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정치 - 윤석열 악마화에 올인한 민주당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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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정치
윤석열 악마화에 올인한 민주당
강준만 (지은이) 인물과사상사 2022-12-29

이런 제목을 붙일 수 있는 베짱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대한민국에 딱 두 사람있겠습니다. 그 중의 한 분이 강준만교수님이네요.

사실 대한민국이 두 파벌로 나뉘어져 완전히 대립을 하여 서로 다르다고, 상대를 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쪽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저런 이야기가 먹힐 거라 생각하고 하는건가 궁금해하던 차에 제목부터 분명하게 표현한 책이 나왔습니다.

나는 과거에 학생들에게 보수·진보 신문을 동시에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양쪽의 시각을 다 아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누가 내게 ˝그 권유는 여전히 유효한가?˝라고 묻는다면, 이젠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다. 학생들이 언론에 대한 환멸을 가질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자기 색깔에 맞는 신문 하나만, 아니 유튜브에 푹 빠져 살라고 말하는 게 더 현실적인 게 아닌가?
6p.
가운데 중도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라고 말하는 지식인의 고뇌가 있습니다. 사실 저렇게 양쪽을 같이 봐야 올바른건데 이제는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시대입니다.

어렴풋이 신문의 기사제목으로만 읽었던 나팔수들과 광대들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여 보여줍니다. 뒤의 주석을 보면 기사만 200여건을 참고했습니다. 2019년 8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3년간의 정치판의 퇴마록을 짚어줍니다.
(다시 한번 기사를 같이 확인할 수 있게 링크를 걸어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저 기사들을 종이신문으로 본 것같습니다. A3면, 5면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서술방식은 신문기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사의 핵심을 명확하게 정리하거나 읽은 후에 왜 그런지 설명하다가 어느 부분에는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물어봅니다.

이들은 20년, 50년, 100년 집권을 위해선 ‘대중운동‘과 더불어 ‘악마‘가 필요하다는 것도 간파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머리말‘에서도 언급했던, 미국 사회운동가 에릭 호퍼의 다음 주장에 깊이 공감하는 동시에 그걸 실천 강령으로 삼은 게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대중운동이 시작되고 전파되려면 신에 대한 믿음은 없어도 가능하지만 악마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중운동의 힘은 대개 악마가 얼마나 선명하며 얼마나 만져질 듯 생생하느냐에 비례한다.˝
16-17p
저도 20년, 50년 집권이 왜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설명해줍니다. 악마화 전략의 시작은 이때였군요.

갈등을 먹고사는 분야에선 영혼이 맑은 사람일수록 내로남불의 동력이 되는 독선과 오만이 강한 동시에 그걸 깨닫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회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도덕적 우월감을 갖는 사람들이 부도덕해지기 쉬운 걸 밝힌 이른바 ‘도덕적 면허 효과moral licensing effect‘라는 개념이 적합하다.
94p.
영혼이 맑다고 칭찬을 하지만 결국 독선과 오만하여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를 돌려 말하네요.

˝조직에서 나오기 전에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누가 나쁜 놈인지 알았다. 지금은 그런 확실함이 사라졌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는다.”
청소년 시절 6년 동안 네오나치 집단에서 활동했던 바이스게르버라는 독일인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스물한 살에 그곳에서 빠져나온 그는 이후 교육과 강연을 통해 극우주의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사회학자 라우라 비스뵈크의 ˝내 안의 차별주의자˝라는 책을 읽다가 이 대목에서 슬그머니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세상을 선악 이분법으로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을 실감나게 표현해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확실함이 사라지는 바람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도 있다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악 이분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악으로 여기는 법은 없다. 자신을 선으로 간주하기에 선악 이분법을 쓰는 것이다.
141-142p
아. 이분화가 왜 나오는가 했더니 자신이 확실해지려고 나온거군요. 학교다닐 적에 머리나쁜 애가 자기공부방법이 옳다고 고집하는 모양입니다.

상대를 악마로 매도하는 작전은 반대로 자신들은 신의 편이 확실해야 한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격화의 모습은 없으면서 자신들이 비웃던 악마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어 이분화에 실패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줍니다.
전략이 증요한데 안맞는 것을 계속 밀고나가는 폐해입니다. 이렇게까지 자상하게 방법을 설명해주면 경청까지는 아니어도 좀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작년엔가 정치서적을 한권 읽고는 너무 어지러운 말에 몇일을 피곤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객관적인 팩트로 편집하면서 오히려 쯧쯧. 왜 그렇게 했을까 하는 식이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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