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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ㅣ 명역고전 시리즈
장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월
평점 :
장자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장자 (지은이), 김원중 (옮긴이) 휴머니스트 2023-01-02
십여만자에 이른다는 사마천의 이야기나 장자 33편이 6만5천자라는 번역자 김원중선생의 말이나...
왜들 세어보려고 했을까요? 현대에서는 프로그램에 원문을 넣으면 글자수를 세어주겠지만, 사마천 선생은 어떻게 세었을까요. 죽간에 한자가 50자 들어가는데 죽간이 2천여개 되더라 뭐 그런 계산법이었을까요.
오호. 게다가 한서와 여씨춘추에 이미 장자가 52편이라고 나와있다고 합니다. 나머지 19편은 어디로 간걸까요. 그 시대의 장자는 뭐가 다를까요. 해제에서 이미 큰 의문을 던지고 시작합니다.
제가 장자를 처음 읽은 것이 86년이었습니다. 집에 굴러다니던 세로쓰기판이었습니다. 시작부터 곤, 붕, 어리석은 매미, 우물 속의 것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장자는 노자의 도가도비상도를 쉽게 설명한 책이라고 들었는데 그야말로 우주적인 규모로 이야기하길래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스케일이 다르고 뒤로 갈수록 이상한 정신세계로 빠지는 것같아 중간의 재미있는 우화만 읽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좋아져서 이렇게 깔끔하게 책이 번역, 원문, 주석까지 정리되어 나왔습니다. 행복합니다.
아지랑이와 티끌은 생물들이 숨 쉬면서 서로 내뿜은 것이다. 하늘이 푸르고 푸른 것은 본래의 빛깔일까? 아니면 멀어서 끝에 이를 바가 없는 것일까? 그것이 내려다보는 것도 이와 같을 뿐이다.
47p.
끝없는 우주를 말했네요. 티벳불교의 미세한 원자와 광대한 우주를 춘추시대에 이야기했습니다. 그 시절에 하늘을 보고 끝에 이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어떻게 나왔을까요.
초나라 남쪽에 명령이라는 나무가 있는데, 오백 년을 봄으로 삼고 오백 년을 가을로 삼는다. 먼 옛날에 대춘이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팔천 년을 봄으로 삼고 팔천 년을 가을로 삼았다.
51p.
지금 판타지에 나오는 세계수의 개념이 이때 있었습니다. 혹은 플라톤이 ˝솔론한테 들었는데, 그 사람은 이집트의 신관에게서 들은거야, 아틀란티스가 있었는데...˝ 느낌입니다. 뭔가 고대의 수천년을 내다보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노나라 술이 묽어지면 한단이 포위되며
236p
이 문장만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친절하게 아래 주석에 설명합니다.
술이 묽은 것과 한단이 포위된 것의 상관성이 없어 보인다.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일이 사실은 서로 연관되어 일어난다는 뜻으로 뜻밖의 인과관계로 인한 사건의 전개를 비유한다. 좀 소개하면 이렇다. 초나라가 제후들과 회맹할 때 노나라와 조나라가 초나라 왕에게 술을 바쳤는데 노나라의 술은 묽었고 조나라의 술이 좋았다. 초나라에서 술을 담당하는 관리가 조나라에 술을 요구했으나 조나라가 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초나라 관리가 노하여 조나라의 좋은 술과 노나라의 맛없는 묽은 술을 바꿔서 초나라 왕에게 바쳤다. 이에 초나라 왕은 조나라가 바친 술이 시원찮다고 여겨서 노여워하면서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했던 것이다.
236p
이렇게 앞뒤 잘라먹고 자기만 알고 말하는 스타일이 장자 시절부터 있었군요.
이 책의 장점은 해석이 앞에 있고 바로 한문원문이 따라와서 무슨 한자일까 고민할 필요가 없이 바로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백미는 주석입니다. 해석을 하면서 그간 내려왔던 사람들의 다른 의견과 근거를 일일히 다 찾아놨습니다. 주석을 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장자 한권을 해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은건가요. 감탄스럽습니다. 앗. 그러고보니 최근에 정사 삼국지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것도 김원중선생 번역이었습니다.
이 책은 장자 번역만 읽으면 여지껏 나온 번역 중에 단연 최종병기입니다. 두번째로 주석만 읽어보면 배울 점이 아주 많습니다. 장자에 관련된 논문이나 비교분석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세번째 장점은 원문이 뒤에 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단락 뒤에 배치되어 있는 점입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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