과같이 말했다. ˝화면의 형체는 야위었고 선은 병적일 만큼 섬세하며, 색채는 어둡지만 아름답다. 눈물에 흥건히 젖은 예술, 촉촉한 계곡의 푸르름이다.˝
바로 이 시대를 청색 시대라 부르는 이유다. 이때 피카소는 파란색과 청록색 음영으로 단색 그림을 그렸지만 때때로 다른 색상을 사용하여 부드럽게 그리기도했다. 청색 시대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느냐는 질문에 피카소는 카사헤마스의 죽음을 알았을 때 파란색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37p.
역시 시인의 언어! 저런 표현이 어찌 만들어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피카소는 아폴리네르와 친하게 지냈고, 앙리 마티스의 화실에도 자주 놀러갔다고 합니다. 책 속의 영화 미드나잇인 파리 의 소개가 나오는데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피카소의 3대 반전 작품은 <게르니카 Guernica〉(1937), <시체구덩이 Le Charnier〉(1945),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ée〉(1951)이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히틀러의 스페인의 게르니카 공격을 지탄하는 내용이고, <시체구덩이>는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소재로 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학살>은 한국 사회에 상당한 논란을불러온 작품이다. 피카소가 한국을 방문한 적도 없고 한국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알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목에 한국이라는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105-106p
한국인이 아니면 이런 글이 안나왔겠습니다. 피카소가 공산주의자여서 한국에서 상당히 기피인물이었다는 놀라운 과거의 사연은 지금 보면 안타깝습니다. 반공법이 있는 1960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림은 미리 생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제작 중에 사상이 변하면서 그림도 변한다. 그리고 완성후에도 보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변화한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흔히 아름다운 것을 발견한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해야 한다. 사물을 파괴하고, 몇 번이나 다시 시작할 일이다. 최후에 나타나는 것은, 포기한 몇 가지 발견의 결과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의 자신에 대한 감정가가 되고 만다.”
193p.
중간중간 나오는 피카소의 어록과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습니다.
외국의 전문서적은 지나치게 분석적인 느낌으로 세밀하게 찾아내는데, 이 책은 그런 저서들을 다 읽고 (각주로 표시되어있습니다) 한국의 형편에 맞게 정리하고 223페이지의 가벼운 두께로 잘 만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