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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텔링 차이나 - 삼황오제 시대에서 한(漢)제국까지
박계호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평점 :
히스토리텔링 차이나
삼황오제 시대에서 한(漢)제국까지
박계호 (지은이) 파람북 2022-12-19
역사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역사서의 새로운 장르인듯합니다. 저자가 고른 굵직한 사건에 스토리를 입힙니다. 스토리텔링이니 역사서의 순서대로 배열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은 아니고 있었던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수양산에서 굶어 죽은 백이, 숙제에 대해 큰 의문을 던져줍니다.
강태공은 ˝이들은 의인(義人)이다”라며 백이와 숙제 형제를 죽이지 않고 돌려보냈다. 55p
공자는 ˝가는 길이 같지 않은 사람하고는 서로 함께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며, 이들의 죽음을 의로운 죽음이라고 평가해주었다. 57p
맹자는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하고 잔적(殘賊)한 사람을 일부(一夫)‘라 합니다. 나는 일부인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군주를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58p
그냥 세상이 싫어 수양산으로 숨어들어간 줄 알았는데 이 사건이 후대에 이리 큰 영향을 던졌던 거네요. 공자는 주나라를 숭상했지만 백이, 숙제는 안타까워한걸까요? 맹자도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공자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같습니다. 사실 폭군을 치러가는데 막는 것도 이상합니다. 주문왕의 첫째아들을 죽여 먹으라고 했는데 복수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 것조차 후대에 지어낸 이야기일까요.
히스토리텔링. 재미있습니다. 이래저래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줍니다.
여섯번째 이야기는 공자 사후 77명의 제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입니다. 제목이 기가 막힙니다. 어찌 이런 멋진 아이디어를 냈을까요. 77현인과 3천제자의 행방을 추적했을까요.
그런데 자공, 자하, 자사, 자석, 자장만 나오고 자공의 일화로 마무리짓습니다. 이런, 나머지 72명은 도대체 어디로 간건가요...
그래도 자공의 유세내용이 대단합니다. 노나라가 침략당하는 것을 막으라는 공자의 명령에 노, 제, 오, 월, 진나라를 방문하여 말로 가지고 놉니다. 합종, 연횡보다 더 원조였던 유세입니다.
당신이 노나라를 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노나라는 성벽도 낮고 성을 둘러싼 연못은 좁고 얕으며 대신들도 위선적이고 상대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임금도 어리석고 어질지 못해서 병사들과 백성들도 남과 전쟁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이런 나라와 싸워봤자 아무런 득도 없습니다. 오히려 부차가 왕으로 있는 오나라를 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오나라는 성벽도 두껍고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도 넓고 깊으며, 정예 병사들이 좋은 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며, 대신들도 현명합니다. 이러니 강대국인 제나라로서는 오히려 오나라 정벌이 명분이있습니다.
156p.
기막힌 변론입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상대의 숨은 심정을 붙잡고 뒤집어놓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그 다음 수는 오나라가 공격을 하게 만듭니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소진의 합종과 장의의 연횡입니다.
만약 신하들 중에 진나라에 복종하고 진나라를 섬길 것을 건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간신입니다. 그자들은 나라의 이익보다 자기의 이익을 취하여 밖으로는 강대국에 의지하고, 안으로는 군주를 농락해 나라의 땅을 강대국에게 바쳐서 자기의 이익만을 취했습니다. 대왕께서는 이런 점을 분명하게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81p.
말에 빈틈이 없습니다. 이렇게 여섯 나라를 합쳐 15년간 유지를 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말이 많았을까요.
여덞번째 이야기는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입니다.
그런데 여불위가 진시황의 할머니인 화양부인과 간통했다고 나오네요 (232p)
안국군, 효문왕의 부인이 화양부인이고,
자초, 장양왕의 부인이 여불위의 상대이고 나중에 노애한테 넘긴건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10. 한신의 이야기가 또 백미입니다.
˝폐하께서는 많은 병사를 거느리실 수는 없습니다. 대신 병사들보다 숫자가 훨씬 적은 장수는 잘 거느리십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폐하 밑에서 일하게 된 원인입니다. 왕은 하늘이 주신 것이지 사람의 힘으로는 안되는 것입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다. 괴통이 말한 한신의 한계가 여기서도 다시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이 한고조 유방과 한신의 차이였다. 유방은 많은 장수들을 거느려왔고, 또한 일반 평민들까지 등용해서 장수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들 중 능력 있는 이에게 나랏일을 맡겨 지도자로 등용했다. 반면 한신은 생각과 능력이 한고조 유방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한신은 장군들을 거의 거느리지 못했고 주로 병사들만 상대했기 때문에, 병사들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한신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괴통은 한신에게 이렇게 충언했다.
“말을 기르는 사람은 대군을 다스리는 천자(天子)가 못 됩니다. 한두 섬의 봉록이나 지키기에 급급한 자는 재상의 지위를 지키지 못합니다.˝
군주가 되려면 말을 타는 사람이 되어서 지휘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지. 말을 기르거나 말을 끄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괴통의 충언이었다. 다다익선은 이러한 한신의 능력에서 나온 말로 많은 것이 무조건 좋다는 뜻만은 아니다. 큰 인물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가 내재된 말이기도 하다.
309p.
다다익선이 한신의 장점이면서 유방의 대한 칭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신의 가장 큰 약점이었습니다. 말한마디에서 한신이 망하게 되는 본질을 꿰뚫는 분석입니다. 치밀한 분석이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13가지의 스토리를 넓히고 펼쳐서 기막힌 히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왜 한나라, 흉노족에서 끝나는 건가 궁금했는데 서문을 다시 보니 중세와 근현대의 이야기를 집필할 계획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