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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평점 :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은이), 박종대 (옮긴이)
열린책들 2022-12-25
논픽션은 재미있습니다. 원래 티브이에서도 동물의 세계같은 것이 나오면 넋을 잃고 보던 사람이라 그런 것같기도 합니다.
히틀러 시대의 마약 이야기라길래 설마 그랬겠어 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정신없이 빠져 봤습니다.
어렸을 때 독일 나치가 진격을 하면 연합군의 두배속으로 이동한다더라, 현대의 마약이 거기에서 시작되었다더라, (지구 지하도시에서 UFO를 만들고 있다더라 도 있었죠)
그런 소문들이 돌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많은 부분 사실입니다.
히틀러 치하에서는 정말 강력하고 중독성이 강하고 악독한 물질이 인기 상품이 되었다. 이 물질은 1930년대에 <페르비틴>이라는 이름의 알약으로 제3제국 사회 곳곳에, 심지어 나중에는 독일이 점령한 유럽 국가들 내에서도 합법적으로 널리 퍼졌다. 약국에서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던 이 <국민 마약>은 1939년에야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하도록 바뀌었고, 1941년에는 마침내 제국 마약법으로 규제되었다.
페르비틴의 주성분 메스암페타민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불법이거나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독물 중 하나로 1억 명에 가까운 사람이 사용하고, 그것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17-18p
국민마약이라 할 정도면 엄청나게 유통이 되었겠죠. 저자는 독일에서의 생산량, 판매량 등을 찾아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모르핀, 코카인을 합법적으로 유통히던 시대였나봅니다. 코카콜라의 시작도 그렇디고 합니다.
마약을 불법으로 못하게 막고 안티마약이라는 또다른 마약효과를 내는 페르비틴을 유통시켰네요. 전쟁이 아니었다면 저리 활발하게 퍼졌을까요.
모렐은 히틀러의 증상을 듣는 순간 병의 원인을 즉각 알 것 같았다. 비정상적인 장내 미생물 군집이 일으킨 만성 소화 불량으로 보였다. 모렐은 자신과 교분이 있던 프라이부르크 의사이자 세균학자인 알프레트 니슬레 교수가 개발한 무타플로제제를 추천했다. 이것은 1917년 다른 수많은 군인과는 달리 장질환 없이 발칸 전쟁에서 살아남은 한 하사관의 장에서 얻은 미생물 균주였다. 이 균주는 산 채로 캡슐에 담겨 있었는데, 복용하면 장에 정착한 뒤 급속도로 자라 장 질환을 유발하는 다른 모든 균주를 대체한다고 했다.
49p.
아아. 소화불량에 유산균을 처방했군요. 변비에도 좋았겠습니다.
총통은 중요한 연설이 있으면 최적의 상태로 연설을 마치기 위해 항상 그전에 <기력 회복 주사>를 맞았다. 또한 감기 때문에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비타민제를 정맥에 투여받기도 했다. 히틀러는 <나치식 인사>를 할때 팔을 최대한 오래 들고 서 있으려고 한편으로는 팔 근육 강화운동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포도당과 비타민 주사를 맞았다. 정맥에 주입된 포도당과 비타민은 20초 후 바로 뇌에 에너지를 공급했고, 그로써 히틀러는 몹시 추운 날에도 얇은 나치 돌격대 제복만 입고 군대나 국민 앞에서 사열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서 육체적으로 허약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번은 1938년 인스브루크에서 연설을 앞두고 갑자기 목이 잠기자 모렐은 즉시 주사로 육체적 걸림돌을 제거했다.
52p
비타민, 수액, 주사제... 저도 피곤하면 기서 맞는 건데 1930년부터 하던 역사가 있는 치료법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유산균, 비타민, 주사로 시작했습니다. 비타민주사 한번 맞으면 즉각적인 효과에 큰 감동을 받았겠죠.
히틀러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연갈색 개버딘 양복저고리를 입은 뚱뚱한 의사 모렐을 통해 우회해야 한다. 그는 최소한 1941년 가을 이후부터는 지금까지 역사학이 다루어 온 것처럼 그저 특이한 주변 인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1941년 가을은 히틀러의 업무 능력이 눈에 띄게 꺾이고, 히틀러 연구자들이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어 하나같이 진공 상태라고 부르는 시점이었다. 1,200 면에 달하는 요아힘 페스트의 규범적 전기 『히틀러 Hitler』에서도 인물 색인을 보면 주치의가 언급된 곳은 일곱 군데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737 면 이후에 처음 등장한다. 저자가 그 주치의를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는 말이다. 히틀러의 동역학을 마취제에 취한 것 같은 부동성으로 묘사한 그의 설명은 전적으로 옳지만 그에 대한 근거는 생략되어 있다. 페스트가 <치명적인 약물 중독>에 대해 언급한 것도 중독의 수준과 영향을 건드리지 않고는 무용지물이다. 달리 말해 모렐의 주사기말고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던 히틀러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려면 그 약물의 악순환을 살피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페스트는 1973년에 출간된 상기 작품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이 책의 출간과 함께 히틀러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나올 게 없다고. 왜냐하면<당시 시대상과 주역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수정할 자료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너무 성급한 결론으로 보인다.
157-157p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 부분입니다. 탁월한 통찰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페스트의 히틀러 전기 1200페이지를 다 읽었나봅니다. 그 부분이 더 놀랍습니다. 저자도 그 부분이 자랑스러웠는지 굳이 페이지숫자를 적어놨습니다.
뒤에 또다른 의사 가징의 역모(다른 진단)으로 모렐이 실각될 뻔 하다가 되살아나는 내용이 있습니다. (정치사극의 음모같이 재미있습니다) 그 중에 히틀러가 모렐에게 사과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많은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마약중독으로 히틀러가 몸이 망가지고 점차 잘못된 판단을 하여 전쟁에 지게 된 것이 다행인걸까.
어쩌면 히틀러는 독일국민에게 희망과 열정을 주는 광대인데, 국민들이 독재자의 권력을 주니 더욱 뭔가 해야겠다고 유대인을 학살하고 전유럽을 독일국민에게 줘야겠다고 생각한 어긋난 사람이 아닌가.
독일은 마약의 힘으로 전유럽을 유린하다가 효과가 끝나 패배하게 된건가.
결론은 이 책 내내 괸통하는 이야기, 마약은 무서운 약이구나 입니다.
코블렌츠의 연방 기록물보관소에, 뮌헨 현대사 연구소에, 미국 수도 펜실베이니아가(街) 미국 국립 기록물관리청을 뒤져서 퀴퀴한 창고의 수없이 쌓여있는 자료에서 근거들을 찾아낸 저자 노르만 올러가 대단합니다. (특히 중요한 자료는 사진찍어 본문에 배치했습니다. 힘들게 찾았는데 딩연히 그래야죠)
다 읽고 나서 놀란점
1. 저자 노르만 올러는 소설가였는데 논픽션 역사서를 썼습니다.
2. 338p에서 책이 끝나고 393p까지 주석과 색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